등록 2008.09.10 13:55수정 2008.09.10 14:03
메콩강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관광 안내소에서도 빠지지 않고 소개되고 있다. 베트남에 와서 내가 처음 단체 관광을 한 곳도 메콩강이다. 호찌민시에서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까지 메콩강 뱃길을 따라 배를 타고 갈 정도로 나는 메콩강을 좋아한다. 메콩강 줄기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흔히 보기 어려운 그들의 삶은 나의 시선을 뺏을 만하다.
주말에 메콩강을 다녀왔다. 흔히 관광객이 돌아보는 메콩강이 아니라 관광객이 전혀 없는 메콩강을 다녀왔다.
예전에 우리 집에서 일을 도와주며 공부하던 '무이'라는 학생과 아직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학생 부모가 메콩강에 산다고 한다. 호기심에 나와 아내는 주말에 메콩강 고향집에 간다는 학생을 따라나서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시외버스 정류장은 붐빈다. 한 사람당 5천 원 정도 하는 차표를 사고 시외버스에 올랐다. 자그마한 17인승 버스다. 베트남의 더운 날씨에 꼭 필요한 에어컨은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차멀미를 걱정하는 승객들이 창문을 열어 놓아 에어컨은 무용지물이다.
베트남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차멀미하는 사람을 자주 보게 본다. 그래서 그런지 자동차에는 항상 비닐봉지가 준비되어 있다. 차멀미하는 사람의 고통도 이해가 되지만, 그 시큼한 냄새를 맡으며 몇 시간씩 여행을 할 경우가 되면 보통 고역이 아니다.
시내를 벗어나자 들판에서 일하는 농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벼를 추수하는 들판에서 나의 눈을 끄는 것은 무덤이다. 무덤의 모양은 중국식과 비슷하나 무덤이 논 한복판에 있는 것이 특이하다. 베트남 여행을 하다 보면 집 앞마당에 무덤이 있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그마한 승합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버티니 우리가 내려야 할 곳에 도착했다. 종점이 아니고 사람만 내려놓고 가는 간이 정거장이다. 버스에서 우리가 내리기 무섭게 오토바이를 태워주는 사람들이 몰려와 자기 오토바이를 타라고 몰려온다. 베트남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우리와 같이 온 '무이'의 오빠가 그들과 흥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외국인이 있어 흥정이 여의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우리를 길거리 음료수 가게로 안내한다. 내가 즐겨 먹는 코코넛 열매로 목을 축이고 있자니 오토바이가 온다. 흥정이 끝난 모양이다.
오토바이를 타면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계속 가도 끝이 없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달려 조그마한 강가에 내려놓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도로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 덕에 조금은 편한 여행을 했으나 허리와 궁둥이가 뻐근하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조금 걸으니 강을 따라 들어가는 오솔길로 접어든다. 멀리 앞마당을 빗자루로 쓰는 낯익은 여자가 보인다. 우리도 한두 번 호찌민시에서 만나 보았기에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주인 아줌마는 우리를 보고 반갑게 맞아주며 특히 나의 아내를 꼭 껴안아주는 것이 살붙이를 대하는 것 같다.
우리가 들어선 집은 그 길에 있는 몇 채 안 되는 집 중에서 가장 볼품없는 집이다. 제대로 된 목재를 사용해 지은 집이 아니라 대나무와 널빤지를 엮어 대충 지은 집이다.
우리는 인사를 나눈 후 동네 구경을 할 겸하여 강을 따라 난 호젓한 오솔길을 걸었다. 대나무와 바나나 나무가 울창한 오솔길이다. 바나나 나무에는 바나나가 탐스럽게 열려 있다. 아무도 따가지 않나 보다. 아니 필요한 만큼만 마을 사람들이 따서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려 있고 대나무가 울창한 시골사람이 거니는 오솔길을 걸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2008.09.10 13:5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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