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이제야 대북사업... 원기 찾았나

민간단체 방북 허용·대북식량 지원 발언 등 적극적 행보

등록 2008.09.09 15:32수정 2008.09.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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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중 통일부장관
김하중 통일부장관 유성호
김하중 통일부장관 ⓒ 유성호

김하중 통일부장관이 9일 대북 식량지원 의사를 다시 강하게 표시했다. 통일부는 대북 민간단체의 대규모 방북도 허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11일 박왕자씨가 금강산에서 피살당하고 북한 핵시설 불능화 작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통일부가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김 장관은 이날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정부수립6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이 식량 부족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3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도 "인도주의적 정신과 동포애에 입각해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식량 지원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민간 대북지원단체의 대규모 방북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는 북한 정성의학종합센터 및 적십자병원 수술장 준공식 참석과 지원사업 모니터링을 위해 오는 20~23일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지난 4일 통일부에 160여명에 대한 방북 신청서를 냈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20일 서해 직항로 편으로 북한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인도적 지원까지 제한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평화3000'도 평양 두부공장 및 콩우유공장을 지원하기 위해 18~21일 서해 직항로로 120명이 방북하기로 하고 5일 방북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경남통일농업협력회·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하나됨을 위한 늘푸른삼천·어린이어깨동무 등도 9~10월 방북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초 한 고위급 정부 인사는 "여론조사를 해보니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국민 여론이 이전보다 더 부정적"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지난 5~6월 북한에 옥수수 5만t 지원 계획을 밝혔는데, 박씨 피살사건으로 대북 식량지원은 완전히 물건너갔다는 분위기였다.

 

통일부는 지난 7월과 8월 전교조,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민주노동당 등의 방북을 "국민 정서상 대규모 방북은 곤란하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최근 정부의 태도 변화에 대해 남북 당국간 대화 단절이 장기화되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어느 정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 대북지원단체 방북, 막을 논리가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차원의 태도 변화라기보다는 통일부의 제 역할 찾기 또는 제 목소리 내기 정도이지 정권 차원의 변화로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강하다.

 

일단 민간 대북지원단체의 대규모 방북은 원래 이명박 정부의 논리로 볼 때도 허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전교조 등의 방북을 불허하면서 통일부는 "순수한 인도적 대북 지원은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공언해놓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10년씩 순수한 인도적 지원사업을 한 단체의 방북을 불허하면 말 뒤집기가 된다. 통일부의 한 인사는 "만약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방북을 불허하면 뭐라고 이유를 설명해야 할지 통일부 자체가 난감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와 함께 방북하는 후원자들의 주력이 불교 쪽이라는 점도 거론된다. 불교계가 북한 정성제약에 많은 후원을 했고 이번 방북단 단장은 불교방송 이사장인 영담 스님이다.

 

불교계가 현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상황에서 이번 방북을 불허하기는 힘들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대한예장 통합총회 남선교회전국연합회 목회자 등 157명이 평양 봉수교회 헌당 감사예배차 방북하는 것은 승인했다.

 

김하중 장관 발언에 '착시 현상'

 

김하중 장관의 대북 식량지원 발언도 확정된 것이 아닌 방향만 언급한 정치적 수사인데 외부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론적으로 방향을 언급했고 '검토'는 정부부처가 늘 하는 일인데, 마치 실제 행동계획(액션플랜)인 것처럼 간주하는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방침은 정권 초부터 밝혔던 것이고, 김 장관의 발언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대북식량 지원은 시기·방법·물량을 정해야 한다, 그런데 장관의 발언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아직은 방향을 말하는 단계다,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북 식량지원 발언은 통일부의 제 역할 찾기다, 통일부의 원래 업무 가운데 하나가 이런 것 아니냐"면서 "통일부가 많이 약해졌지만 다른 부처에 완전히 밀려서 해야 할 말 못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도 8일 브리핑에서 김 장관의 대북 식량지원 발언에 대해 "대북 지원의 방향성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현재 지원의 시기·물량·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총장도 "북한의 추수 통계 자체가 불확실하고 그나마 11월에나 나온다, 추수하고 곡식을 말리고 도정하는 데 2~3개월 걸린다"며 "정부가 북한의 추수 작황을 보고 식량 지원을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별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김하중 장관의 잇단 행보를 그의 발언권이 어느 정도 확보된 것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통일부는 원래 정권 초에 외교부에 흡수될 뻔 했다가 겨우 살아났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독도 문제 등 외교부가 워낙 '헛발질'을 많이 하는 바람에 김 장관의 입지가 어느 정도 다져졌다는 것이다.

 

이후 김 장관이 적극적으로 대외 행보에 나섰고 통일부 장관으로서 당연한 직무차원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방향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09.09 15:32ⓒ 2008 OhmyNews
#통일부 #김하중 #대북지원 #식량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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