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은 끝났지만, 불안요인은 안 끝났다

등록 2008.09.11 09:52수정 2008.09.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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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채권시장 발 '9월 위기설'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외국인이 보유 채권을 일시에 팔고 한국을 떠나기는 커녕 상당수 재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9월 첫날부터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위기설이 빠르게 세력을 잃었다.

 

하지만 세계경기 침체와 달러화 강세 등으로 최근 환율과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국내적으로는 경상수지 적자,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화 우려 등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어 위기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금융시장이 후반전을 맞게 됐다.

 

◇ 위기설 '끝'... 금융시장 안정

 

위기설의 도화선이 된 외국인 만기 채권이 몰린 10일 금융시장에서는 위기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4조9947억원에 이르는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일시에 돌아왔지만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고 주가(코스피지수)는 상승했다. 이날 만기 물량은 9월 전체 만기 도래분의 74%에 해당하는 것으로 고비를 넘긴 것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6천억원 가량의 채권을 순매수하며 위기설을 잠재웠다. 외국인이 이날 채권 상환액을 재투자했는지는 1~2일 뒤에나 알 수 있겠지만 최근 투자 동향을 볼 때 상당액을 재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9월 만기 도래 채권을 보유한 외국인은 이달 들어 1조5천억 원 가량의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11일 예정된 1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할 경우 위기설은 종언을 고하고 공기업과 금융회사들의 해외 차입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 폭이 커지기는 했지만 달러 매집세는 완화된 모습이다. 9일 19.9원 급등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일 5.8원 하락하면 1090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달러화 강세와 단기외채 문제 등이 남아있기 때문에 언제든 환율이 다시 급등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와 경상적자, 가계부채, 기업 유동성, PF 대출 등 불안 요인들을 고려하면 환율이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미국 증시 급락의 여파로 10일 오전 하락세를 보이다가 오후 들어 국고채 만기일이 문제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 심리에 반영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과 같은 날 쿼드러플위칭데이(지수 및 개별주식의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가 남아 있어 증시 안정을 장담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내일 쿼드러플위칭데이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지만 오늘 이후에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이번 주를 고비로 증시에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낙관도 비관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위기설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에서는 벗어났지만 대내외 여건상 당분간 '살얼음판'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동유럽과 베트남 등 신흥시장의 외환위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막대한 가계부채와 PF 대출의 부실 우려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일부 그룹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현재 금융시장이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과잉기대를 해서도 안된다"며 "지난 몇 년간에 비해서는 불확실성이 훨씬 높고 어려운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표한형 연구위원은 "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진정됐지만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크게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PF 대출이 시장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표 연구위원은 "특히 인수·합병(M&A)에 나섰던 일부 대기업들의 유동성 문제가 향후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반기에 대우조선해양 등 여러 민영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자금 쏠림 등 왜곡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도 잠재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권 실장은 "김 위원장의 문제는 체제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존의 북핵 리스크와는 또 다른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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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1 09:52 ⓒ 2008 OhmyNews
#9월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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