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벗어나니 미국발 악재...증시엔 장기 호재?

[주간증시전망] 미국발 금융위기에 국내증시 더 힘들어질 듯

등록 2008.09.16 10:49수정 2008.09.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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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10년 전인 IMF 위기와 비교되고 오히려 더 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이라는 명절을 잘 보내고 오라고 지난 주 후반 증시는 상승세로 마감하였다. 그 동안 제기되었던 9월 위기설은 그대로 설로 마감되면서 채권 만기와 쿼드러블 위칭 데이 등 많은 이벤트가 무사히 지나갔다.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단순히 위기설이 사라졌다는 사실만 가지고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은 전체적인 상황을 아우르지 못하는 단기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어 주었고 물가도 다소 진정세를 보여주었지만 환율은 여전히 변동성을 확대하면서 불안감을 남겨두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이머징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경기의 어두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만 가고 있다.

 

미 금융시스템의 붕괴 시작인가? 마무리인가?

 

지난 주말 미국 시장은 블랙 먼데이 당시 508P(22.6%)가 하락한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BOA에 전격적인 매각, 그리고 AIG의 긴급자금 요청 등 금융시장 불안이 다우지수 504.48P(4.42%)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미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모습이었다.

 

베어스턴스에 이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2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신용경색에 대한 진정제를 맞은 미국 금융시장에 우려했던 메가톤급 폭탄이 지난 주말 드디어 터진 것이다. 불발탄이었던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했고 메릴린치는 500억달러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인수되었다. 안전핀 꼽고자 노력했지만 터지고 말았다. 이어 보험사 AIG와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 그 외 다수의 지방은행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질 수 있어 그 위험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메릴린치가 BOA에 인수된 것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은 인수하고자 하는 곳이 없어 파산 신청을 하면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FRB는 9.11이후 최대의 자금을 시장에 투입했고 중국중앙은행은 그 동안의 긴축정책을 버리고 전격적으로 금리를 0.27%P 인하하면서 유동성 확보와 성장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럽도 금융시장에 300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피의 일요일이지만 이러한 과정은 어차피 미 금융시스템이 안고 있었던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터트렸다는 점에서 나올 악재가 신속히 나왔다는 긍정적이라는 평가이다. 대책이라고 나왔지만 항상 뒤에 뭔가 숨겨져 있는 듯한 찜찜함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다소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종기를 뿌리까지 뽑아내고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이 지나면 깨끗한 살이 돋아날 것으로 생각된다.

 

리먼의 지급보증증권(CDS) 스프레드가 지난 3월 베어스턴스의 CDS 스프레드보다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때 리먼의 위험이 더 크다는 신호였다. 또한 보험사 AIG도 한 때 리먼보다 더 높아졌다. CDS는 채권을 매입한 회사가 발행기업의 부도로 원리금을 돌려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하는 파생상품이다. 높다는 것은 그 만큼 부도의 위험이 크고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현실화된 것이다.

 

펀드멘탈에 대한 불확실성도 아직 존재

 

금융시장의 이러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전년 회계 연도의 두 배에 달하는 3894억원에 이를 것으로 미 재무부가 전망하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고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1680억달러의 세금을 환급했기 때문이다. 2009년도에는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돼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이 밖에도 7월 미국의 무역적자가 전월보다 5.7% 늘어난 622억달러로 집계돼 1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지만 유가의 강세에 따른 수입 급증으로 무역적자가 크게 나타났다. 일주일 이상 실업수당청구건수가 전주대비 12만명 증가한 352만명에 달해 지난 200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소비의 근간이 되는 고용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금값이 지난 3월 최고치에서 28%나 떨어졌고 유가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반영하면서 수요 감소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100달러대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투기세력의 이탈과 함께 상품시장의 하락세가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줄여주는 혜택을 베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은 금융시장의 지속적인 위기로 인해 전혀 경제에 반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 금융시장 불안으로 더욱 힘들어진 증시

 

국내 주식시장은 사이비 종교가 세상이 어느 날짜에 멸망할 것이라는 허황된 예언이 끝난 것처럼 9월 위기설이 허무하게 지나가면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해외 훈풍도 있었지만 연기금의 지속적인 매수와 쿼드러블 위칭 데이에 따른 90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도 물량을 무사히 받아 넘기면서 1400P에 대한 믿음을 가져주게 하였다.

 

그러나 1400의 지지는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편안한 추석연휴가 미국에서 날아온 투자은행들의 파산과 매각소식에 갑자기 무거워졌다. 그 동안 9월 위기설의 무사통과와 연기금의 매수로 인해 수급의 안정, 그리고 유가의 급락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상황이었지만, 갑작스런 해외 악재에 연휴 동안 열리지 않았던 한국시장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달간 그 어느 재료보다 강력한 9월 위기설이 무사히 지났다고 하지만 이러한 소동으로 인해 한국의 경제가 그 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고 이번 글로벌 금융기관의 소용돌이에, 체격적으로는 많이 컸지만 체질적으로는 성숙되지 않은 한국 금융시장은 풍랑속에 조각배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승 반전을 노렸던 한국증시는 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그 조정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연기금의 매수로 인해 안정을 찾아가던 수급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불균형이 예상된다. 어느 정도 연기금이 제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시장의 충격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기관이 리먼 브라더스에 투자한 금액은 7억 2천만달러로 대부분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한 한국투자공사는 BOA가 주당 29달러에 메릴린치 주식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있어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부적인 협의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직접적인 손실은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외평채의 발행이 연기되는 등 해외시장에서 달러의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걱정이다.

                                                                                                                                                                      한국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가 외환시장에 혼란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위기설에다 고유가와 정부가 잘못된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환율상승을 유도하면서 수입물가가 급등했다. 내수가 어려운 상황을 연출하고 기대했던 수출마저 세계 경기의 침체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안한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 들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의 9월 위기설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려인 것이다.

 

어려운 펀드멘탈 속에 단기 수급 불안과 불확실성 확대 불가피

 

기본으로 눈을 돌려 보자. 지금까지 주가를 폭락시킨 주범이 어디인지 초점을 다시 맞추어야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경제지표의 악화가 바로 그것이다. 한 바탕 소동이 끝나고 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여전히 주변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악화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 5.6%, 생산자 물가 12.3%로 다소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지만 변동성이 심한 원유와 식량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4.7%로 여전히 상승중에 있어 한국은행의 목표치보다 현저하게 높은 상태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대외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한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으며 앞으로 비슷한 혼란을 겪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아직 불확실성이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시장은 여전히 변동성을 확대하면서 불안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경기의 침체로 인해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가 하락과 정부의 감세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힘든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자산 디플레가 심화되고 이에 따른 내수 경기의 침체와 금융기관의 대출 억제로 중소기업의 자금 경색은 변한 것이 없다.

 

지난주를 고비로 표면적인 불안감을 모두 해소한 증시는 외국인들의 매도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기금이라는 거대한 지원군이 어느 정도까지 투자를 확대하느냐가 지금의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선에서 막을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기금의 매수는 유가의 하락과 해외 금융시장의 일시적인 안정화로 인해 가능했던 것으로 국내에서 통제 가능한 변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쉽게 마음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선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로 가면 갈수록 하향 되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시장의 상승에 한계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번 미 금융시장의 불안은 한국시장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김정일의 와병설로 인한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9월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연기금을 바라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지만 인위적인 개입보다는 자연스러운 치유가 필요하다.

 

외국인들의 매수 종목이 어느 것인지 눈에 불을 켜고 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 주도권이 기관으로 넘어오면서 이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심하기엔 이르지만 최악의 상황을 넘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시장이 어려울 때는 펀드멘탈에 주목하는 것은 기본이라는 생각은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부화뇌동해서는 안된다. 귀가 엷어져서는 안된다. 상황은 최악이지만 위험이 해소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호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부동화된 자금이 단기 급락으로 시장에 수혈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정부의 정책적인 신뢰 회복은 극복 시기 앞당긴다

 

살아나려고 몸부림치는 증시에 무거운 바위 덩어리가 떨어진 기분이다. 바위 덩어리가 떨어진 것에 넋 놓고 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바위 덩어리를 치우고 길을 뚫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아직 완전한 치유는 아니지만 태안 앞바다가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재앙속에서 희망의 씨앗이 트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속에서 그 기간이 다소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희망은 잃지 말아야 한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해외 시장에 많이 노출된 한국으로서는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과 중소기업의 어려움,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 등으로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도덕적 해이라는 욕을 먹고 있지만 그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그 방향성마저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구호가 난무하기 보다는 같이 어려움을 함께 할 수 있는 신뢰 형성이 먼저이다. 국민들이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면 이 어려운 상황에 대한 극복 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2008.09.16 10:49ⓒ 2008 OhmyNews
#증시전망 #증시 #금융위기 #리먼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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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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