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노모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니 "얼라? 왜 자꾸 사진을 찍고 그러다냐?" 하신다.
장재완
눈치 빠른 분들은 예상하셨겠지만, 그것은 바로 '뽀샵(포토샵)'효과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뽀샵은 젊은이들이 자기 얼굴을 '샤방샤방'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선명효과도 주고, 밝기도 조절하고, 잡티도 제거하고…. 그렇게 성형(?)을 하지만, 어머니 사진의 뽀샵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5일 장터 떠돌이 사진사는 아예 어머니 얼굴 전체를 들어냈다. 이 사진사가 성형의사였다면, 아마도 영화 <페이스 오프>에 출연했을지 모른다.
자세히 사진을 뜯어보니, 머리 모양을 가다듬고, 눈썹을 그리고, 주름을 펴고, 입술 라인을 그려 색감을 입혔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입었던 옷을 날린 후 얌전한 한복으로 갈아 입혔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 속 어머니와 실제 어머니는 눈동자·코·귀만 닮았을 뿐, 나머지는 다 가짜라는 이야기다.
거기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올해로 팔순이 되신 어머니가 20년은 젊어 보이니 나쁠 것도 없고, 그래도 나름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 하시는 사진을 나중에 영정 사진으로 쓰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그러나 최소한 자식들은 사진의 주인공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전문가가 아니라 그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왠지 어색한 '뽀샵'의 조합은 너무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저 사진 어디에서 찍었어요?""장에 가서 찍었지, 5만원 주고…. 이 동네 사람들 거짐 다 찍었어.""5만원이나? 근데, 어머니인지 잘 몰라보겠는데?""긍게, 참 신기허데…. 그 사람이 그냥 암시케나 찍으면 다 알아서 콤퓨타로 그려준다고 해서 찍었는디…. 오메나 저렇게 곱게 한복을 입혀서 가져왔데…. 신기하게.""저거 그려넣은 게 너무 티 나는데, 다른 분들도 다 저렇게 그렸어요?""아 그럼, 다 똑같여…. 월매나 좋아 저렇게 걸어농게."그랬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아마도 그 장터 사진사는 한 가지 틀에 온 동네 할머니들을 다 꿰맞췄나 보다. 어쩌면 놀이공원에서나 보던 얼굴만 내밀고 찍는 사진과 비슷하리라.
떠돌이 사진사보다는 아들이 찍는 게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