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정지! 사라지는 것은 모두 그립다

등록 2008.09.16 18:33수정 2008.09.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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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에 걸린 추석 보름달 모습이 영영 추억의 뒤안길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이 순간이 그렇게 소중해졌다.
서산에 걸린 추석 보름달모습이 영영 추억의 뒤안길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이 순간이 그렇게 소중해졌다. 정부흥

보름달 정지! 잠깐만!


떠오르는 태양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서둘러 서산을 넘어가려는 추석 보름달을 향해서 소리치면서 카메라를 찾아 장치대에 얻고 급히 마당으로 쫓아나갔다. 없는 시간이나마 나를 위해 계룡산 서부능선의 마루금을 거머쥐고 버티면서 나를 기다려준 보름달이 고맙기 그지없다.

추석 연휴 동안에

시랑헌 출발 후 4시간이 지난 저녁 12시 경에야 비로소 집에 도착하였다. 추석 귀향길의 교통 혼잡을 피해 국도로 국도로 돌아왔다.  아들 운전사와 집사람 항해사 덕분에 나는 시랑헌 출발 때 눈을 감고 계룡산 집 주차장에서 눈을 떴다. 아침 출근을 고려해준 집사람 덕분이다.

추석날 아침에는 4시에 일어나 매일 하는 수행을 서둘러 마쳤다. 집사람과 아들을 재촉하여 차례를 모시고 부모님의 영혼이 쉬고 계시는 백양사 영각당을 향해 출발하니 8시 반이다. 동생을 만나 부모님께 참배하고 점심을 같이했다. 동생가족과 해어져 처가로 향한다. 처가에는 집사람으로 인해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반긴다.

주로 시랑헌 얘기 화제가 되었지만 그 동안 얽히고설킨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다가 이른 저녁을 마치고 올해 돌아가신 장인어른 묘지가 있는 망월동을 찾아 나섰다. 같은 공원묘지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조부와 고조모님께 성묘하고 나니 날이 이미 저물었다.


다음 주말은 딸과 사위가 이번 추석 때 우리를 못 찾아 왔으니 덕산리조트에서 모임을 준비 했단다. 다음 주에는 시랑헌에 올 수가 없기 때문에 단속해야할 일들이 많다. 광주를 출발하여 한밤중에 시랑헌에 이르렀다. 깊은 산중이라 모처럼 오는 아들은 낯설고 무서운 모양이다.

나는 이제야 마음의 안정을 찾은듯하여 자축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에 포치로 나가 탁자를 닦고 포도주와 안주도 챙겼다. 그러나 아들도 집사람도 지친 탓인지 냉담하다. 할 수 없이 혼자서 구름속을 가는 보름달을 쳐다보며 포도주 잔을 기울였다.


이른 아침에 추수에 감사하는 의식을 시작으로 고된 일과가 시작되었다. 종일 충분히 쉬지도 못하고 바쁜 일정으로 강행했던 굴착기 정비(그리스 주입 및 세척), 예초기 벌초와 배추밭 물주기, 밤 줍기 등 대조영 연속극에 나오는 귀부산 노예(집사람은 자주 자신을 귀부산 노예들에 비유한다)들 같이 끝도 없는 고된 중노동을 닥치는 대로 해치운다. 그러나 언제나 귀가 준비에 쫓겨 여유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

참선 중인 나 경지에 이르지 못한 나는 지금도 호흡에 집중하는 수식관을 하고 있지만 참선을 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참으로 편해진다.
참선 중인 나경지에 이르지 못한 나는 지금도 호흡에 집중하는 수식관을 하고 있지만 참선을 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참으로 편해진다. 정부흥

새벽수행 효과

아침의 독서시간 확보는 전날의 사정에 따라 변화가 있기도 하지만 뇌파진동, 생활참선, 108배 수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해오고 있다. 이들 모두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적은 차이는 느끼고 있다.

처음 시작 단계 때에는 머리에 정신을 집중하고 자신을 관찰하다보면 기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통하지 못하고 차단되어 답답함을 느꼈으나 지금은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가운데 뇌관을 통해 좌우측에 고르게 분배되어있는 기의 흐름을 느낀다.

108배 수행을 약 1주일 전부터는 216회로 늘려서한다. ‘들꽃에 대해 감사한다’는 등 기원문에 한번, ‘72번째 절을 올립니다’는 시행문에 한 번씩 절을 하면 같은 시간에 216번의 절을 할 수 있다. 몸의 균형감 특히 자동차 후진 시 어려움이 많이 좋아지고 혈당지수도 정상인들에 가까워 재활에 자신감이 생기나 뇌졸중이라는 병 자체가 차도가 있고 몸 상태가 좋을 때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니 매일 줄타기하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오늘 아침에도 뇌파진동 수행을 마치고 생활 참선을 하고 있는 데 느낌이 이상하여 눈을 돌려 창밖을 보니 보름달이 서쪽 능선에 걸렸다. 나를 불러내는 것 같아 급히 카메라를 챙기고 어떻게 촬영을 했는지도 모른 체 연속하여 3컷을 담고 나니 능선너머로 떨어져버린다. 10초만 늦었어도 보름달의 그 순간을 잡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다.

보름달은 내가 시랑헌을 출발하여 계룡산 집으로 오는 도중에도 나를 따라왔을 것이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5시에 일어나서 뇌파진동 수련을 하는 동안에도, 구름 따라 제 갈 길을 갔을 것이다. 능선에 걸린 그 몇 초 순간이 왜 그렇게 소중했으며 그렇게 서둘러야 했을꼬?

뇌파진동, 생활참선, 백팔배수행

뇌파진동은 나의 건강을 걱정한 고등학교 동창이 보내준 책을 읽고 시작하였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복잡한 문제에 몰입하다보면 머리를 흔드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행동은 뇌를 재 시동하기 위한 자율신경의 반응이라는 생각이다.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 약 6만 가지 일들을 생각하고 이중 90%이상이 어제와 같은 생각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뇌파진동> 책은 1985년  기수련과 명상을 보급을 위한 단학선원을 설립한 이승현씨가 저술하였다. 최근에는 우리민족의 전통 심신수련법인 단학을 현대화하여 세계적으로 300여 개의 기수련과 뇌호흡 센터를 설립하여 심신수련법을 보급하고 있다. 나는 초보자이라 매일 아침 약 10여 분 간 머리를 좌우, 상하, 회전하면서 뇌의 활성화를 위한 운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생활참선은 꽤 오래 전부터 박희선 옹의 <생활참선>이라는 책을 읽고 시작한 수행이다. 2005년에는 남해 오곡도 수련원에서 장희옥 원장과 김사업 법사가 지도하는 5박6일 수련회도 참가하는 등 관심이 많았던 수행법이다. 집중적인 수행은 신비의 체험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으나 집에서 하는 매일 30여분 수행은 명맥 잇기에 불과하단다. 언젠가 선지식을 만나 본격적인 수행을 하고 싶어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108배 수행은 지난 6월 1박2일 금산사 탬플스테이를 다녀오면서 관심을 갖고 지금까지 계속해오는 수행이다. 생로병사의 비밀이나 108배에 관한 책을 탐독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운동이고 수행이라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하는 수행이다.

나이 들고 병들면 가장 먼저 심장에서 가장 먼 곳인 엄지발가락의 혈액순환기능이 저하되고 신경이 마비되어 괴저가 생기기 시작한다고 한다. 108배는 엄지발가락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이다. 또, 머리를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까지 회전운동으로 올리고 낮춤으로써 뇌혈관을 확장하여 혈류량을 늘리는 탁월한 운동이란다. 108배 수행은 운동의 효과 외에도 영적 성장을 위한 명상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어디서 온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의 환영과 웃음 속에서 나 혼자 울면서 이 세상에 왔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가겠지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울더라도 나 혼자 서둘지 않고 여유롭게 웃으면서 길을 가는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서 유유히 홀로 제 길을 가는 달에게 그 순리를 배워서  순간순간 깨어있는 상태가 연속되는 삶을 살아야겠다.

야생국화 가을을 상징하는 야생국화가 매년 때가 되면 집 뜰에 무리를 이룬다.
야생국화가을을 상징하는 야생국화가 매년 때가 되면 집 뜰에 무리를 이룬다. 정부흥
 철 늦은 넝쿨장미꽃이 외롭게 피어 새벽이슬에 젖어있다.
철 늦은 넝쿨장미꽃이 외롭게 피어 새벽이슬에 젖어있다. 정부흥

집 뜰엔 야생 국화가 제철을 맞았고, 홀로 남은 넝쿨장미는 혼자 외롭기 짝이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 외롭고 외롭지 않고를 떠나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도를 아는 이들은 가는 길에도, 다시 돌아오는 길에도 집착이 없어 순리적이다.

그러나 나에겐
추석 보름달도, 제 철을 맞은 야생국화도, 외로운 넝쿨장미도…
사라지는 것들은 모두 그립다.
#추석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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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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