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요구는 이상한 나라 앨리스 증후군"

강선주 창원중부경찰서장 <경남매일> 기고글 논란... 누리꾼, 지지-비난 글 올려

등록 2008.09.19 12:05수정 2008.09.1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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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창원중부경찰서장이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과 관련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라 표현하자 네티즌들은 창원중부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 윤성효

강선주 창원중부경찰서장이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과 관련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라 표현하자 네티즌들은 창원중부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 윤성효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가 종교편향으로 갈등이 깊은 가운데, 일선 경찰서장이 불교계의 4대 요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으로 표현해 논란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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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창원중부경찰서장 ⓒ 박효종

강선주 창원중부경찰서장 ⓒ 박효종

강선주 창원중부경찰서장은 17일자 <경남매일> 발언대란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그러자 창원중부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수십개의 글이 게재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서장은 "이념적, 세대적, 지역적, 계층적 갈등이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상대를 인식하는 방법들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를 느끼게 한다"며 "지금 한창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과 관련한 요구사항만 보더라도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강 서장은 "지난 촛불시위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진압과 총무원장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은 법치의 잣대에 비추어 정당하고 합법적인 공무집행"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법에 의해 임기가 보장된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불법집회 수배자들의 수배해제까지 요구하는 불교계의 초법적인 처사야 말로 법과 현실을 왜곡하고 정당한 법집행을 불법으로 치부하는 환영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9일 오후 4시경 경찰이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검문검색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에 대해 강 서장은 "총무원장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은 법치의 잣대에 비추어 정당하고 합법적인 공무집행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서장은 "중곡(衆曲)의 세상에 목탁을 쳐, 올바로 깨우치고 굴절 없이 바로 보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곧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불심"이라며 "부처님의 무량한 자비가 (중략)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실상(實相)을 바로 볼 수 있는 청명한 반야지혜를 주었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강 서장의 글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18일부터 창원중부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수십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강 서장의 주장에 "속시원하다"고 하는 등 지지한다는 글도 있지만 비난하는 글이 더 많다.

 

누리꾼들은 "강선주 서장은 곧 경남지방경찰청장 되겠네"라거나 “이상한 나라의 경찰서장님", "진급하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요", "이상한 나라의 경찰" 제목으로 비판 글을 올리고 있다.

 

아래는 강선주 창원중부경찰서장의 글 전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참말로 이상한 일로 가득 찬 나라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현실은 왜곡되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짧은 것을 길게, 긴 것을 짧게. 지금 이 나라에서는 이런 ‘이상한 나라의 증후군’이 만연하다는 것입니다.

 

사물이 갑자기 작게 보이거나 지나치게 크게 보이고 왜곡된다면 재미있기도 하겠지만 아주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단순히 신기한 시각적 환영으로 가볍게 넘기기에는 우리 현실이 너무 심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작은 것으로 큰 것을 가리는 황당한 놀음에 빠져들고 있는 듯 합니다.

 

이념적, 세대적, 지역적, 계층적 갈등이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상대를 인식하는 방법들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를 느끼게 합니다. 지금 한창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과 관련한 요구사항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지난 촛불시위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진압과 총무원장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은 법치의 잣대에 비추어 정당하고 합법적인 공무집행이었습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법에 의해 임기가 보장된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불법집회 수배자들의 수배해제까지 요구하는 불교계의 초법적인 처사야 말로 법과 현실을 왜곡하고 정당한 법집행을 불법으로 치부하는 환영에 빠져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큰일은 오히려 작게 보이고, 큰일을 도모코자 함에 있어 발생하는 사소한 일은 아주 크게 보이는 이 현상은 분명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입니다. 모두들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알고 싶은 대로만 믿으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 날 우리 사바세계는 이상한 나라처럼 혼돈과 왜곡에 휘말려 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바로 행동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중곡(衆曲)의 세상에 목탁을 쳐, 올바로 깨우치고 굴절 없이 바로 보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곧 상구보리(上求普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불심(佛心)입니다. 석가가 보리수 아래 6년 수행을 하고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또한 같은 연유입니다.

 

부디 부처님의 무량한 자비(慈悲)가 이 나라를 뒤덮고 있는 불신과 갈등, 혼돈과 왜곡의 안개를 말끔히 걷어내고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실상(實相)을 바로 볼 수 있는 청명한 반야지혜(般若智慧)를 주었으면 합니다.

2008.09.19 12:05 ⓒ 2008 OhmyNews
#종교편향 #강선주 #경찰서장 #불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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