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매장에 맞서 1인시위 등을 해오던 영세 입점상인이 주차장에서 사망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임아무개(53)씨는 지난 9월 22일 오전 9시23분경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소재 A대형매장 주차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곧바로 119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후송되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담당의사는 '좌심실 비후증을 동반한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3일 부검을 실시한 울주경찰서는 타살 의혹은 없다고 밝혔다. 담당 경찰관은 "임씨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해 있었으며, 타살 의혹도 없다"면서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조직검사 등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남편과 3명의 자녀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A대형매장이 영세상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르지 않고, 26일에는 원혼제를 지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다.
임씨, 지난 4월부터 매장 앞 1인시위
임씨는 지난 4월부터 A매장 언양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여 왔다. 임씨는 A매장 언양점에서 세탁소를 운영해 왔는데, A매장 측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 A매장 측은 고객들에게 임씨 세탁소에 세탁물을 맡기지 말 것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임씨는 세탁소 안팎에 "세탁소 영업 계속합니다" "정말로 억울하고 억울합니다. 저희들을 좀 도와주십시요"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어 놓기도 했다. A매장 측은 임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냈는데,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임씨는 1998년 7월 A매장 언양점에서 임대료를 내고 세탁소를 운영해 왔다. 이어 임씨는 2001년 8월 A매장 부산 남천점에도 입점했으며, 2003년 4월 A매장 동래점에도 입점했다. 언양점은 2002년 7월 임대료를 인상하면서 1년단위 재계약을 했다.
A매장은 2004년 12월 임씨가 운영하던 남천점과 동래점의 세탁소를 ㄴ그룹 계열사 세탁업체에 넘긴다면서 퇴점 조치를 내렸다. A매장은 언양점에 있는 세탁소까지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임씨는 보상을 요구하며 버텼던 것.
유가족들은 "임대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는데도 ㄴ그룹 계열사 세탁업체에서 자리를 비워 달라고 요구해 왔다"며 "애초 연간 매출액 수준인 5000만원 정도의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보상해 주지 않고, 2000만 원만 줬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ㄴ그룹 계열사인 세탁업체에서 언양점을 인수할 때 모든 시설비를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남천점과 동래점 세탁소를 넘겨주었다"면서 "A매장과 ㄴ그룹 계열사인 세탁업체는 시설비를 보상해 주지 않으면서 매장에서 내쫓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A매장 언양점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나가지 않자 A매장은 2006년 4월 법원에 건물명도소송을 냈다. 올해 1월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고등법원은 A매장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임씨는 "점포를 명도할 경우 A매장이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며 증인으로 김아무개씨를 내세웠다. 보상 지급 약속은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았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김아무개씨를 증인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다른 증거가 없다"며 A매장의 주장을 인정했다.
유가족은 "임씨는 억울하다며 오랫동안 1인시위를 하고, 고통에 시달렸던 것 같다"면서 "이전에는 건강했는데 대형매장과 다투면서 심장이 많이 약해졌고, 결국 사망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A매장 측 "고인한테 지병 있었다"
A매장 부산지점 관계자는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한테는 죄송스럽다"면서 "부검 결과 고인한테는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포와 관련해 법정 싸움을 비롯해 논란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사망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지금 상태에서 섣불리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2008.09.24 14:4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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