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구둔마을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서울(청량리) 가는 길목이 되어준 구둔역. 2년 후 덕소-원주 간 중앙선 복선 공사가 끝나면 구둔역은 역 본래의 기능을 잃는다. 맨 왼쪽 큰 나무가 구둔역과 역사를 함께 한 은행나무다.
김동욱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일신리에 있는 구둔역은 철도공사가 추천하는 가을 여행지 중 한 곳이다. 일제시대 때 지어진 역사(驛舍)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고, 주변 농촌 풍경이 고즈넉해서 가을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곳이다.
그러나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구둔역은, 굳이 마음먹고 찾아갈 만한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뭔가 그럴싸한 걸 바란다면 구둔역은 마땅히 후보지에서 제외될 곳이다. 하지만 적당히 맑은 날의 호젓한 가을풍경을 담고 싶다면 이만한 곳도 없을 성싶다.
70년 고단한 세월의 구둔역서울에서 양평 가는 6번 국도를 따라 양평읍-용문면에서 지제면을 지나 여주 쪽으로 꼬불꼬불 짧은 전양고개를 넘는다. 고개 내리막 끝지점에 비로소 중앙선 철길 건널목이 나타난다. 철길 건널목을 건너서 살살이꽃(코스모스)이 예쁘게 피어있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천천히 가다보면 일신리 마을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