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섬겨 흉내 내기 바쁘니 내 것 만들 틈이 없구나'

'한민족의 뿌리, 단군조선을 찾는다' 학술 세미나 열려

등록 2008.10.04 16:45수정 2008.10.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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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은 "민족사학자에 대한 연구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금 국내에 연구를 지원하는 재단이 많이 있지만 지원금은 대체로 강단사학자들에 의해 독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에 묶여 제도적으로 민족사학자들에게는 수혜의 길이 막혀 있다"며 민족사학자들에게 막혀 있는 연구지원금의 실태를 지적했고, "그래서 민족사학계에서 식민사학을 뒤집을 만한 역작이 나오질 않고 있다. 충분한 문헌자료와 고고자료를 바탕으로 안정된 가운데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민족사학에 대한 전폭적인 연구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전국의 역사학자들과 각계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국제신문 중강당에서 ‘한민족의 뿌리, 단군조선을 찾는다’는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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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왕검 영정 박성수 교수는 "단군조선은 우리민족의 시작이요 인류역사의 시작이기도 하다"며, "이제 서구문명의 역사가 끝나고 새로운 동양문명의 시대가 시작되려는 전환기에 단군을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우성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선 ‘살아있는 가야사 이야기’의 저자 박창희 국제신문 부장은 “올해 2008년은 단기(檀紀) 4341년이다. 고려말 공민왕 때의 백문보가 ‘단기’ 사용을 처음 제안하였으며,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직후인 1948년 9월 25일에 대한민국 법률 제4호 ‘연호에 관한 법률’에서 단기가 공식적으로 쓰였다. 그러나 박정희가 5·16 군사정변을 일으킨 후인 1961년 12월 2일에 폐지 법령을 선포하여 1962년 1월 1일부터 공식적인 사용을 중단시켰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는 다시 ‘단기’를 부활해야 한다. 그래야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가 드러나고, 민족의 뿌리에 대한 혼란이 사라진다”며 강한 어조로 ‘단기’ 재사용을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비교적 강단사학과 재야사학의 중간자적인 입장에 섰던 한규철 경성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탈근대 내지 포스트모던의 풍조하에서, 탈민족 내지 국사 해체를 주장하는 견해들이 일견 일리도 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이 국사 체나 탈민족의 주장에 이르러서는 한국사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와 역사의 전개과정을 단순하게 서양사 이론에 잘못 적용하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수는 이어서 “자주 영국 브린튼 섬의 예를 들어서 탈민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곳이나 유럽은 지금에도 ‘민족’이 형성되고 있는 지역이기에 이곳과 한국사의 ‘민족’을 바로 대비하는 것은 무리다. 700년 왕조나 500년, 1000년 왕조가 이어갔던 한국사는 그와는 다른 공동체임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구려와 발해 손을 자처하는 국민(민족)이 한국인 에 없다는 기억공동체적 의미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역사가들은 타민족과 다른 한민족 의 독특한 역사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세미나 발제자로 나온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성수 교수는 “세계사는 서유럽 중심의 역사이며 지난날의 동양사는 중국 중심의 역사인데 모두 왜곡되었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한·중 간에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이 전쟁의 시작은 18세기였다”며 중국 동북공정의 시원을 밝히기도 했다.

계속해서 박 교수는 “청나라의 건륭제가 중원을 통일하여 자기네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고, 그가 편찬한 청의 <이십오사(二十五史)>와  <만주원류고>에 우리 민족사의 중요한 부분인 부여, 읍루, 산한, 백제, 신라, 말갈, 발해의 역사를 모두 만주족의 역사로 편입시켰다. 우리 민족사의 중심부가 송두리째 만주사로 도둑질 당했다”고 울분을 토했으며, “<만주원류고>의 내용을 볼 것 같으면 청(淸) 왕조가 백두산 동쪽에서 발상하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백두산을 비롯한 여러 명산들을 성역화하고 역대 청황제가 친히 순수(巡狩)하거나 멀리서 시를 지으면서 망제(望祭)를 지냈다 하여 우리의 백두산을 자기 것이라 우기고 있다”면서 “만일 청이 망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민족의 성산 백두산은 영영 그들에게 빼앗기고 우리 역사는 모조리 만주사로 편입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며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도 “우리 역사학계의 지난 60년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면 한사군을 대동강유역에 비정함으로써 싸우지도 않고 스스로 자국의 영토를 한반도 안으로 축소시키는 우를 범했고 단군조선을 신화로 치부하여 실재 역사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반만년의 유장한 역사를 스스로 그 길이를 잘라 단축시키는 잘못을 저질러 왔다”며 “이제는 중국과 일본, 서구의 눈으로 우리 역사를 보지 말고 우리의 눈으로 우리 역사를 보는 역사관이 필요하다”며 역사주권에 대한 인식을 촉구했다.

세미나 발제 말미에 박성수 교수는 포성이 울리지 않는 역사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위기의 순간에 우리국민들이 한민족의 뿌리역사인 상고사에 더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하면서 다산 정약용선생의 말을 인용했다.


안타깝다! 우리 민족이여!
좁은 우리 속에 갇혀 있구나!
삼면은 바다로 싸이고
북쪽은 높은 산이 주름잡아
사지를 늘 꼬부리고 있어야 하니
어찌 큰 뜻인들 펼 수 있을까
남을 섬겨 흉내 내기에 바쁘니
제정신을 차려 내 것 만들 틈이 없구나
차라리 단군시대의 꾸밈없는 시절만 못하구나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단군조선 #단군왕검 #단군 #고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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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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