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 야당' 김성식, 강만수 장관과 맞장

[국감-주목! 이 사람] 강 장관 "오해 말라" 불쾌감 표시하기도

등록 2008.10.06 20:51수정 2008.10.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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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장에서 장관이 여당 의원에게 언성을 높이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개혁성향의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김 의원은 강 장관을 상대로 경제정책의 잘못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이에 강 장관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한때 국감장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강 장관 "내 발언 어떻게 그렇게 소상히 조사했나"

 

a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이 6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18대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이 6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18대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이 6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18대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강 장관은 김 의원의 첫 질문부터 못마땅한 심경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질의 초반, 강 장관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로 임명됐던 지난해 12월 26일 "경제성장의 제1법칙은 저세율과 저금리"라고 발언했던 점을 거론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본격적 질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강 장관이 말을 막고 나섰다.

 

강 장관은 "그 시간에 신문에 난 그 많은 발언을 어떻게 그렇게 소상하게 조사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되려 김 의원에게 "어느 신문에 그런 보도가…, 어느 신문 보도인지 얘기해주시면 좋겠다"고 묻기도 했다.

 

또 강 장관은 "워낙 기자실에 사람도 많고 어수선할 때라 어떤 때는 인터뷰하지도 않았는데 한 걸로 나오기도 했다"며 "어느 신문에 실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견해가 (언급된 내용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김 의원이 뭘 생각하고 이런 질문을 하는지… 현 순간까지도 모르니 답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거듭 김 의원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강 장관은 다소 흥분한 듯 여러차례 말을 더듬기도 했다.

 

그러자 김 의원도 "불필요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강 장관의 태도를 지적했다.

 

김성식 "불필요한 이야기 말라"... 서병수 위원장도 "겸손하라" 장관 제지

 

이후에도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은 계속됐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25일 강 장관이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 강연 때 발언 등을 인용하며 "저세율·저금리 정책을 펼 의사를 가졌던 것은 사실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국제 경제 환경이 나빠지는 가운데 초기에는 금리 인하 발언을 하면서 한국은행과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장관은 "그것은 경제학에 나오는 일반적 이야기를 말한 것"이라며 "환율 문제로 한은과 다투지도 않았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원인에 대해 (한은 총재와) 상반된 견해가 있었을 뿐"이라며 "단편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강 장관은 "김 의원도 저와 직접 대화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제가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고환율 정책을 폈다고 얘기하면 되느냐. 제가 무슨 고환율 정책을 썼느냐"고 쏘아붙였다.

 

강 장관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이 나서서 강 장관의 태도를 꾸짖기도 했다.

 

서 위원장은 "장관은 사실에 근거해서 답변해 달라"며 "고환율 정책을 활용했느냐 안했느냐를 가지고 여러 의원들과 자꾸 다툼이 있는데 시장에서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 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질의는 개인의 주장이 아니다"라며 "국감은 국민을 대표해 국민의 생각을 전하는 자리이니 겸손하게 답변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의원도 질의를 마치면서 강 장관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생산적 경제정책 논쟁이 되길 바랐는데 장관의 태도 때문에 초점이 어긋나 버렸다"고 말했다.

 

a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6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18대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6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18대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6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18대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김 의원 보도자료에 감정 격해져... 오해 많다"

 

강 장관이 이날 김 의원의 질의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김 의원이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 때문이었다. 김 의원은 여기에서 현 정부의 환율정책과 감세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환율개입·저금리·저세율'은 현 경제팀의 3대 구발전 노선"이라며 "환율정책도 초기에는 경상수지, 나중에는 물가억제 도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경제팀은 경상수지 균형에 집착하면서 고환율 정책을 추진해 지난 2월 29일~3월 18일 사이 불과 18일 만에 84.4원 급등했다"며 "6월에 들어서야 물가불안의 심각성을 인식했으나 실효성있는 물가안정 대책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 장관의 실책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감세정책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9월 위기설의 정점인 9월 1일 감세정책을 발표했다"며 "감세정책은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정책으로 재정 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일갈했다.

 

강 장관은 이날 답변을 마치면서 김 의원에게 못내 서운한 감정을 나타냈다. 강 장관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김 의원의 보도자료를 보고 상당히 격한 기분이 들었다, 내용이 너무나 뭐랄까, 저의 진의랄지 (정책의) 내용을 오해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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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6 20:51ⓒ 2008 OhmyNews
#국정감사 #김성식 #강만수 #서병수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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