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당신을 추종하나?" "말도 안되는 추정"

[국감-교육과학기술위] 정두언 의원 추궁에 김한종·서중석 교수 '분노'

등록 2008.10.06 21:17수정 2008.10.0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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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의원식 '북한 추종자' 해석법은? 6일 오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에서 정두언 의원은 이른바 '좌편향 교과서'라고 명명한 금성교과서 대표저자인 김한종 교수를 '북한 추종자'로 몰았다. ⓒ 문경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6일 오후 세종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국정감사에서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 일부가 북한 역사 교과서를 베꼈다'며 '북한학술서 현대조선역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6일 오후 세종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국정감사에서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 일부가 북한 역사 교과서를 베꼈다'며 '북한학술서 현대조선역사'를 들어 보이고 있다.권우성

노(老) 역사학자와 '한때' 권력 실세로 불린 국회의원의 설전.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가 열린 6일 오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16층은 때 아닌 색깔론 등장으로 격앙된 고성이 오가는 일이 벌어졌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인 인물은 바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증인으로 출석한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금성출판사 교과서 저자),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이날 정 의원은 집요하게 두 역사학자와 북한의 관련에 대해서 추궁했다. 색깔론을 제기한 것.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논란과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두 역사학자는 여러 의원들의 질의에 차분하게 답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제기한 색깔론’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강경한 자세로 받아쳤다.

권력 실세의 색깔론 제기, 노(老) 역사학자의 분노

특히 서중석 교수는 "(정두언 의원이) 억지 중의 억지를 부린다"라고 소리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아래는 정 의원과 두 역사학자가 주고받은 설전 전문이다.

정두언 "비교한 자료를 보면 북한 역사책과 금성교과서가 대부분 흡사하다."
김한종 "어떤 게 흡사한지 말해 달라."
정두언 "우연의 일치인가?"
김한종 "아니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정두언 (말을 끊으며) "그럼 북한이 그대로 (당신의 역사책을) 따른 것인가?"
김한종 "일치한다고 했는데, 어디가..."
정두언 (다시 말을 끊으며) "안병만 장관도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유가 뭔가?"
김한종 "부정한 적 없다!"
정두언 "그럼 본인이 한 일을 부정하는 건가?"
김한종 "(내가) 북한의 역사를 따른다고 했는데..."
정두언 (또 말을 끊으며) "(북한의) 지침 때문에 쓴 것인가, 아니면 본인 소신인가."
김한종 "어떤 부분인지(어떤 부분이 북한 책과 똑같은지) 말해 달라."
정두언 "본인이 더 잘 알 텐데. 북한 역사관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으니까."
김한종 "......"
정두언 "교과부의 수정 요구안에 대해서 응하지 않으면 교과서가 폐지될 수 있다. 어떤 일이 전개될지 알 수 있을 텐데... 마음의 준비를 하라."

이어 정 의원은 바로 서중석 교수에서 질의했다.


 김한종 교수와 서중석 교수는 6일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두 교수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에게 집중적인 '색깔론' 추궁을 받았다.
김한종 교수와 서중석 교수는 6일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두 교수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에게 집중적인 '색깔론' 추궁을 받았다. 박상규



정두언 "금성교과서 탄생에 참여했나?"
서중석 "그런 적 없다."
정두언 "그럼 그 교과서에 동의하나?"
서중석 "(단호하게) 그렇다."
정두언 "국사편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나."
서중석 "그렇다."
정두언 "국방부 등에서 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물을 텐데 어떻게 답할 생각인가?"
서중석 "구체적으로 내용을 봐야 답할 수 있다."
정두언 "증인의 평소 대한민국에 대한 견해는 북한의 입장과 거의 같다."
서중석 "억지 중의 억지다!"
정두언 "무슨 억지! 내용이 다 그런데."
서중석 "책을 읽어 보지도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두언 "그럼 북한이 본인의 역사관을 맹추종하고 있는 것인가?"
서중석 "말도 안되는 추정을 하고 있다!"
정두언 "본인이 이 자리에서 떳떳하게 밝힐 줄 알았는데, 스스로 자기 부정을 하고 있다."
서중석 "그렇지 않다."
정두언 "아주 놀랍다."
서중석 "전혀 놀랄 일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서 교수는 정 의원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정두언 "북한이 본인 추종하나?" - 서중석 "말도 안되는 추정"

양쪽이 주고받은 대화가 너무 거칠어서였을까.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증인들이 죄인으로 나온 게 아닌데, 마치 피고인을 취조하는 분위기"라며 "증인을 협박하는 듯한 인격적 모욕을 느끼게 하는 말은 삼가해 달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 외에도 많은 한나라당 의원은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은 "(2002년) 금성교과서 검정 당시 검정위원 10명 중 7명이 교과서 내용이 편향돼 있다고 지적했는데도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며 "국정감사를 실시해서라도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 역시 "우리나라 건국은 국제적인 공인을 거쳤는데도, 정통성에 대한 확실한 언급이 교과서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성교과서가 펴낸 근현대사 교과서의 대표 저자인 김한종 교수는 "교과서에 '정통성'이란 단어를 꼭 넣어야 국가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이냐"며 "내가 쓴 교과서가 좌편향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통과가 돼 이미 6년째 사용 중인데 올해 이렇게 문제가 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날 교과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역사교과서 논쟁만 지리하게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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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정두언 #서중석 #김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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