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43) 명실 공히

[우리 말에 마음쓰기 441] '명실 공히 선포', '명실 공히 꼬마 재사' 다듬기

등록 2008.10.07 11:58수정 2008.10.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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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명실 공히 1

.. 반민특위 간부들이 친일경찰들에게 피투성이가 되어 끌려갔던 그날로 대한민국은 명실 공히 친일파 공화국이 선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  <조문기-슬픈 조국의 노래>(민족문제연구소,2005) 171쪽


“선포(宣布)된 것이나”는 “들어선 셈이나”나 “이룩된 셈이나”로 손질해 봅니다.

 ┌ 명실(名實) : 겉에 드러난 이름과 속에 있는 실상
 │   - 그 교수는 명실 공히 한국 최고의 물리학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 공히(共-) = 모두
 │   - 두 사람 공히 해당되는 일이다 / 군관민 공히 사회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
 ├ 명실 공히 친일파 공화국이 선포된 것
 │→ 세상에 친일파 공화국이라고 알린 셈
 │→ 누가 보아도 친일파 공화국이 들어선 셈
 │→ 어느 모로 보나 친일파 공화국이 된 셈
 │→ 겉과 속 모두 친일파 공화국이 이룩된 셈
 └ …

사람들이 쓰니까 쓰는 말이 있습니다. 남들이 쓰니까 그예 따라서 쓰는 글이 있습니다. 뜻이 무언지 모르면서 쓰는 말, 뜻이 어떠한 줄 모르면서 쓰는 글이 있습니다. 제 느낌인데, ‘명실’이라는 낱말도, 또 ‘명실’을 앞에 넣은 ‘명실 공히’라는 말투도, 뜻을 제대로 모르면서 그냥저냥 쓰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 누가 보아도 / 누가 생각해도
 ├ 모두한테 / 모두가 / 모든 사람이 한목소리로
 ├ 어느 모로 보나 / 어느 모로 보든
 └ …

주고받으라고 하는 말이지 혼자만 알면 그만인 말이 아닙니다. 함께 나누자는 글이지 쓰는 이 혼자서만 생각하고 그치는 글이 아닙니다.


주고받으려는 말이 되려면 말하는 이 스스로 듣는 이 눈높이와 눈길에서 헤아리고 생각하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함께 나누자는 글이 되려면 글쓰는 이부터 나서서 읽는이 마음밭과 생각밭을 곱씹고 되새기고 알아보아야 합니다.

알맞는 자리에 알맞춤하게 말을 하도록 매무새를 다스릴 노릇입니다. 걸맞는 자리에 잘 들어맞게 글을 쓰도록 마음가짐을 다독일 노릇입니다. 말 한 마디로 아름다운 세상을 가꿀 수 있습니다. 글 한 줄로 새롭게 거듭나는 세상에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로 넉넉히 사랑을 나누게 되고, 글 한 줄로 따숩게 믿음을 주고받습니다. 말 한 마디로 살포시 어루만지는 이웃이 되고, 글 한 줄로 싱긋벙긋 웃음이 묻어나는 동무가 됩니다.


ㄴ. 명실 공히 2

.. 동네에서는 물론 전 학교에서도 싸움도 제일 잘했기 때문에 명실공히 문무를 겸한 꼬마 재사였다고나 할까 ..  《조태일-시인은 밤에도 눈을 감지 못한다》(나남출판,1996) 18쪽

“동네에서는 물론(勿論)”은 “동네를 비롯해서”나 “동네뿐 아니라”나 “동네에서, 또”로 다듬어 봅니다. “전(全) 학교에서도”는 “학교를 통틀어”로 손보고, ‘제일(第一)’은 ‘가장’이나 ‘누구보다’로 손보며, “문무를 겸(兼)한”은 “문무를 함께 갖춘”으로 손봅니다. ‘재사(才士)’는 ‘재주꾼’으로 고쳐씁니다.

 ┌ 명실공히 꼬마 재사였다고나 할까
 │
 │→ 누가 뭐래도 꼬마 재사였다고나 할까
 │→ 그야말로 꼬마 재사였다고나 할까
 │→ 이른바 꼬마 재사였다고나 할까
 │→ 당찬 꼬마 재사였다고나 할까
 └ …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말을 들을 때, 또 ‘명실 공히’라는 말을 들을 때, 늘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쓸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이 말을 쓰는 분들은,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생각해 볼까요. 이 말을 쓰는 분들은 무슨 뜻인지 찬찬히 알면서 쓰고 있을까요.

(통째로 손질하기)→ 동네에서뿐 아니라 학교를 통틀어도 싸움도 가장 잘했기 때문에 누가 보아도 힘과 슬기를 두루 갖춘 꼬마 재주꾼이었다고나 할까

처음부터 확 와닿는 말,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 누구나 스스럼없이 쓸 수 있는 말로 이야기할 수 없었을까 궁금합니다. 노래 한 가락을 뽑아도 누구나 즐겁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신나기 마련이고, 춤을 추어도 다 함께 엉덩이를 씰룩씰룩 어깨를 들썩들썩 할 수 있을 때 훨씬 신나기 마련입니다. 말과 글도 마찬가지라고 느껴요. 누구나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말, 누구나 그 자리에서 따라 쓸 수 있는 말, 배운 이든 못 배운 이든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할 수 있는 말이 참된 말이요, 우리가 쓸 말이라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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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한자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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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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