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22) 기업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444] ‘저만 아는’ 모습과 ‘개인주의화’

등록 2008.10.10 11:38수정 2008.10.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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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개인주의화되다

 

.. 현대 일본의 모든 젊은이에게 공통된, 너무 개인주의화되는 바람에 그만 생명감을 잃고 만 오늘날의 청년 문화에 대한 질타가 있다 ..  《야마오 산세이/최성현 옮김-더 바랄 게 없는 삶》(달팽이,2003) 77쪽

 

“모든 젊은이에게 공통된”이라 첫머리를 여는데, “모든 젊은이가”라고만 적어도 넉넉합니다. ‘공통(共通)된’만 ‘두루 볼 수 있는’이나 ‘흔히 보이는’으로 다듬어도 되고요. “오늘날의 청년 문화에 대(對)한 질타(叱咤)가 있다”는 “오늘날 젊은이 문화를 꾸짖고 있다”나 “오늘날 젊은이들 문화를 나무라기도 한다”로 손질해 줍니다.

 

 ┌ 개인주의화 : x

 │

 ├ 너무 개인주의화되는 바람에

 │→ 너무 개인주의로 치닫는 바람에

 │→ 너무 개인주의에 빠지는(빠져드는) 바람에

 │→ 너무 개인주의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 너무 자기 생각만 하는 흐름 때문에

 │→ 너무 나 하나면 그만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 …

 

“개인주의가 된다”는 뜻에서 ‘개인주의 + 化’처럼 적었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개인주의가 되었다면 “개인주의가 되었다”고 적고, 개인주의로 치닫는다면 “개인주의로 치닫는다”고 적으며, 개인주의로 뻗어 가면 “개인주의로 뻗어 간다”로 적을 때가 가장 알맞고 뜻이 또렷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化’를 붙이면 뜻이나 느낌이 두루뭉술해지면서 어떤 뜻과 어떤 느낌을 말하려고 하는지 감춰지고 맙니다.

 

어느 때에는 개인주의로 ‘기웁’니다. 어느 때에는 개인주의로 ‘빠져듭’니다. 어느 때에는 개인주의가 ‘넘칩’니다. 어느 때에는 개인주의로 ‘가득합’니다.

 

 ┌ 너무 저 혼자만 생각하는 바람에

 ├ 너무 제멋대로만 하려고 하는 바람에

 ├ 너무 자기 우물에 갇혀 있는 바람에

 └ …

 

‘개인주의’란 “개인만 생각하는 매무새”를 가리킵니다. 이리하여 “저 혼자만 생각하는” 모습이라고, “저 혼자만 아는” 모습이라고, “제멋대로만 하려는” 모습이라고, “자기 말고 이웃은 들여다볼 줄 모르는” 모습이라고 풀어내어도 어울립니다.

 

 

ㄴ. 기업화되다

 

.. 축산은 갈수록 기업화되기 때문에 옛날처럼 가축분뇨를 농경지에 순환시키지 못하고 많은 투자를 하여 처리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다 ..  《레스터 브라운/이상훈 옮김맬서스를 넘어서》(따님,2000) 90쪽

 

‘축산(畜産)’은 ‘집짐승 기르기’나 ‘짐승치기’로 다듬어 줍니다. ‘가축분뇨(家畜糞尿)’는 ‘짐승들 똥오줌’으로 고치고, ‘농경지(農耕地)’는 ‘논밭’이나 ‘농사짓는 땅’으로 고칩니다. ‘순환(循環)시키지’는 앞말과 엮어서 “옛날처럼 짐승들 똥오줌을 거름으로 땅에 돌려주지”로 손보면 되고, “투자(投資)를 하여”는 “돈을 들여서”로 다듬습니다.

 

 ┌ 기업화(企業化) : 기업의 형태로 됨

 │   - 기업화한 대규모 목축 단지 / 언론을 기업화하다

 │

 ├ 갈수록 기업화되기 때문에

 │→ 갈수록 기업이 되기 때문에

 │→ 갈수록 기업처럼(같이) 되기에

 │→ 갈수록 기업으로 바뀌기에

 └ …

 

짐승을 기르는 일이 “기업이 된다”는 소리입니다. 생각해 보면, 짐승치기뿐 아니라 여느 농사일도 ‘기업농’이 늘어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먹고살 곡식을 짓기보다는, 돈이 되도록 더욱 크게 짓는 논밭이 늘어나요. 이런 이야기를 펼치는 보기글이니, “짐승치기가 갈수록 살림이 커지기 때문에”나 “짐승치기가 갈수록 돈벌이로 쏠리기 때문에”로 손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기업화한 → 기업으로 만든

 └ 언론을 기업화하다 → 언론을 기업으로 바꾸다

 

짐승들이 누는 똥오줌을 거름으로 삼지 못한다고 한다면, 짐승치기 한 가지만 하고 다른 농사짓기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짐승치기도 하고 논밭도 일구고 하면 짐승들 똥오줌을 함부로 버릴 생각을 못해요. 또한, 짐승치기만 너무 많이 하면 이 많은 짐승들이 누는 똥오줌을 거두어들이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농사일이 참 농사일에서 벗어나 자꾸자꾸 돈으로만 가까이 가기에 힘들어진다는 뜻으로 “돈만 바라고 있으니”라든지 “돈에만 치우치기 때문에”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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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10 11:38ⓒ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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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한자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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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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