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 타러 갔다가 산 타고 집에 오다

용선 무료 체험 한다는 지역신문 보고 간건데...

등록 2008.10.12 12:21수정 2008.10.1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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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 체험장 용선이 모두 묶여 있어 아이들은 서운해 합니다.
용선 체험장용선이 모두 묶여 있어 아이들은 서운해 합니다.변창기

며칠 전 울산 지역신문에 지역문화체험에 대해 올라와 있었습니다. 여러 개가 올라와 있었는데 그 중 용선 무료체험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래 이번 토요일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토요일 오후 작은 아이와 친척 조카와 같이 가보게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20여분을 달려 용선 무료체험을 한다는 태화 강변에 도착했습니다. 신문에 난 사진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태화강에서 용선을 타고 있던데 이게 웬일입니까? 배는 밧줄에 묶여 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람부는 강가에 덩그러니 입간판만 보였습니다.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해서 10일까지, 그러니까 어제부로 1차 체험교실이 끝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는 10월 17일부터 다시 10일간 체험교실을 한다고 적혀 있지 뭡니까? 그럼 신문에도 1차, 2차, 3차 이렇게 한다고 적어 놓던가 체험 시켜 준다고 같이 온 아이들에게 참 난감하기 짝이 없더군요.

"아빠 우리 염포에서 산 타고 집에 가자."

잠시 아쉬워 하던 아이들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염포에서 산을 타고 남목에 있는 집에까지 가려면 족히 서너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마침 오후 2시 30분쯤 지났으니 다시 버스 타고 가다 염포에서 내려 산 타고 간다면 해질녁에는 도착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그래 한 번 가보자. 모험해 보는 거지 뭐."


지팡이 집고 오르는 산 작대기 하나씩 가지고 산을 오릅니다.
지팡이 집고 오르는 산작대기 하나씩 가지고 산을 오릅니다. 변창기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우린 버스를 타고 염포에 내려 산 속으로 걸었습니다. 산 아래 생수 나오는 곳이 있어 깨끗한 빈 음료수 병을 주워 씻어 물을 두어 병 담았습니다. 산을 오르자 마자 가파른 오르막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나뭇가지부터 찾았습니다.

나는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주워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그것으로 지팡이 삼아 오르막을 올랐습니다. 잠시 오르막을 오르고 다시 경사가 완만한 산 길이 나오자 그 지팡이는 놀이 도구가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풀 숲을 뒤지고 찔러 봅니다.


"아빠, 두더지 집이다."

산 길을 가다보니 길 옆에 볼록볼록 흙더미가 튀어 나온 곳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두더지가 사라진 두더지 집을 발로 지근지근 밟으며 신기해 했습니다. 풀이 많은 곳에선 메뚜기들이 뛰어 날아가니 또 눈길이 그곳에 고정됩니다.

"아빠, 메뚜기다."

아이들은 메뚜기를 손으로 잡아 봅니다. 한참 눈으로 살피더니 다시 날려 보냅니다. 날개가 없어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여치도 보입니다. 달아나는 사마귀도 보입니다.

"아빠 와~ 거미줄 좀 봐."

나무와 나무 사이에 얽혀 있는 수많은 거미 줄이 햇살에 반사되어 멋진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아이들 눈에는 그런 것이 모두 신기하기만 한가 봅니다. 어른들은 무심코 지나가는 곳에 지은 거미집조차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핍니다.

그리고는 가져 다니는 작대기로 거미줄과 거미를 건드려 봅니다. 거미줄을 걷어도 봅니다. 높이 달린 거미줄이 휘저은 작대기에 떨어지자 연꼬리처럼 바람에 휘날립니다. 아이들은 그것을 연 같다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산오름 아이들이 조금 지쳐 보입니다. 뒤에 보이는 저 가파른 곳을 더 올라야 합니다. 모험이라며 아이들에게 힘내 오르자고 하니 한발두발 올라갑니다.
산오름아이들이 조금 지쳐 보입니다. 뒤에 보이는 저 가파른 곳을 더 올라야 합니다. 모험이라며 아이들에게 힘내 오르자고 하니 한발두발 올라갑니다.변창기

산꼭대기에 오르니 아이들은 힘든지 쉬자고 합니다. 가져간 물병을 달라고 해 벌컥벌컥 마십니다. 마을 산이라 군데군데 운동기구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아이들은 그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씩 건드려 봅니다. 산 위에서 마을이 보입니다. 해는 지고 날이 저물었습니다. 차츰 어둠이 다가옵니다. 그러자 무서운지 아이들은 빨리 내려 가자고 재촉합니다.

산꼭대기 팔각정 염포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입니다. 아이들은 어디서 봤는지 옛건물 집구 양편에 있는 사자상을 흉내냅니다. 아이들의 즉석 놀이 방식은 끝이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흥미로움을 찾아 냅니다.
산꼭대기 팔각정염포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입니다. 아이들은 어디서 봤는지 옛건물 집구 양편에 있는 사자상을 흉내냅니다. 아이들의 즉석 놀이 방식은 끝이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흥미로움을 찾아 냅니다. 변창기

날은 어두워지고... 날이 어두워져도 아이들 놀이는 쉼이 없습니다. 왼쪽 아이는 2학년이고 오른쪽 아이는 1학년입니다.
날은 어두워지고...날이 어두워져도 아이들 놀이는 쉼이 없습니다. 왼쪽 아이는 2학년이고 오른쪽 아이는 1학년입니다.변창기

"아빠 배고파 밥 사줘."

아이들은 힘들고 배고파 합니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분식집으로 가서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시켜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잘 먹습니다. 나는 아이들 다 먹고 남은 음식을 모두 비웁니다. 그리고 집으로 갑니다. 오늘 하루 아이들에게 용선 체험 대신에 산타기 체험을 대신 했습니다. 다음번 기회엔 꼭 용선 타기 체험을 해주려 합니다.

분식집에서 밥먹고. 아이들은 분식을 좋아 합니다. 식성에 따라 2학년 아이는 돈가스를 시켰고 1학년 아이는 오므라이스를 시켰습니다. 나는 아이들이 다먹고 난후 남은 것을 해결했습니다.
분식집에서 밥먹고.아이들은 분식을 좋아 합니다. 식성에 따라 2학년 아이는 돈가스를 시켰고 1학년 아이는 오므라이스를 시켰습니다. 나는 아이들이 다먹고 난후 남은 것을 해결했습니다.변창기
#자식 #용선 #산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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