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2)

― ‘대한민국의 고대사’, ‘재야의 사진가’, ‘생각의 축적’ 다듬기

등록 2008.10.14 20:21수정 2008.10.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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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대한민국의 고대사

 

.. 대한민국의 고대사를 식민사학의 논리로 짜서 일본에 팔아먹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  <식민사학과 한국고대사>(이희진, 소나무, 2008) 115쪽

 

 “식민사학의 논리”는 “식민사학 논리”나 “식민사학이라는 논리”로 다듬습니다. ‘논리(論理)’는 ‘틀’이나 ‘틀거리’로 손질해 줍니다.

 

 ┌ 대한민국의 고대사 (x)

 └ 대한민국 고대사 (o)

 

 우리 나라 역사이니 “한국 역사”입니다. “한국의 역사”가 아닙니다. 이웃나라 일본 역사라면 “일본 역사”입니다. “일본의 역사”가 아닙니다. 미국이라는 나라 역사는 “미국 역사”이지 “미국의 역사”가 아닙니다.

 

 ┌ 대한민국 옛 역사

 └ 우리 나라 옛 역사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韓國の歷史”라고 적지, “韓國歷史”라고 적지 않습니다. 일본사람한테는 “日本の歷史”이지, “日本歷史”가 아니고요.

 

 나라마다 쓰는 말이 다르고, 겨레마다 펼치는 글이 다릅니다. 우리한테는 우리 말 문화가 있고, 일본한테는 일본 말 문화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거나 덜 떨어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서로 고유하게 지키거나 이어온 말이며 가꾼 글입니다.

 

 일본사람들로서는 ‘한국’과 ‘역사’ 사이에 ‘の’를 넣어야 말이 부드러이 이어지거나 말이 됩니다. 한국사람인 우리들로서는 ‘한국’과 ‘역사’ 사이에 아무 토씨도 붙이지 않아야 말이 부드럽거나 알맞습니다.

 

ㄴ. 재야의 사진가

 

.. 그는 그야말로 제도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재야의 사진가였다 ..  <사진비평> 1호(1998.가을.) 78쪽

 

 ‘일정(一定)한’은 ‘어느 만큼’으로 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 재야(在野)

 │  (1) 초야에 파묻혀 있다는 뜻으로, 공직에 나아가지 아니하고 민간에 있음을

 │      이르는 말

 │   - 재야의 지사 / 재야 학자

 │  (2) 일정한 정치 세력이 제도적 정치 조직에 들어가지 못하는 처지에 있음

 │   - 재야 세력 / 재야 단체

 │

 ├ 재야의 사진가였다

 │→ 재야에 묻힌 사진가였다

 │→ 숨은 사진가였다

 │→ 조용히 지내는 사진가였다

 └ …

 

 ‘재야’라는 말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잠깐 다닐 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그때까지 신문이나 책을 보며 더러 보기는 한 말이지만, 낱낱이 어떤 뜻인지는 몰랐습니다. 그 뒤 함석헌 님이 쓴 글을 읽다가 ‘들사람’이라는 낱말을 보면서, 아하, ‘재야’에서 ‘野’가 ‘들’을 가리키네, ‘인(人)’은 사람이니까, ‘야인(野人)’이란 말 그대로 “들에서 사는 사람”, ‘들사람’을 한자로 가리키는 말이구나 하고 알았어요.

 

 그러니까 “재야의 사진가”란, “들에 사는(있는) 사진가”나 “들에서 일하는(지내는) 사진가”라는 이야기이고, 들에 사는 사진가란, 남들 눈에 뜨이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제 길을 걷는 사진가라는 이야기입니다. 곧 “숨은 사진가”라고 할 수 있고, 남들 눈치나 눈길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가는 사진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ㄷ. 생각의 축적 시대

 

.. 아무튼 생각의 축적 시대가 왔습니다. 생각은 아주 천천히 축적되었습니다 ..  <발견하는 즐거움>(리처드 파인만/승영조,김희봉 옮김, 승산, 2001) 68쪽

 

 우리 말 ‘쌓이다’나 ‘쌓다’를 쓰면 됩니다. ‘축적(蓄積)’이라는 말은 안 써도 돼요.

 

 ┌ 생각의 축적 시대

 └→ 생각이 쌓이는 때

 

 이렇게 쓰면 참 좋을 텐데. ‘쌓이다’나 ‘쌓다’라는 말을 쓰면 토씨 ‘-의’가 끼어들 틈이 없으니, 굳이 ‘-의’를 쓰느니 마느니로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는데. 아무래도 좀더 깨끗하고 올바르며 살갑게 글쓰거나 말하기에는 마음을 못 쓰는구나 싶습니다.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 모르겠어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14 20:21ⓒ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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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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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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