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끝나면 국정원·경찰청 정보 보고"

민주노동당, 국정원·경찰청 국감 개입 의혹 제기

등록 2008.10.17 12:50수정 2008.10.1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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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정원.

국정원. ⓒ 국정원 홍보브로셔


국정원·경찰청 등 정보기관이 국정감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예상된다. 당장 중앙노동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17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정회를 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17일 오전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부산지방노동청의 '수감일정 세부사항' 자료에 따르면, 국정감사가 끝난 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물론이고 국정원과 경찰청에도 수감결과를 보도하도록 지시돼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를 두고 "국정원과 경찰청이 피감기관 종합상황실로 변모했다"며 정보기관의 '국정감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도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조직적인 의정감시 및 국감 방해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노동부 측은 "국정원과 경찰청은 평소 (우리와) 업무협조를 해오던 곳"이라며 "참고자료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정보기관 '일일정보보고' 연상시키는 '수감결과 보고서'

지난 14일 부산지방노동청에서 작성한 자료는 '수감일정 세부사항'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는 다음날(15일) 부산지방노동청 등을 대상으로 진행될 국정감사에 대비하기 위한 매뉴얼이다. 26쪽 분량의 이 자료에는 ▲감사당일 시간대별 일정표 ▲청장님 행동 시나리오 ▲팀별 주요업무 ▲국감관련 주요 보고사항 ▲국회의원 보좌진 전담제 등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이와 함께 자료의 뒤편에는 수감진행 상황보고서, 국감 질의·답변 내용, 수감결과 보고서, 서명질의 내용, 국회의원 보도자료 일일보고, 국정감사 보도 모니터링 일일보고 등의 보고서 양식이 첨부돼 있다. 


여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대목은 8쪽에 나와 있는 '국감관련 주요 보고사항'이다. 이 항목에 따르면, 부산지방노동청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2시간 안에 수감결과를 보도하도록 했다. 특히 수감결과를 보고해야 할 ‘보고처’에는 청와대·국무총리실과 함께 국정원·경찰청이 포함돼 있다. 자료에는 국정원의 김아무개 조정관과 경찰청의 김아무개씨의 실명과 이메일 주소가 기재돼 있다. 

그렇다면 국정원·경찰청에 보고해야 할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자료 뒷부분에 첨부된 '수감결과 보고서' 양식을 보면, 의원들의 폭로성 질의와 국감 증인의 진술 요지는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감장 주변에서 벌이는 집회나 시위까지도 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마치 정보기관의 '일일정보보고'를 연상시킨다.


2.주요동향

①특이동향
- 의원들의 폭로성 질의나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한 수감기관의 대응 내용
- 이해관계집단의 감사장 주변 집회 시위 등

②증언 관련사항
- 출석증인 명단 및 진술 요지
- 증언 불응자의 불응 사유 등

③정회상황
*시간.사유 등 명기(식사 정회 제외)

④주요 질의.답변내용
*질의.답변란: 보도가 예상되는 주요 쟁점사안이나 시정을 약속한 사항은 상세히 기록
*비고란: 수감과정에서 논란 발생시 그 사유와 결과

이와 함께 "국감 당일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중요하거나 대응이 필요한 사항"을 담은 '국정감사 보도 모니터링 일일보고서'도 국정원과 경찰청에 보내도록 지시돼 있다. 

특히 부산지방노동청은 '국회의원 보좌진 전담반'(9쪽)까지 구성해 "국감 시작 전 지속적으로 접촉하여 사전질의를 입수하라"라고 지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전담반에는 주로 과장급 간부가 배치됐으며, 일부 지청장도 포함돼 있다.

"행정부는 국정원에 정보를 보고하는 하위기관으로 전락"

이와 관련,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과 경찰청이 국정감사 피감기관으로부터 국감 대응과 수감결과에 대해 종합적으로 보고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회의 고유권한인 국정감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며 사실상의 국감 통제본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국정원과 경찰청의 개입은 단지 부산지방노동청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노동부와 행정부 전체로 확대됐을 것이라는 심증을 떨칠 수 없다"며 "과거 군부독재시대 때나 가능할 법한 일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자 월권적 권한남용"이라며 "행정부는 국정원에 정보를 보고하는 하위기관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박 대변인은 "최근 국정원은 기륭전자 비정규직 문제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노동부 산하기관의 노조를 만나며 업무기능 축소 등과 관련해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는 첩보들도 입수되고 있다"며 "국내 정치, 노동, 사회 등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국정원과 경찰청으로 인해 이 나라 민주주의가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국정원을 정권 유지 수단으로 삼는 정부를 우리는 독재정부라 불렀다"며 "이명박 정부는 국회의 고유권한까지 침범하는 국정원과 경찰청의 개입에 대해 한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끝으로 박 대변인은 "홍희덕 의원은 오늘 국정감사 긴급의사 진행발언을 통해 국정원과 경찰청의 조직적 개입의혹을 따져 물을 것"이라며 "국회의 권능을 침해하는 행정부의 정보 커넥션이 독재의 확실한 증거임을 폭로해 낼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원 #경찰청 #국정감사 개입의혹 #부산지방노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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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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