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피디 "재활용이 아니라 재탕 음식"

경남민언련 주최 '언론시민학교' 강연... "소비로 정치해야"

등록 2008.10.20 21:24수정 2008.10.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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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돈 PD.
이영돈 PD.윤성효

"소비자한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어, 소비자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소비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앞으로 군대가 나와서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는데, 소비로 정치할 수는 있다. 똑똑한 소비자가 되면 기업도 바뀌고 나라도 바뀐다."

이영돈 피디(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는 20일 저녁 경남 창원의 창원대에서 열린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언론시민학교'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한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어야 하는데, 업체는 자기들한테 유리한 정보만 주지 불리한 정보는 주지 않는다"면서 "소비자단체 중에는 어용 단체도 있다"고 말했다.

이 피디는 그동안 갖가지 소비자 고발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 수입 제품과 관련한 사례를 설명한 그는 "그 제품이 수입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지금은 큰 업체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취재진이 한 달 동안 취재하고, 외국에 특파원까지 보냈는데 밝혀내기 어려웠다. 그런데 소비자가 어떻게 알아내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의료분야와 관련한 소비자 고발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은 전문인이라는 사람 앞에 가면 굉장히 약해진다"면서 "의사한테 생명을 위탁하는데,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맡기면서도 합리성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불균형 사회"라면서 "전문인한테 무엇인가 따지지 못하는데, 따지면 내한테 불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사한테 당하는 게 의사한테 당하는 것보다 더 심하다. 변호사들한테 모든 것을 위탁하고, 심지어 지갑까지 위탁하면서 따지지를 않는다. 이 사람한테 서비스가 확실한 것인지 따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우리 지갑을 유린할 수 있고 우리의 정신과 가치관을 유린할 수 있다. 왜냐, 우리는 소비자로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고발> 이영돈 PD는 20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언론시민학교에 참석해 강연했다.
<소비자 고발> 이영돈 PD는 20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언론시민학교에 참석해 강연했다.윤성효

이영돈 피디는 "앞으로 군대가 나와서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는데, 소비로 정치할 수는 있다. 소비자가 제대로 쓰면 기업이 무서워한다. 쓰지 않으면 기업한테 자본 형성이 안 된다. 유치원부터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사람들이 소비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자기가 돈을 쓰는 게 어떤 의미이고, 사회적으로 어떤 힘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미국처럼 소비자를 조직해서 불매운동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 우리는 지갑을 열어 돈 쓰는 기계일 뿐이다. 일부에서는 소비자가 잘못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윤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진정한 자본은 기업윤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윤리를 지키면 지금 당장은 돈을 적게 벌더라도 기업이 해야 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 늦게 가더라도, 상대방과 경쟁하더라도 윤리가 있어야 한다."

'재탕 음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캠페인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문화 비판이다. 처음에는 재활용이라는 용어를 쓰다가 그것은 재활용이 아니다는 생각을 했다. 밥상에 남은 음식은 싸고 비싼 집 할 것 없이 모두 재탕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자기들은 안 먹는다."

그는 '착한 소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공정한 무역을 하는 기업을 격려하자는 것이다. 물건을 싼 가격에 사게 하는 게 모든 소비자들의 목표다. 그렇지만 모든 물건을 싸게 산다고만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똑똑한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지향한다. 적절한 이윤을 남겨 생산자가 좋은 생산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밑지고 사는 정도로 사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영돈 피디는 유통구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문제는 유통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지불한 돈이 생산자한테 돌아가서 다시 좋은 제품이 소비자한테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공룡 같은 유통구조를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이영돈 피디는 "시청률이 10%대 정도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제대로 된 정보만 주면 소비자 운동이 제대로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똑똑한 소비자가 되면 기업도 바뀌고 나라도 바뀐다"고 말했다.
#이영돈 #소비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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