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공원 미술의 거리

부산의 몽마르트 언덕을 오르다

등록 2008.10.24 10:38수정 2008.10.24 11:14
0
원고료로 응원

a

용두산 공원 미술의 거리를 가다 ⓒ 정수권

▲ 용두산 공원 미술의 거리를 가다 ⓒ 정수권

용두산아 용두산아 너만은 변치말자 ~

한 발 올려 맹세하고 두 발 디뎌 언약하던

한 계단 두 계단 일백구십사 계단에...

 

고봉산 작사 작곡 용두산엘레지 란 노래로 가수 나훈아 외 여러 가수가 불렀던 노래다.

 

a

용두산 공원 저 멀리 용두산 타워 ⓒ 정수권

▲ 용두산 공원 저 멀리 용두산 타워 ⓒ 정수권

 

노래가 너무나 애절해서인가? 맹세하고 언약한 사랑은 변했는지 모르지만 용두산공원은 변하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대마도도 볼 수 있다던 용두산 타워와 팔각정, 먼 바다를 응시하는 충무공동상, 시계가 귀하던 시절 데이트 약속 시간을 알려주던 커다란 꽃시계도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

 

새천년을 맞아 부산 시민의 모금으로 마련한 시민의 종을 위해 종각이 새로 들어섰을 뿐 나무 한그루 건물하나 하나가 눈에 익다.

 

a

용두산 공원 옛 모습 그대로 거기 있어 고맙다. ⓒ 정수권

▲ 용두산 공원 옛 모습 그대로 거기 있어 고맙다. ⓒ 정수권

부산의 도심 한가운데 우뚝 솟아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용두산이라 부르는 언덕이 도시화와 근대화의 무분별한 개발 속에서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함은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지금은 해운대나 광안대교 등에 밀려났지만 한때는 부산의 대표적 상징이었던 용두산공원!

 

그 옛날 수많은 청춘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며 사랑과 이별을 나누던 곳으로, 그때의 햇빛과 바람 수많은 비둘기 떼는 그대로인데 젊은 청춘은 보이지 않고 이제는 나이든 어르신들만 속절없이 모여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나무그늘에 모여 옛날의 화려(?)했던 옛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절기는 가을이지만 늦더위가 가시지 않아 더위를 피해 오르는 공원에서, 시원한 나무 그늘과 바람 속에 갖가지 새소리를 듣노라면 이곳이 도심이라는 걸 잠시 잊는다.

 

천천히 걷다보니 아! 새점, 저것이 아직도 있네. 반가운 마음에 얼른 하나 봐달라고 했다.

100원인가 하던 복채(?)가 500원이다.

 

결혼 전 아내와 함께 대구에서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놀러와 바로 이 자리에서 새점을 본 기억이 어제 같아 옛 추억에 잠겨 잠시 하늘을 쳐다본다.

 

수많은 사람들의 수만 가지의 사연을 간직한 용두산공원 하늘은 오늘도 그때처럼 푸르다.

 

a

아! 새점 아직도 있네 ~ ⓒ 정수권

▲ 아! 새점 아직도 있네 ~ ⓒ 정수권

그런 추억의 용두산공원에 또 하나의 명품이 만들어진다. 부산시 주체와 부산 미술협회가 주관하는 용두산공원 미술의 거리가 이곳에 탄생한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처럼 거리의 예술가가 용두산공원을 찾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맞이할 것이다.

 

용두산공원을 올라가는 길은 3곳이 있는데 대청동쪽 정문을 차로 오르거나 중앙동자치센터 쪽에서 계단을 이용한다. 또 하나는 광복동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는데 이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지점인 종각 아랫길 우측으로 3동 좌측으로 4동으로 모두 7동의 깜찍한 부스(BOOTHS)가 나란히 들어섰다.

 

a

용두산 미술의 거리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갈의 부스(BOOTHS)가 아름답다 ⓒ 정수권

▲ 용두산 미술의 거리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갈의 부스(BOOTHS)가 아름답다 ⓒ 정수권

그 옛날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계절에 맞지 않는 선글라스와 어깨에 양복 윗도리를 걸친 남자는 앞서고, 조금 떨어져 흰색 스카프로 나름 멋을 낸 여자가 다소곳이 뒤따르며 한발 두발 오르던 일백구십사 계단은 세월이 흘러 이제는 에스컬레이터로 단숨에 오른다.

 

부산시가 공고하고 미술협회의 엄격한 심사로 선정된 예술가들이 이제 각자의 부스에 새긴 이름으로 상주하며 매일같이 이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만들 것이다.

 

1. FACE ARTRIE 서양화 현상훈, 2. KyoungNam ARTRIE 서양화 김경남, 3. [K]gallery 서양화 김병권, 4. 온새미로 서양화 고정원, 5. 샘이 깊은 물 조형연구소 공예 천득기, 6. 푸른 선인장 서양화 감민경 조은경, 7. 형이 피어나는 곳 조각 김문수 등 8명이다.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예술가들을 10월 25일 개막식에 앞서 미리 만나 보았다.

 

a

미술의 거리 작가 좌로부터 김병권 현상훈 김문수 천득기 고정원 감민경 김경남 ⓒ 정수권

▲ 미술의 거리 작가 좌로부터 김병권 현상훈 김문수 천득기 고정원 감민경 김경남 ⓒ 정수권

그날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미술의 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벌써 화구를 펼쳐 든 화가들의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인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얼굴을 그리는 화가 앞에선 누구나 유치원 입학생처럼 다소곳하다. 나이 지긋한 중년 남자가 흰머리를 약간 검게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또 다른 곳에선 코가 굴뚝과자처럼 생긴 아가씨를 화가가 코를 오똑하게 하고 여드름은 싹 지우고 얼굴은 뽀샤시하게 그려주자 만족한 듯 수줍게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이때 어느 나이 많은 어르신이 “얼굴보다 훨씬 예쁘게 그려졌네.”라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서 주위의 한바탕 웃음으로 굴뚝과자 코 아가씨를 무안하게 했다.

 

이번엔 유모차에 애기를 태우고 젊은 새댁이 다가왔다. 돌 때 쓸 거라며 역시 예쁘게 그려달란다. 사람들은 얼굴이 얼마나 닮았나 보다는 얼마나 멋있고 예쁜가를 좋아하나 보다.

 

a

젊은 촌장 -믿음직합니다. ⓒ 정수권

▲ 젊은 촌장 -믿음직합니다. ⓒ 정수권

그 와중에 낼모레 개막식 준비로 바쁜 이 미술의 거리의 촌장인 김경남(35)씨를 만나봤다.

 

- 촌장이 너무 젋은 것 아닙니까?

"다들 사양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 회원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나요.

"부산미술협회 회원으로서 신청자의 서류심사와 실기평가로 입점하게 되었습니다."

 

- 대부분 서양회 작가로 구성되었는데 한국화 수채화는 없나요? 

"서양화가 가장 많았고 공예 조각이 신청했고 한국화 등 다른 분야는 신청자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거리가 활성화되어 부스가 더 늘어나면 그때는 다양한 분야로 이루어지겠죠."

 

- 그림은 언제부터 그렸나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이 좋아서 무작정 그렸습니다."

 

- 부산시에서 월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근무 조건이 있습니다. 월요일은 쉬고 일주일에 4일 이상 작업을 하며 토요일 일요일은 반드시 문을 열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원금은 아직 받지 않았습니다만 작품재료 구입비 명목으로 지원이 있을 겁니다."

- 높다란 언덕에서 부산앞바다를 바라보니 가슴까지 확 트여 작품이 절로 될 것 같군요.

그림으로 생활이 됩니까?

"열심히 그려야지요." (웃음)

 

이 때 회원 중 가장 원로이신 천득기 작가께서 “어렸을 적에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빨강지붕의 하얀 집에서 예술 작업을 하는게 꿈‘이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 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 말을 듣고 위를 올려다보니 여러 색깔의 지붕 중 그의 부스 지붕은 빨간색이었다.

 

a

원로 작가 -가장 연장자이신 천득기공예작가 ⓒ 정수권

▲ 원로 작가 -가장 연장자이신 천득기공예작가 ⓒ 정수권

한 때 사람들로 북적이던 용두산공원이 이제는 노인들의 쉼터로 변해버렸는데, 한적한 이곳이 이분들로 인해 다시 옛 명성을 되찾고 아울러 시인과 소설가 음악인도 함께 하는 예술의 명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파리의 유명한 몽마르트도 처음엔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하였다. 이곳 용두산 언덕도 그에 못지않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발아래 바다가 보이고 뒤로 산이 있으며, 주위에 새로이 단장한 광복로에는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PIFF광장과 오래된 국제시장, 또 하나의 부산 대표 명소인 자갈치시장이 인접해있다.

a

작업중 - 미술의 거리 앞마당 ⓒ 정수권

▲ 작업중 - 미술의 거리 앞마당 ⓒ 정수권

- 어려움은 없습니까?

"이제 시작 단계라 이 것 저 것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부스가 열린 공간이라 곧 다가 올 한겨울 난방 문제도 있고...."

- 부산시와 미술협회에 바람이 있다면.

"차츰 생활하면서 문제점이 생기면 그때 그때 지원을 요청 할 생각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그림도 열심히 그리고 회원 상호간의 협력으로 이 거리를 활성화시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예술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a

어느날 오후 -작가와의 담소 ⓒ 정수권

▲ 어느날 오후 -작가와의 담소 ⓒ 정수권

 

덧붙이는 글 용두산 공원 미술의 거리 개막식은 2008년 10월 25일 (토) 16:00 용두산 공원에서 개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부산미술협회 www.bfaa.or.kr
TEL (051) 632-2400 으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정수권 #영양고추 #서석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와 내 주변의 사는 이야기를 따스함과 냉철한 판단으로 기자 윤리 강령을 준수하면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김 여사 성형' 왜 삭제? 카자흐 언론사로부터 답이 왔다
  2. 2 [단독] 순방 성과라는 우즈벡 고속철, 이미 8개월 전 구매 결정
  3. 3 돈 때문에 대치동 학원 강사 된 그녀, 뜻밖의 선택
  4. 4 김용의 5월 3일 '구글동선'..."확인되면 검찰에게 치명적, 1심 깨질 수 있다"
  5. 5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