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펀드매니저가 경쟁하면 누가 이길까?

[온달아빠의 재무이야기 8] 수익률 좇는 게임은 힘들고 위험하다

등록 2008.10.27 11:39수정 2008.10.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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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펀드매니저가 경쟁하면 누가 이길까?"

아이들 장난 같은 이 질문에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후지사와씨는 원숭이라고 말한다. 결론보다 그가 말하는 이유가 더 재밌다. 원숭이는 수고한 대가로 바나나 하나 더 주면 되는데, 펀드매니저에게는 고액 연봉을 줘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런 그가 권하는 펀드는 당연히 시장수익률을 좇는 인덱스펀드다.

여기서 후지사와씨는 한 가지 의문을 더 제기한다. 왜 그럼 사람들은 인덱스펀드에 투자하지 않고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그는 사람들의 자기 확신 심리에서 찾는다. 남들은 다 실패해도 자신은 성공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공격적 투자의 짜릿한 맛도 한몫 한다고 한다. 재무설계 원칙에 맞는 기간과 위험에 따른 분산투자는 너무 밋밋해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결론은 나왔다. 자기 능력을 과신하는 경박함을 경계하는 것과 투자의 짜릿함을 대체할 만한 삶의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답은 이렇듯 단순명쾌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아직 신혼인 김현정씨는 지난해 선배 권유로 잠시 발을 들여놓은 주식투자에서 무려 100% 수익률을 올렸다. 예비자금으로 갖고 있던 5백만 원을 투자했는데, 반 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1천만 원이 된 것이다. 그냥 두면 더 오를 것 같았지만, 김씨는 욕심을 접고 주식을 전부 팔아 수익을 실현했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다.

그 후 한껏 기분이 들뜬 김씨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투자성과를 자랑하고 다녔다. 그 과정에서 더 흥분한 건 김씨 자신보다 가까운 친척들이었다. 김씨에게 몇 백만 원씩 건네며 대신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모인 돈이 1500만 원이었다. 그러나 김씨에게 뾰족한 투자비법이 있었던 건 아니다. 처음 성공한 건 대세 상승하는 시기였고, 선배가 추천한 종목이 잘 맞아떨어졌을 뿐이었다. 두 번째 투자에서는 1년 가까이 지난 즈음까지 마이너스 30% 손실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 투자은행들이 파산한 지금은 당연히 손실이 더 커졌을 것이다.

"언제 파실 계획인가요?"


김씨 표정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김씨는 대답 대신 웃음만 지어보였다. 욕심을 버린 듯한 그 표정에서 지난 몇 달 동안 겪었을 곤란함과 반성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여러 사람들의 돈을 조금씩 모은 것이기에 심각하게 문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친척들을 만날 때마다 불편한 해명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수익률에 취해 원칙에 어긋난 투자를 한 건 남편도 마찬가지다. 결혼 전부터 남편은 중국펀드에 월 40만 원씩을 투자했다. 남편은 내가 묻기도 전에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이 말했다.


"작년에 팔았어야 했는데, 그만 미처…."

김씨와 남편이 겪은 이 실패 경험은 오히려 두 사람에게 약이 된 셈이다. 아직 투자금액이 많지 않고, 일정 기간 그냥 묶여 있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돈들이다. 그나마 여윳돈으로 투자하라는 대원칙은 저버리지 않은 셈이다. 투자 경험 초기에 적절한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펀드매니저 #투자실패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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