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행차에 농민 농성장 '경찰 장막'

이 대통령, 28일 창원 방문길...경찰, 농협경남본부 앞 나락적재 농성장 차단

등록 2008.10.28 19:00수정 2008.10.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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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저지 경남농축산대책위는 27일부터 농협중앙회 경남도본부 앞에서 나락적재 투쟁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한미FTA 저지 경남농축산대책위는 27일부터 농협중앙회 경남도본부 앞에서 나락적재 투쟁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우리는 대통령이 지나가는 줄도 몰랐죠. 그런데 1시경에 경찰버스 다섯 대가 천막농성장 앞에 주차하더니 경찰 병력이 한 줄로 서대요. 20여 분 뒤 이명박 대통령이 탄 차량이 지나가고 나니 경찰 병력과 버스가 철수하더라구요. 농민들이 나락을 적재해 놓은 천막농성장을 대통령이 봐서는 안 되는 모양입니다."

 

경남 창원 소재 농협중앙회 경남도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던 한 농민이 28일 오후에 한 말이다. 한미FTA저지 경남농축산대책위는 27일부터 농협 본부 앞에 나락 400여 가마를 쌓아놓고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10차 람사르당사국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8일 오후 창원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해공항에서 승용차로 경남도청을 방문, 김태호 지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어 이 대통령은 창원 소재 인터내셔널호텔에 머문 뒤 오후 5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람사르총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 등이 탄 승용차 행렬은 이날 오후 1시 20분 경 농협 본부 앞을 지나갔다. 당시 농민 4~5명이 천막 농성장 주변에 있었다.

 

한미FTA 저지 경남농축산대책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왜 경찰이 천막농성장 앞을 가로막아 서는지 몰랐다"면서 "경찰은 농민들의 절규를 대통령이 알면 안 된다고 여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병력이 배치된 뒤 사진도 찍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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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저지 경남농축산대책위는 농협중앙회 경남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한미FTA 저지 경남농축산대책위는 농협중앙회 경남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한미FTA저지 경남농축산대책위, 27일부터 나락 적재 투쟁

 

한미FTA 저지 경남농축산대책위는 27일 오후 2시 농협 본부 앞에서 '농민무시, 농협 규탄! 농협자체수매가 6만원 쟁취를 위한 경남농민 나락적재 투쟁'을 벌였다.

 

농민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가을 추수가 대부분 마무리되어 가지만 정작 우리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보다는 생산비도 안되는 나락값과 가짜 농민들의 직불금 부당수령으로 인해 처절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며 "아시다시피 올해는 국제 유가·곡물가·원자재 가격의 폭등으로 농가 부담은 한없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비료값은 지난해 말 24% 인상에 이어 올해 6월 63% 추가 인상으로 두 배 폭등했으며, 면세유도 한 해 동안 두 배 이상 폭등하였다. 이로 인해 10a당 쌀생산비는 지난해 대비 최소 15% 이상 인상되었다"며 "하지만 지난 10월 5일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더라도 타지역의 경우 작년대비 최소 10~15% 인상되었지만 경남지역 매입가는 8% 인상에 그쳐 전국 꼴찌를 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농민의 피와 땀이 반영된 조곡 40kg 선지급금 5만5000원 지급과 농협자체수매가 6만원 보장을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며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는 수확기 무이자 벼매입 자금의 증액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쌀 목표가격 20만원 인상, 식량자급율 법제화, 농민생존권 쟁취 등 당면 대정부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농협은 즉각 농민들과 함께 나설 것"과 "성과급 614억원과 지역 시군금고 운용에 따른 수익금 전액을 농민들에게 환원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농협 경남본부는 농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회원조합의 자체매입가 결정은 쌀 생산원가, 수급현황, 쌀의 품질, 조합의 경영여건 등을 감안하여 조합이사회에서 결정한다"며 "자체 매입 가격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으며 지역본부는 금년도 농가 생산비 인상분이 보장되는 수준이 되도록 RPC운영조합의 이해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농협 본부는 "식량자급률 법제화, 목표가격 20만원 상승, 홍보물 공동 제작과 배포는 경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인 전체가 직면해 있는 어려운 현실"이라며 "전국 농민단체 협의체와 농협이 전국적으로 공동 노력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보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중앙본부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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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경남본부 앞에 나락 400여 가마가 쌓여 있다. ⓒ 윤성효

농협중앙회 경남본부 앞에 나락 400여 가마가 쌓여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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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8 19:00 ⓒ 2008 OhmyNews
#나락적재 #쌀직불금 #이명박 #람사르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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