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성호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11조 재정지출 확대, 3조 세제 감면 등 모두 14조를 투입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가운데 4조6000억원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의 교통·물류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공기업에도 1조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영세상인·농어업인 등의 보증 지원과 정책자금 지원 확대에 3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밖에 ▲ 지방재정지원 확대 1조1천억원 ▲ 저소득층 복지지원 1조 ▲ 청년 등에 대한 실업대책 3000억원을 쓸 계획이다.
3조원 세제 감면의 주요 내용은 현행 7%의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고,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설비투자에 대해 5% 세액공제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주요 사업비의 60% 이상을 내년 상반기에 집행해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우려를 조기에 불식 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세계 각국도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고유가 극복 대책 등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감세 규모는 19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를 동시 병행한다는 것은 재정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적자 폭을 늘려 향후 재정건전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부 역시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에 부담이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이날 브리핑에서 김용환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은 "재정건전성 균형의 기본 틀을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또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유동성(자금)을 강화한 정책이 향후 경기 회복시에는 물가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강만수 장관은 "과잉 유동성 문제는 한국은행에서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며 그 책임을 한국은행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근시안적인 땜질 처방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의 효과는? 집값 올려 건설사 살리기이번 대책에서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부동산·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 논의 과정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1가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민감한 내용을 제외했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강남 3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해 '부동산 거품 붕괴를 인위적으로 막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의 목적을 도심 내 공급 확대와 재건축 아파트 거래 활성화라고 밝혔다. 그 주요 내용은 서울의 경우, 현재 170~230%인 용적률을 국토계획법상 상한선인 30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용적률 제한 규제를 모두 푼 것이다.
또한 60㎡ 이하 20% 이상, 60~85㎡ 40% 이상인 소형 평수 의무 비율을 지역에 따라 '85㎡ 이하 60%'로 탄력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을 할 때 의무적으로 소형 평수를 지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어, 재건축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 8·21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이었던 부동산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 방침과 관련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를 제외하고는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분양 아파트의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5~10년에서 3~5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