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 소모임에서 주선한 조촐한 출판기념에서 저자 유장근을 만났다. 그는 왜 하필 제목에 '중화제국'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꽤 오랫 동안 설명하였다.
이윤기
<여행하며 중화제국을 탐색하다>를 쓴 유장근의 중화제국 탐색에는 늘 중국과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교차한다. 그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중국인과 문화에 대하여 '바로 보기', '다시 보기'를 시도할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눈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오류, 한국 중심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오류를 경계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의 시선을 교차시키면서 중국을 바라보려고 할 뿐만 아니라 중국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노력 역시 진득하다. 역사학자로서 역사적 경험을 비교해보는 노력도 잊지 않는다.
이런 지은이의 생각이 반영된 탓인지, 책에 포함된 중국 여행 지도에는 중국만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한반도는 물론이고, 자신의 생활 터전인 마산이 다른 중국내 여행지처럼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유장근은 중국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 특별한 것,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한국과 비교하고, 유익한 것, 도움 되는 것을 볼 때마다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하는 고민을 잊지 않는다.
그중 특별히, 관심을 두고 소개하는 것은 구체구 황룡 같은 빼어난 관광지에 설치된 '잔도(棧道)' 이야기다. 잔도는 "시멘트나 나무기둥을 다리 삼고, 그 위에 두껍고 넓은 송판을 깔아 인도를 만든 단순한 형태"인데,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에 '잔도'를 설치하여 산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장근의 일행들은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 '산자락을 휘돌아 감는 잔도를 둔다면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숲속을 거닐 수 있을 것'이라는 것과 정상을 향해 위 아래로 오르내리는 길만 있는데, 좌우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산책개념의 산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유장근과 일행들은 관광자원을 활용하는 중국시스템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동인을 사회주의에서 찾고 있다.
"자연경관에 대한 철저한 국가 관리나 대규모 개발은 사회주의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특히 토지가 국유인 까닭에 보호지구로 묶거나 개발을 한다고 하여도 국가에서 지불하는 비용은 우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적게 든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티베트인들의 거주지 구채구, 종교 공간이던 황룡고사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적 목적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근대국가가 문화국가의 성격을 강조하는 수단으로써 문화재를 '창조'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의 문화재 '창조' 과정은 '혁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대장정 7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벌어지고 장정 루트를 따라가는 홍색 여행도 인기 있는 유행상품이었다고 한다.
대장정 70주년, 혁명은 관광으로 남는가?유장근은 중국의 혁명 유적들을 둘러보면서 '혁명은 관광으로 남게 되는가' 하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성공한 자들은 이곳을 떠나 북경으로 갔고, 이후 혁명의 열정은 변색되어 갔다. 반면 그들의 성공을 도왔던 이곳의 노백성들은 여전히 어려운 자연 조건 아래서 예전처럼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늘날 연안사람들에게 혁명은 무엇일까."(본문 중에서)이런 회의 끝에 그의 상념은 연안에서 혁명을 꿈꾸던 조선인 혁명가들고, 님 웨일즈의 아리랑으로 유명한 김산에게까지 이어진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 소멸된 연안파와 김산의 꿈은 어디에 있으며, 오늘날 그들이 연안에 남긴 흔적은 관광객들의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한다.
여기까지는 주로 중국 변방여행기에 관한 소개다. 유장근이 쓴 <여행하며 중화제국을 탐색하다>는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주로 변방을 둘러보는 중국 여행기, 2부는 상해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중국사람들의 일상이야기, 3부는 한중 문화 비교와 영화를 통해보는 중국역사 이야기로 되어있다.
제 2부에는 한국과 다른 중국 대학 풍경, 중국의 과열된 월드컵 열기, 잘 갖춰진 중국의 학교 체육시설, 부활하는 귀뚜라미싸움, 상해에서 본 북한 식당, 상해의 역사기록관 '당안관' 등을 소개하는 글로 중국인들의 일상을 지켜보고, 평범한 중국인들과 교류하면서 느낀 이야기 그리고 세계최대도시 상해에 거주하면서 본 중국의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제 3부에는 상호교류의 시선으로 한국과 중국을 비교하는 글들이 실려 있는데, 특히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에 대한 중국인들과 중국 언론의 평가를 소개하는 글이 눈에 띈다. 유럽 축구의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박지성을 소개하고 있을 분만 아니라 역사적 관점에서 한국축구를 분석하는 것은 배울 점이라고 한다.
"요컨대 중국축구계의 정보 획득 노력과 그에 따른 분석은 우리가 경중(敬中)하면서 학중(學中)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책의 마지막에 소개된 영화를 통해보는 중국사회에 소개된 13편의 영화이야기 역시 꾸며진 이야기라는 본질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근현대 중국 역사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될 만한 글들이다. 독자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겨찾는 아마추어 평론가의 수준을 넘어서는 역사학자의 영화평론을 만날 수 있다.
<여행하며 중화제국을 탐색하다>를 쓴 유장근은 연구대상 중국과 실제 중국은 많이 달랐다고 한다. 그는 여행가이드의 말만 믿고 끌려 다니지 않으며, 책을 읽어보면 역사학자인 그가 지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여행자이기 때문에 관광지, 재래시장, 열차에서 만나는 중국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기록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저자의 꼼꼼한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다.
역사학자가 탐색한 중화제국을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소개한 탁월한 여행기이지만, 교과서 같은 느낌을 주는 편집과 빼어난 비경을 흑백사진으로만 보아야 하는 것은 작은 아쉬움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행하며 중화제국을 탐색하다> 유장근 지음 - 청암/ 288쪽, 15,000원
여행하며 중화제국을 탐색하다
유장근 지음,
청암,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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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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