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 값이 올라서 이제는 이마저도 구경하기가 쉽지 않으니...
이승숙
우리집은 시골집이라서 원래는 방마다 다 구들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오래 비워놓은 집이라서 그랬는지 구들이 내려앉은 방도 있었다. 이사와서 집을 수리할 때 우리는 구들의 효용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내려앉은 구들은 다 걷어냈다.
그래도 방 하나는 구들방으로 남겨놓았다. 위채 작은 방은 구들방 그대로 놔두었다. 그랬더니 겨울만 되면 이 방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한겨울에는 아침 저녁으로 군불을 때줘야 하지만 요즘 같은 늦가을에는 저녁에 한 번만 불을 때주면 방이 아침까지 자글자글 끓는다. 그 방에 이부자리를 깔고 잠을 자고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몸이 묵지근할 때면 일부러 요를 걷어내고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기도 한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해졌다.
구들방에 등대고 자면 피로회복제 필요없다어젯밤에도 서울 갔다와서 바로 구들방에 누웠다. 미리 깔아둔 이부자리는 따뜻했고 포근했다. 요 밑에 손을 넣어보니 역시 자글자글 끓는다. 행복감에 쌓여서 이내 잠이 들었다.
땔나무가 있고 구들방이 있는 이상 기름값이 올라도 큰 걱정 안 해도 된다. 땔나무가 있는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좋은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땔나무를 공급해주던 곳에 문제가 생겼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나무를 갖다주던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 때나 괜찮으니 나무 있으면 좀 갖다달라고 그랬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하는 말이 요즘 작업이 없어서 나무가 없다는 거다.
원래 우리는 산판의 참나무를 사다 때곤 했다. 그런데 나무를 베는 곳을 알아서 사는 문제도 만만찮았지만 나무값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통나무 그대로 갖다주기 때문에 그걸 또 일일이 톱으로 잘라서 도끼로 쪼개야 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에 선택한 것이 바로 목재소에서 버리는 죽떼기 나무를 사다 때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제재소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버리자 그 역시 그만이었다.
나무를 구해야 하는데 구할 길이 묘연했다. 나무 타령을 하면 친구들은 그런다.
"산에 전신에 나문데 그거 베다 때면 되지 뭘 걱정해?"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실제로 하려면 엄청난 일이다. 누가 어느 세월에 그 나무를 베서 장작으로 만든단 말인가. 직장에 몸을 바치는 남편이 그걸 한다고? 안 될 말이다. 각자 하는 분야가 다르고 해야 할 일도 있는데 어느 세월에 나무를 베서 장작으로 만든단 말인가.
궁하면 통한다더니 아는 이가 소개를 해줬다. 가구 만드는 공장에서 나오는 허접한 쪼가리 나무들을 갖다주겠다는 거다. 어차피 그 공장에서도 치워야 할 물건이고 또 우리는 땔감으로 필요한 나무니 서로가 잘 맞았던 거다.
그래도 사람을 사야 되고 차를 빌려야 되니 공짜는 아니다. 그래도 다른 연료에 비하면 싼 편이다. 더구나 쪼가리 나무라서 톱으로 자른다거나 도끼로 팰 필요도 없다. 그냥 아궁이에 집어 넣어주기만 하면 되니 일이 없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