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결정 D-3] 정권따라 바뀐 '수석 경제부처'

전 정권에 떠넘기기..."무책임, '영혼 없는' 기획재정부"

등록 2008.11.10 15:31수정 2008.11.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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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이전 "종부세는 합헌" 예찬...2008년 10월 "시대의 아픔, 위헌" 공격

지난 2003년 참여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구 재정경제부)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종부세 '흠집내기'에 앞장서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헌재 접촉'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속개된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헌재 접촉'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속개된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위헌논란이 있을 때마다 "심도 있는 법률적 검토를 진행했고 위헌소지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심지어 새정부(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줄곧. 그러나 최근 어찌된 일인지 앞선 검토결과를 모두 무시한 채 '위헌이다'라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재정부 공직자들은 국정브리핑은 물론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종부세는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적극적인 '종부세 예찬론'을 펼쳤다.

이는 종부세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조세저항'을 차단하기 위한 대국민 선전의 일환. 특히 당시 종부세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윤영선 세제실장(당시 부동산실무기획단 부단장)도 적극적으로 종부세 예찬론에 동참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종부세는 담세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세부담으로 지속 불가능한 세제이며 조세원칙에도 어긋나고, 위헌 가능성도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이는 정권의 입맛에 맞춘 기회주의적 행동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태도라는 지적이다.

오는 13일 헌법재판소는 종부세 위헌 여부 결정을 내릴 예정. 헌재 결정에 따라 종부세는 위헌으로 규정, 폐지될 수도 있고 합헌으로 현행 유지될 수도 있다.


종부세를 둘러싼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헌재 결정 결과에 상관없이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종부세를 매개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 위헌논란 잠재우는데 앞장섰던 재정부= 종부세 제정 당시에도 위헌논란이 제기돼 왔었다. 위헌 결정을 받아 폐지된 토초세의 현신(現身)으로 평가되며, 토초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제기됐었다.


당시 정부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내에 전담 T/F팀까지 꾸려 종부세 제정을 주도했고 위헌적 법률이 아니라는 방어논리 개발 및 선전에 열을 올렸다.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헌법학자들로부터 '종부세는 위헌소지가 없다'는 내용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받기도 했다.

종부세 위헌논란은 2005년 8월, 8.31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종부세의 틀이 대대적으로 강화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특히 인별 합산이 아닌 '세대별 합산' 과세체계를 도입한 것이 논란 확산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를 둘러싸고 위헌논란이 달아올랐지만 정부는 "부동산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합헌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2005년에는 종부세 제도를 대표적인 '혁신사례'로 꼽으며 종부세를 아름다운 세금으로 포장하는데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종부세 비판론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등장하면서부터 종부세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는 뚜렷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 종부세는 '시대의 아픔'…'영혼 없다'는 지적 자초= 2008년 11월 현재, '1%의 자긍심'·'아름다운 되돌림'으로 치장되던 종부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한 정부에서만큼은 '시대의 아픔'이요, 지속가능성이 없는 '위헌적 제도'라는 것이 종부세의 현 주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같은 상반된 평가는 정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종부세 흠집내기에 앞장서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인류사회에 이런 세금은 없었다. 종부세는 시대의 아픔이다. 나라면 헌재에 위헌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헌법재판소에는 종부세 위헌제청이 계류 중인 상태였다. 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납세자들이 제기한 위헌제청에 맞서 그 동안 종부세가 합헌이라는 주장을 강조해왔던 정부의 입장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

재정부는 8월 종부세에 대한 헌재 공개변론을 앞두고 '종부세는 합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인 지난 달(10월) 자신들의 논리를 스스로 폐기하고 '종부세는 위헌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제정 이후 3년 동안 고수해 왔던 '종부세는 합헌'이라는 입장을 헌신짝처럼 버린 셈이다. 무책임하고 '영혼이 없는' 수석 경제부처라는 말을 자초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종부세에 대한 헌재 결정과 관련해 어떠한 의견도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헌재 결정이 나온 뒤 종부세 존폐 혹은 제도개선책을 강구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떠났다. 정부로서는 이미 종부세를 위헌이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국민들에게 혼란을 안겨줬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도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부로서는 이래저래 '망신살'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하는 셈. 이에 따라 재정부는 이번 종부세 논란이 국민들의 다른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번지지 않게하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일보 / 최정희 기자 jhid0201@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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