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를 찾아 '아 유 해피'를 묻다

80년대와 광장 주제로 22일 콘서트 여는 손병휘

등록 2008.11.11 09:44수정 2008.11.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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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촛불, 식어버린 광장.

가수 손병휘가 그들을 위로하겠다고 나섰다. 촛불 현장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던 그는 '촛불 가수'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임수경 석방 환영대회', '김광석 추모앨범', '시사저널 거리문화제', '일본 평화헌법 9조 수호 및 한일 평화와 우정을 위한 콘서트' 등 그는 사람들이 촛불을 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그런 그가 촛불 꺼진 광장을 보는 마음이 남다를 터.

오는 22일 신촌 '소통홀'에서 2008년을 마무리하는 콘서트를 연다. 신촌역에서 250m 정도 떨어진 조그만 공연장이다. 공연장 객석수는 100석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 들어오면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할 것"이라며 손병휘씨는 '허허' 웃는다. 50명 정도 들어가면 적당한 아담한 공연장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관객과 연주자, 관객과 관객이 체온을 느끼기에 좋다는 뜻이다. 그는 "그날 제대로 데워줄 테니 옷은 가볍게 입고 오시라"고 귀띔한다.

<어린왕자>가 된 느낌, 마다가스카르 사진이 둘러싼 소통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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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을 연 소통홀. 가수 박강수씨가 운영한다. 실내엔 박강수씨가 찍어온 마다가스카르 사진이 걸려 있다. ⓒ 김대홍


11월 어느 날 소통홀을 찾아 리허설 현장을 살짝 엿봤다. 과연 호언장담대로 촉촉함과 따뜻함이 넘치는 공연장을 만들지 염탐하는 게 목표다.

오전 11시 공연장 문이 활짝 열려있다. 한산한 거리에 악기와 노래 소리가 '솔솔' 흘러나오는 게 괜찮다. 지하문을 통해 홀로 들어서니, 이런. 근사한 카페가 손님을 맞이한다.


전등이 은은하게 실내를 비추고 첫눈에 눈길을 붙드는 사진들이 벽면에 가득하다. 돌담위에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는 흑인 아이들, 배가 올챙이처럼 나온 채 사진기 앞에 일렬종대로 선 일곱 아이, 아이와 배, 그리고 한쪽에 '따닥따닥' 붙은 손바닥 사진들. 입구에서 시작한 화분 행렬이 안쪽에서도 이어진다. 대략 세어보니 30여 개다.

정신없이 사진과 화분을 구경하고 있자니, 주인인 박강수씨가 들어온다. 모자와 목도리, 옷 등이 심상치 않다. 멋있다는 느낌? 갑자기 손병휘씨가 박강수씨 소개를 한다.

"박강수씨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 분은 이곳 사장이자 가수이자, 사진가이자, 기획자입니다. 아 책도 냈네요. 한 번 보여드리세요."

마다가스카르 포토에세이 <나의 노래는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를 올해 펴냈단다. 영화 <마파도>에서 '비둘기'와 영화 <최후의 만찬> OST 타이틀곡 '부족한 사랑' '주사위'를 부른 주인공이 그다.

카페에 걸린 사진 출처를 물으니 마다가스카르란다. 동화 <어린왕자>에 나온 바오밥나무가 자라는 곳. "좋다"고 했더니 그냥 '빙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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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휘씨는 이번 공연에서 '따뜻함'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 김대홍


소통홀은 올해 6월 문을 열었다. 사진가 최민식 만화가 이현세, 성우 배한성 사진 작업을 한 정일호씨 사진전 '소통'전과 우종민 라이브 콘서트 '남자를 만나다'를 열었다. 매달 박강수 콘서트가 홀에서 열린다.

박강수씨는 "노래인생 18년 만에 다른 사람 공연 티켓을 팔고, 포스터를 판 것은 처음"이라며 "팬들이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손병휘씨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두 사람 인연이 대략 10년이란다. 사람 좋아하기로 소문 난 손병휘씨답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 위 연주자는 항상 손병휘씨와 호흡을 함께 해온 이들이다. 94년 '노래마을'에서 인연을 맺은 정은주(건반)씨를 비롯 락그룹 천지인 출신으로 그림 단원인 박우진(베이스), 프리다칼로 단원이며 김창완 공연 세션을 맡기도 한 송기정(드럼) 등은 모두 오랜 지기다. 김동재(기타)는 지난해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이들이니 리허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병휘씨가 '매일 그대와'를 부르는 찰나 강수씨가 '픽'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이 노래가 왜 이리 웃기지."
"야, 너 80년대를 깔보는 거니."
"연습 그만 해 밥 먹고 해야지. 밥 안 먹을거야."
"나는 연습 많이 안해. 조금만 있어봐."
"에이. 지난 번엔 양으로 밀어붙이더니. (누가 그래?) 그 때 같이 연습하던 사람이 그러던데."

시계는 12시를 넘기고, 1시를 넘기고, 2시가 가까워오는데도 그칠 줄 모른다. 밥을 잊은 그들이다.

손병휘, 방글라데시에서 행복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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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휘씨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9일까지 방글라데시를 다녀왔다. 이번 콘서트에서 나눌 이야기 중 하나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다. ⓒ 김대홍

손병휘씨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9일까지 방글라데시를 다녀왔다. 그 기록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EBS <세계테마기행>을 통해 방송됐다. 방글라데시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방문이라서 기대가 컸을 텐데요. 어땠습니까.
"아주 궁금했죠. 빈곤도 세계 1위, 부패지수 세계 1위, 행복지수 세계 1위라고 하는데, 빈곤하고 부패한데 행복하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왜 행복한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아 유 해피'라고 물었어요. 모두 '행복하다'고 하더군요. 묻지 않은 사람도 있었어요. 얼굴에 '행복'이라고 써 있어서, 굳이 묻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설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건 아니죠?
"한 명 있었어요.(웃음) 종업원 네 명 둔 이발소 주인인데, '아 유 해피'라는 질문에 '그럭저럭'이라고 하더군요."

-왜 그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거죠.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기 마을 지는 해, 자기 마을 뒤쪽 아름다운 정원, 이런 것들이 그네들에겐 다 소중한 거죠. 언젠가 해변가에서 땅 위를 가득 덮은 게 무리를 봤어요. 그런데 아무도 그것을 잡지 않는 거예요. 먹기 위해서 잡을 법도 한데. '왜 안잡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기발했어요. 예뻐서 안잡는데요. 우리하곤 참 많이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한편으론 답답하기도 하셨죠?
"그렇죠. 너무 느리고 욕심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온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사업주들이나 한국 직원들과 충돌을 빚는구나 싶었어요. 그런 문화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왔으니 오죽하겠어요.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게으르고 무책임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인성 문제가 아니라 문화 충돌이 아닌가 싶어요. 구한말 때도 안그랬겠어요.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 봤을 때."

손병휘씨는 방글라데시에서 '삶의 질'에 대해 생각했다. 올해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것 또한 '삶의 질'이다. 많이 가졌다고 행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적게 가졌다고 불행한 게 아니니, 우리가 그들을 동정할 일이 아니다.

그는 올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삶의 질'을 외쳤는데, 정부는 여전히 '삶의 양'만 외쳤다고 진단한다. 또한 정부가 여전히 군사정부 시절 광장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그 시절 광장은 국군의 날 카퍼레이드를 하거나, 국위 선양을 한 운동선수들 환영을 하는 장소였다. 주최는 언제나 정부였다.

2002년 월드컵 응원, 2008년 광우병 반대 촛불은 국민이 주최하고 조직했다. 주최가 달라지니 광장 분위기가 달라졌고 문화가 달라졌다.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문명 충돌을 느끼고 왔지만, 똑같은 시대를 사는 광장에서도 문화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손병휘씨는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다. 그 많은 욕심 다 벗고 '따뜻함'만 남겼다. 긴 겨울을 맞이해야 할 사람들에게 손병휘씨는 그 선물을 이번에 하고 싶다고 말한다. 방글라데시와 마다가스카르 행복 이야기는 덤이다.

덧붙이는 글 | 소통홀(http://sotonghall.com)
손병휘(http://www.folkking.com)


덧붙이는 글 소통홀(http://sotonghall.com)
손병휘(http://www.folkking.com)
#손병휘 #소통홀 #박강수 #방글라데시 #마다가스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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