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반찬 어때요? 찐땅콩과 마늘 멸치볶음!
한미숙
양파망에 담겨 베란다 한 구석에 걸린 땅콩이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린다. 자그마한 텃밭에서 친정아버지가 애써 가꾸고 거두신 땅콩이다. 가끔 입이 구진할 때마다 땅콩을 찌거나 볶아 먹고는 한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 오늘은 머릿속에 퍼뜩 알전구가 박힌다. 간식으로만 먹던 땅콩, 멸치볶음 반찬에 넣어보면 어떨까? 거기에 마늘도 섞어서.
어릴 땐 섞어먹는 반찬이 비위에 안 맞았다. 멸치와 땅콩, 마늘이라면 각각의 맛으로 따로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엄마는 요것조것 참 잘도 섞어 반찬을 만드셨던 것 같다. 그때 엄마가 해주시던 맛을 내가 고스란히 내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가 되니 어떤 재료를 어떻게 만들어 먹으면 모양새나 맛이 더 있는지 영양가는 어떨지가 늘 마음에 걸린다. 식구들 생각하면서 반찬을 만들면서 깨달은 것 하나, 음식은 응용이 무한대라는 것.
냄비에 물을 넣고 땅콩을 삶으니 구수한 껍데기 냄새가 풍긴다. 냄새가 나면서 얼추 익어도 반찬을 만들면서 다시 졸여야 하니 불을 바로 꺼도 된다. 땅콩 껍데기를 까면 연한 팥죽색 찐 땅콩이 한 두알씩 박혀있다. 찐 땅콩은 껍질까지 다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노화방지와 피부미용에도 좋은 비타민 E와 양질의 단백질이 들어있는 땅콩. 볶음용 잔 멸치에 깐 마늘과 찐 땅콩을 같이 넣어 고춧가루로 매콤하게 멸치볶음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