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외고 들어가려면 페르마 다녀야 한다?

경기도의회 박세혁 의원, 대교의 특목고 인수 비판

등록 2008.11.24 09:51수정 2008.11.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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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명지외고와 대교 홈페이지

명지외고와 대교 홈페이지 ⓒ 최병렬

명지외고와 대교 홈페이지 ⓒ 최병렬

 

200만명이 넘는 학습지 회원을 보유하고 특목고 입시학원인 페르마 에듀를 운영하는 사교육업체 ㈜대교홀딩스의 대표가 명지외고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이어 최근 경기도의회의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박세혁 의원(민. 의정부)은 지난 21일 "이 문제는 대한민국 교육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면서 "㈜대교에게 넘어가게 된 경위와 정당성을 따져 묻고 이를 알고도 방치한 교육공무원의 무소신과 무철학이 빚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대교는 명지외고 인수를 명목상은 정관 개정에 의한 운영권 참여 수준이라 밝히고 있지만 학교 이름을 대교 회장의 호인 봉암학원으로 바꾸는 정관 개정을 하고 기부금 형태로 100억 이상 투입한 것을 보면 실질적으로는 인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교의 명지외고 인수 부당성과 문제점을 네 가지로 요약 정리해 지적했다.

 

첫째,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사기업이 특목고를 인수하는 것은 공교육이 사교육에 종속되는 사례며 둘째, 사기업이 자회사 주식을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해 학교를 인수하는 것은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셋째, 부실학교를 돈으로 인수하는 것은 '먹치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으로 유사 사례가 나올 수 있고 넷째, 80억 이상의 공공예산이 투입된 명지외고 인수를 사립학교법에 문제가 없다고만 되풀이하는 도 교육공무원은 직무의 소명감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a  명지외고

명지외고 ⓒ 명지외고

명지외고 ⓒ 명지외고

 

박 의원은 "교육청은 대교가 경영권에만 참여하여 사립학교법 제28조에 의거하여 관할교육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고 '교육청 행정행위의 한계'를 들어 절차상 하자가 없어 승인을 해 주었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문제는 법적 사항이 아니라 도의적 사항이며, 도덕성의 문제다"며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재단이 특목고를 접수했다면 이제 명지외고 입시를 위해 '페르마'를 다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말도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경기도교육청 김남일 부교육감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인수가 되었는데, 의원님이 지적하신 상황이 발생한다면 교육청이 지적하고 지도하겠다"고 답했다.

 

특수목적고 전문입시학원인 페르마 에듀의 전체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대교가 명지외고 학교운영에 참여하겠다며 학교법인을 봉암학원으로 변경하고 기존 이사회를 전면 교체할 때부터 이 논란은 예견돼 왔다.

 

한편 명지외고 교명이 내년 3월부터 경기외국어고로 바뀐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9월 내년도부터 바뀌는 도내 11개 전문계 고등학교의 새로운 교명을 발표하면서 "사립고인 명지외고의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 내년 신입생 모집부터 도교육청이 승인한 새 학교명(경기외국어고등학교)을 사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명지외고 박하식(53) 교장은 "앞으로 2012년까지 수도권 최고의 외고로, 2017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고교로 도약하겠다"고 밝히면서 "경기외고로 교명을 바꾸는 것은 학교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학교 구성원 전체의 염원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a  경기외고로 재탄생을 알리는 안내 공지

경기외고로 재탄생을 알리는 안내 공지 ⓒ 최병렬

경기외고로 재탄생을 알리는 안내 공지 ⓒ 최병렬
 

공공예산 집중 지원받는 특목고! 해당지역 신입생은 소수에 불과

앞서 국정감사에서도 ㈜대교의 명지외고 인수는 화두로 떠올랐다.

권영길(민노) 의원은 지난 10월 '외고는 편중지원 일반학교 콩나물시루'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경기도 지역은 전국 31개 중 10개의 외고가 운영중이고, 6개가 추가로 설립이 추진중이나 지자체들의 외고에 대한 무분별한 편중지원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의원은 그 사례로 "지난 5년간 경기도와 의왕시가 명지외고에 64억8천만원을 지원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의왕에 있는 일반고에는 한푼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6년간 명지외고에 투입된 공공예산은 경기도교육청 지원금 24억, 경기도지원금 57억, 의왕시 지원금 3억원 등 총 84억에 달해 조세정의와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공평하게 사용되어야 할 공공재정이 단일학교에 편중지원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2007년 경기도 행정사무감사 송영주(민노) 도의원 자료에 따르면 수원시는 2006년 교육경비보조금 예산 220억 중 23%인 50억원을 수원외고에, 성남시는 250억원 중 70억원(2007년), 김포시는 70억원 중 30억원(2007년)을 김포외고에 지원하는 등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경기도 지자체들이 특목고에 쏟아부은 예산만 860억원에 달하고 있다.

더 어이가 없는 점은, 명지외고 입학생 구성에서 드러난다. 2008년 의왕시 관내에서 명지외고에 입학한 학생수는 불과 16명으로 4.68%에 불과하며 경기도내 입학생 수는 58.77%(201명)에 머물고 있다. 36.55%가 경기도 이외 지역에서 입학한 학생들인 것이다.

또한 2008년 기준으로 수원외고 입학자 중 수원 학생은 32.81%, 성남외고의 경우 성남 학생의 비율은 42.27%, 김포외고의 경우는 1.81%로 단 6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권의원은 "이는 경기도내 자리한 거의 모든 외고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고 지적했다.

입시 전문학원 '페르마에듀'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사교육 재벌기업 '대교'가 명지외고 전격 인수로 특목고 입시학원과 특목고를 동시에 소유하게 되면서 사교육업체의 공교육 진출에 따른 공교육 잠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논란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김포외고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학원과 특목고의 야합이 입시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공교육이 학원재벌에 점령당하고 국민 세금인 공공예산마저 결과적으로 학원 재벌을 지원하는 현실이 과연 타당한지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2008.11.24 09:51ⓒ 2008 OhmyNews
#의왕 #명지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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