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범야권과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이른바 '민생민주대연합' 전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민주에 민생을 더했다고는 하나 어찌 보면 흘러간 레퍼토리입니다. 식상합니다. 그러나 식상한 줄 알면서도 현 단계에선 다른 해법과 대안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연석회의'입니다.
3개 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사회당)과 시민단체가 참여해 발족한 '민생민주국민회의'는 4일 오전 11시에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극심한 경제위기·혹독한 민생고 극복을 위한 제정당·원로·시민사회단체 각계인사 연석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연석회의에는 민주당과 창조한국당도 포함돼 있습니다. 따라서 1987년 5월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결성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촛불 계승'을 표방한 민생민주국민회의는 "지금의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정책들이 경제위기와 민생고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기에, 이에 대해 범국민적으로 제동을 걸고 제대로 된 경제위기·민생고 극복 대책을 제시하고 촉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하고 3대 방향, 10대 요구안 및 분야별 핵심대책을 확정하였다"고 합니다.
반이명박 정책 연대 요구
경제위기-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3대 방향은 ▲'강부자'·재벌들에 대한 감세 중단 ▲서민을 위한 획기적인 재정지출 ▲강만수 경질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오각성 및 정책전환 촉구 등입니다. 연석회의에서는 ▲부자 감세 중단 및 서민·중산층을 위한 재정투입 ▲실업급여 확대 및 공공부문 일자리 대규모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촉진 ▲국제중·일제고사·특목고 등 사교육 조장 정책 철회 ▲의료비 인하 및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의 '10대 요구안'이 채택됐습니다.
연석회의는 정치적으로 반(反)이명박 정책 연대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이명박 연대'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복원만으로 일반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3대 방향 가운데 거국민생내각 구성은 여러 정당간의 노선 차이로 논란 끝에 빠졌습니다. 예를 들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비아냥부터 '모든 반이명박 정치세력은 여기 모여'라고 해놓고 거국민생내각 구성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민생민주국민회의 내에서도 애초에 정당, 특히 민주당의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 대한 견해 차이에 따른 내부의 일부 반대와 진보신당의 민주당 참여 반대 등이 걸림돌이었습니다. 또 대안 야당을 표방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국회 밖으로 나가는 데 소극적이었습니다.
'민생민주연합'의 물꼬 튼 김대중의 '뭉쳐야 산다'
물꼬를 튼 것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뭉쳐야 산다'는 한마디였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방북 후 자신을 예방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회동에서 "야당이 뭉치고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민주연합'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연합'을 거론했다고 합니다.
DJ는 강 대표에게 "숨을 길게 쉬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망원경 같이 넓고 멀리 보고 현미경처럼 깊고 좁게 봐야 한다"면서 "(야당이 뭉치고 힘을 합치면) 우리 국민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DJ는 또 "지금 이명박 정부가 태도(강경 기조)를 바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우리 할 일을 제대로 해서 지지율이 올라가야 정부의 대북정책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단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반대'를 연결고리로 야당이 뭉치라는 주문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1월 30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남북관계 위기 타개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결성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초당적으로 대처하기로 한 데는 김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민생경제와 관련해서는 야권과 같은 목소리로 정부에 쓴소리를 했습니다. DJ는 "지금은 재정 적자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전제하고 "돈이 위(부유층)에 가는 게 아니라 밑(서민층)으로 가야 한다"면서 "비정규직 고용 문제, 기초생활보장 등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DJ의 메시지는 모든 민주평화-진보개혁 세력이 작은 노선의 차이와 해묵은 감정을 접어두고 민생과 민주를 위해 한데 뭉치라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강한 야당론과 대안 야당론
'야당 속의 야당'을 표방하고 2일 공식 출범한 민주당 내의 비주류연합 세력인 '민주연대'가 창립선언문에서 "국민 대다수의 생존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를 반드시 사수하기 위해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촛불세력, 시민사회단체들의 광범위한 민생민주대연합을 제안한다"고 공식 선언한 것도 83석에 불과한 민주당의 힘만으로는 정부 여당에 맞서기가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적인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강한 야당론)는 축과 당의 현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대안 야당론)는 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강한 야당론의 축은 반이명박 연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반면에, 대안 야당론의 축은 "민주당이 반대보다는 먹고사는 문제에 답을 하라"고 주문합니다.
본디 한 몸이었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대북정책의 종북성 여부를 놓고 갈라선 만큼 아직 앙금이 큽니다. 또 창조한국당은 마음은 민생민주대연합에 두고, 몸은 한나라당보다 더 보수적인 자유선진당과 섞는 기이한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8년판 민생민주대연합 연석회의가 1987년판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처럼 대세를 형성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연석회의에 참여하는 제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인사들의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민생민주대연합에 대한 찬반 논쟁의 멍석을 깔려고 합니다.
당신은 민생민주대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한다면 당신은 어떤 수준의 민생민주대연합을 원하십니까? 또 민생민주대연합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연합'과 나아가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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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4 15:0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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