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웃기는 이회창-문국현 연대

연합교섭단체 선진-창조, 남북관계 놓고 정반대 행보

등록 2008.12.03 21:08수정 2008.12.0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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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지난 5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지난 5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남소연

"오늘 3당 대표가 초당적인 남북관계, 한반도 관계를 위해서 뒤늦게 나섰는데 나머지 정당도 함께 해주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설득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11월 30일 '남북관계 위기 타개를 위한 비상시국회의' 인사말)

"야 3당 대표는 남북관계를 이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 지적도 없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비난하였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현실인식이며 북한의 상투적 전술과 분열책동에 놀아나는 것에 불과하다." (이회찬 자유선진당 총재, 1일 당회의)

지난 5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연합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했을 때부터 나온 예상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연합교섭단체 선진-창조, 엇박자 대북 행보

문국현 대표는 남북관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1월 30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께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했다.

그는 "개성공단은 이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이 부시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 역사를 거스를 것이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 유엔과 코드를 맞춰서 6자회담, 북미직접대화, 남북대화의 3자 구도를 발전시킬 때 대한민국과 중소기업,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은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즉각 3당의 비상시국회의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공식논평에서 "시대가 바뀌어도 일방적인 친북 편향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야3당 대표들의 대북 인식에 대해 개탄을 넘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이 과연 대한민국 정당의 대표들인가"라며 "역사 앞에 어떻게 얼굴을 들려고 이러는가? 국민이 무섭지 않은가?"라고도 했다.

교섭단체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정리 때문인지, 논평 제목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대표들은 역사가 무섭지 않은가?'라고 해 창조한국당 이름을 빼기는 했다.


박 대변인의 논평에는 그간 이회창 총재가 보여온 대북강경기조가 그대로 녹아있다.

이 총재는 북한의 개성관광 중단조치에 대해 "그동안 불건전한 남북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좋은 기회"라면서 "이런 때 정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앞으로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 예컨대 개성공단 중단이라든가 기타 카드를 내놓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북한 스스로 개성공단의 문을 닫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문국현 대표 등이 주장한 대북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진사(陳謝) 사절 밖에 안된다"고 일축하면서 "이렇게 바닥까지 가야 새로운 관계형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표와 이 총재, 박 의원이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나란히 책상을 붙이고 앉아 남북문제에 대해 다른 발언을 해온 것의 결정판이다.

KBS 사태부터 정반대 입장... 적과의 동침 혹은 기술적 연대

남북관계라는 사안이 두 당의 연대고리인 '대운하저지, 쇠고기 문제, 중소기업 육성문제' 등 이른바 '3 포인트'에는 포함되지는 않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라는 점에서 '적과의 동침'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두 당은 정연주 전 KBS사장 해임 등 '방송장악'문제에 대해서도 정반대 주장을 해왔다.

창조한국당 관계자는 "대북문제에 대한 우리 당의 모습에 대해 이 총재가 상당히 불편해 한다고 들었다"며 "우리로서도 최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세 가지 주제에 국한된 '기술적 연대'임을 강조해온 대로 두 당은 정책조율을 하는 일도 거의 없다. 내년부터 문국현 대표가  원내대표를 맡게 되는 것에 대해 이 총재가 심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원내대표 회담에서 자유선진당과 전혀 다른 의견을 내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두 당의 연대에 대해서는 이미, 정치적 대의와는 관계없는 생존을 위한 야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달 30일 박선영 대변인이 문 대표 등을 비판한 논평에 바로 앞서 낸 논평은 '의회의 민주적 운영과 민의의 정확한 반영을 위해서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가 필수적이다'였다.

국회 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현행 '20인 이상'인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정당득표율 5% 또는 단일정당소속 의원 10명 이상'으로 완화하되 이번 18대 국회가 아니라 19대 국회부터 적용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그럼 18대 국회에서는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잘못된 것은 가능하면 빨리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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