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연합 실패 교훈... 정책연합 아니면 오래 못 가"

[민주대연합논쟁]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인터뷰 ②

등록 2008.12.05 09:30수정 2008.12.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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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회찬 대표는 최근 노르웨이를 방문해 사회주의좌파당의 국제담당관과의 대담을 통해 '유럽 연합정치'의 일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노회찬 대표는 최근 노르웨이를 방문해 사회주의좌파당의 국제담당관과의 대담을 통해 '유럽 연합정치'의 일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 노회찬 대표 제공

노회찬 대표는 최근 노르웨이를 방문해 사회주의좌파당의 국제담당관과의 대담을 통해 '유럽 연합정치'의 일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 노회찬 대표 제공

 

"정책 유사성으로 연합하지 않으면 오래 못 가"

 

- 서울시장 선거에서 선거연합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나?

"정치공학적으로야 가능하겠지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당원들이나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이 되는 것보다 민주당이 되는 게 낫다고 얘기할 수 있나? 민주당이 되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의 노선 전환이 없다면, 한나라당이 되는 것이 더 문제가 많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이 되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 진보정당쪽으로 선거연합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어떤가?

"주경복 선거에서는 거부하지 않았다. 우리는 내용에 따라 판단한다. 우리도 일관성 있게 정책공조를 해왔다. 본질론이나 근본주의 입장에서 '본질 때문에 어떤 경우도 공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정체성에 맞고 기본노선을 위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공조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화할 수 있다.

 

우리는 비판적이긴 하지만 남북문제도 같이한다. 촛불 때도 민주당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함께하는 것을 환영했다. 지난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당이 별도 후보를 내지 않고 주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한 것에 박수를 쳤다. 그런 노선, 원칙을 계속 견지할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이나 한미FTA에 대한 입장 전환이 있다면 함께할 일은 더 많아질 것이다."

 

- 당내에서 이런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나?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지만 지역에서는 고민이 많다. 지역 시민단체와 협의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 역량에 걸맞은 연대전술을 쓸 것이다."

 

- 최근 노르웨이를 방문하고 돌아왔는데, 유럽에서는 연합정치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그곳에도 딜레마가 있다. 노르웨이 노동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장기집권했다. 직전 선거에서 우파가 집권했는데, 우파의 재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연합정부를 수립했다. 노동당에 비판적인 좌파들이 희생을 감수하며 연정에 참여했다. 그런데 연정에 참여한 결과 정당 지지율은 낮아졌다. 사회주의좌파당은 12%에서 7~8%대로 낮아졌다. 물론 연정에 참여하는 것은 집권세력으로서 능력을 검증받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다수당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엄청난 타격이 있다.

 

기본적으로 유럽의 의회사회주의는 연합, 연립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가 연합을 안 하는 편이고 나머지 국가는 일상화돼 있다고 보면 된다."

 

- 유럽의 연합정치가 한국정치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정책의 유사성으로 연합하지 않으면 강력하지도 않고 오래갈 수도 없다. 참여하는 세력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좋은 의미에서 정치세력의 연합이 잘 되려면 선거제도가 지금처럼 다수대표제가 되면 안 된다. 자기 지지율만큼 의석을 갖게 되고, 그것이 다당제의 토양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이나 인물이 아닌 정책 중심의 다당제가 될 수 있다. 그 바탕 위에서 정책 유사성을 중심으로 연합을 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처럼 'All or Nothing' 정치에서 (연합은) 강자를 살리기 위한 수단이다. 연합을 가장 많이 썼던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의 연합은 통합의 수순으로 가는 연합이었다. 기력이 쇠한 본가를 살리기 위한 연합이었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가장 크게 실패한 연합이 1987년 YS-DJ 연합의 실패였다. 역사적으로 가장 필요할 때 자기 이해관계 때문에 연합하지 안았다. 진정한 연합은 그럴 때 하는 것이다."

 

"민노당-진보신당 통합, '민노당의 복원'으로 되면 안 돼"

 

  민노당 강기갑 대표가 지난 8월 21일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를 방문, 심상정·노회찬 공동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가 지난 8월 21일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를 방문, 심상정·노회찬 공동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 연합뉴스

민노당 강기갑 대표가 지난 8월 21일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를 방문, 심상정·노회찬 공동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 연합뉴스

 

-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두 개의 진보정당'이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분들의 자연스러운 요구다. 그 요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양당의 통합이 의미가 있으려면 물리적 결합만으로는 안 된다. 헤어질 때는 헤어진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해소되지 않은 채 결합한다면 앞뒤가 안 맞다.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진보정당'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앞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되어야지 민주노동당의 복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도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다면 함께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국민들은 거대한 낡은 진보정당보다 작지만 새로운 진보정당을 원한다."

 

- 서울시장에는 도전하나?

"당 안팎에서 그런 권유를 많이 받고 있다. 이 문제는 개인의 처신문제로 볼 수 없다. 당이 지방선거 기본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내년 2, 3월께나 정해질 것이다. 개인적인 처신 차원에서 판단하기보다 당의 지방선거 전략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와 관련, 많은 얘기를 듣고 있고,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

 

- 본인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는 게 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어깨가 무겁다. 저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살려내는 일과 관련해 상당한 책임을 지고 있다. 필요하다면 내 개인의 이해관계에는 연연하지 않겠다."

 

- 서울시장에 도전한다면 민주당·민주노동당 등과 선거연합을 할 생각은 있나?

"거기에 답변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그간의 민주대연합 역사를 볼 때 결정적 계기 때 누가 연합을 깼느냐 하는 원죄의식이 있다. 그간 성사됐던 민주대연합이 민주당 강화론으로 귀착된 것 아니냐. 그 강화의 결과가 사회양극화 말고 뭐가 있나? 시대는 변했다. 군부독재시절에야 독재정권을 막기 위해 민주당 중심으로 연합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 이런 수혈은 종식되어야 한다.

 

오히려 민주당이 (진보진영에) 수혈을 해줘야 한다. 민주당에도 신자유주의, 한미FTA 등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민주당 수혈론으로 이루어질 게 없다고 인정하고 강을 건너야 한다."

 

- 도강할 사람이 있겠나?

"큰 기대는 안 하고 있다. 한국정치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느냐는 큰 문제를 놓고 20~30년을 내다봐야 한다. 2004년 선거를 보자. 10석에 불과한 작은 성과를 얻었는데, 유럽 같은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 지지율로 40석을 만들 수 있었다. 한국에서 정치지형의 재편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분당 전) 민주노동당이 잘했어야 했다. 그래서 더 뼈아픈 것이다."

 

 지난달 1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미FTA 졸속체결 반대 비상시국회의 재결성을 위한 조찬 모임에서 자유선진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

지난달 1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미FTA 졸속체결 반대 비상시국회의 재결성을 위한 조찬 모임에서 자유선진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 ⓒ 연합뉴스 안정원

지난달 1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미FTA 졸속체결 반대 비상시국회의 재결성을 위한 조찬 모임에서 자유선진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 ⓒ 연합뉴스 안정원

 

"민주당과 연합하면 정체성 상실로 이어질 수 있어"

 

- 민주노동당이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변화의 계기가 오기 바란다. 그게 2012년 전에 오는 게 바람직하다. 그 변화가 안 온다면 2012년 선거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내가 지난 총선을 치르면서 크게 깨달은 사실은 국민들이 진보를 거부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제대로 부응할 경우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아직 변하지 않고 있다. 고민이 깊어가고 있는 것 같다. 변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근본적 변화가 아니라 (민주당 등과) 연합으로 가면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 더 나쁜 결과가 올 수 있다. 한미FTA를 하겠다고 하는 세력과 어떻게 연합할 수 있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에서 맞서 싸운 상대가 열린우리당(민주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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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5 09:30ⓒ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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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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