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주희아티안 인터뷰
김진욱
이 때문인지 그녀는 작품 선택에 매우 신중하다. 자주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운 반면, 한 번의 무대로 그 기다림을 충족시키고도 남음이 있으니 관객으로서 이처럼 기쁜 일이 없다.
제가 ‘고선웅 전도사’한다고 그랬어요.(웃음) 지난번 마리화나 공연을 봤는데, 단순히 웃기고 마는 코미디가 아니라 대사 안에 철학이 있더라고요. 우리 연극이 철학은 많은데 소통의 부재가 항상 문제거든요. 그런데 고선웅씨 작품은 분명한 철학과 함께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소통의 언어가 함께 있었어요. 꼭 해 보고 싶었지만 이미 친한 후배인 이승비씨가 너무 잘 해 놓았고, 이 작품에 대한 그녀의 사랑도 대단해서 제가 해 보고 싶단 말은 차마 못꺼냈지요. 그런데 이승비씨가 결혼을 하고 호주로 가게 되서 혹시 기회가 닿으면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마침 마리화나 앙코르 공연(2008.12.5 ~ 2009.1.24, 마방진극공작소)이 결정되었던 거에요. 덕택에 이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어요.(웃음)두 번 연극을 그만 두려고 했었어요. 처음은 배우로서의 정체성 때문이었는데 이 땅에서 여배우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거든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제 생김새는 연극판에서만 통하는 미모라고요.(웃음) 아무튼 뛰어난 미모가 없는 저 같은 여배우는 갈 길이 너무 멀고 힘들어 보였어요. 하지만 남이 준비한 남의 무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원하는 무대를 꿈꾸게 되면서 곧 극복할 수 있었지요.두 번째는 조금 심각했어요. 제 문제가 아니라 연극 자체에 대한 고민이었거든요. 너무나 힘든 연극의 현실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갈 길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이 곳에 희망이 있으니 계속 하라’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선배였던 거에요. 결국 깨달은 것은 잘못된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거였어요. 마치 지구의 평화를 걱정하느라 오늘 하루 아무 일도 못하는 것처럼요. 연극이 어떻건 지구가 어떻건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거에요. 나 혼자서 연극을 살리고 지구를 지킬 수는 없어요. 그건 본래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나의 행동이나 실천이 도움이 될 수는 있어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이자 최선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이런 깨달음은 그녀의 행동에 그대로 드러난다. 언제나 오랜 시간을 생각하고 준비하여 최선의 무대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연극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연극을 보러 오시는 관객은 정말 소중한 분들이에요. 연극을 보기 위해 편하지 않은 소극장을 멀리서 찾아 오시는 분들이잖아요. 막이 오르기 전 관객의 마음은 공연을 시작하는 배우들의 마음과 같아요. 두근거리고 설레고 불안하기도 하지요. 우린 함께 연극을 만들어 가고 있는 거에요. 서주희는 관객을 정말 사랑하고요, 사랑을 그리워하고요, 사랑 고파해요. 제가 작품을 하는 이유는 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관객들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서에요. 관객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면… "우리 서로 사랑을 나눠요. 일방적인 사랑은 너무 외로워요.(웃음)"사실 배우 서주희는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여배우이다. 아마도 그녀가 무대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자신에 대한 관객의 사랑이 없어서라기 보다 연극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에 따른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연극에 대한 사랑이 곧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부결될 만큼 그녀는 뼈 속까지 연극인이었던 것이다. 이토록 사랑을 갈망하는 배우가 있는데 그에 부응할 관객이 어찌 없겠는가. 우리 연극은 절대 외롭지 않다. 다만 그 사랑이 조금 더딜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공연포탈 아티안(http://ww.artian.net)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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