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이 없다보니 차량 번호판에 국가표기를 하게 되어 있단다. 네델란드, 벨기에, 독일 번호판
전용호
차는 계속 달린다. 오늘 벨기에 국경을 넘어 안트베르펜(앤트워프)으로 가야 한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간혹 영화 속에 나오는 국경수비대의 검문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경을 차로 넘는다는 것은 당분간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에 몹시 궁금하기만 하다.
국경을 지나는 것 같은데 차는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허무하다. 차라도 멈출 줄 알았는데. EU 국가 내에서는 국경은 형식적인 영역표시일 뿐이라고 한다. 수 없는 전쟁으로 서로 싸우며 살아온 유럽이 하나가 되어 국경을 없애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도 줄을 긋고 살아가는 데…. 그저 부럽기만 할 뿐이다.
하나의 나라는 세 개가 되고...학교 다닐 때 세계사 시간에 나오던 베네룩스(Benelux) 삼국.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왜 이걸 외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외웠다. 그걸 외어야 할 정도로 큰 의미가 있었을까?
16세기 말 네덜란드가 독립하기 전까지는 베네룩스 삼국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하나의 나라였다. 당시 스페인은 네덜란드인들을 멸시하고 종교(신․구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종교세를 만들어 종교적으로 탄압을 했다고 한다. 이에 반발하여 북쪽으로부터 독립전쟁을 일으켜 스페인을 압박해왔다.
스페인은 무역의 중심이었던 네덜란드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권과 무역을 현재의 벨기에 안트베르펜으로 옮기고는 회유책으로 종교세를 감면해 주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벨기에는 독립전쟁에 참여를 하지 않게 되어 네덜란드와 분리되게 되었다. 하지만 벨기에가 독립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을 더 기다려야 했다. 문득 우리나라 현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하지만 베네룩스 삼국은 2차 세계대전 말기 관세동맹으로 시작해서 베네룩스 경제연합으로 발전하여 결국 다시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결국 EU를 태동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작은 나라였던 베네룩스는 유럽의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EU 본부가 벨기에 브뤼셀에 있다고 한다.
안트베르펜의 밤거리밤이 늦어서야 안트베르펜에 도착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늦은 밤 산책을 나왔다. 아마 지금이 아니면 도시를 구경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