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은 나서라, 거짓을 부수고 진리를 행동하라"

'선비' 안중근 의사의 붉은 마음 서린 '견위수명'

등록 2008.12.10 14:02수정 2008.12.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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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글씨 안중근의 충혼 서린 친필 '견위수명' ⓒ 동아대박물관

▲ 선비의 글씨 안중근의 충혼 서린 친필 '견위수명' ⓒ 동아대박물관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과 주위의 무리들을 ‘선비’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면서 한문 한 토막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권 안으로 들어왔다. 견위수명(見危授命)이라는 말이다.

 

 견위수명은 공자가 제시한 성인(成人)의 기준, 약속을 끝내 잊지 않는 것과 함께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하여야 성인이라는 것이다. 재물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성인은 오늘날 한국에서 쓰는 ‘19세 이상 남녀’라는 뜻이 아니고 선비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 글은 나라를 위한 붉은 마음을 표현하는 문구로 많이 활용되어왔다. 관공서 등의 액자에 들어있는 글씨로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 글씨 왼쪽 아래에는 예외 없이 손바닥 도장이 찍혀있다. ‘대한국인(大韓國人)’ 안중근 의사(義士)의 글씨다.

 

 충혼(忠魂)이 매섭게 서려있다. 서릿발 안중근의 눈길을 보는 듯하다. 명필(名筆)이라는 점 말고도 이 글씨는 담고 있는 뜻이 많다. 그래서 관청에 이 글씨 액자가 그렇게 많은가보다. 부산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안 의사의 이 유묵(遺墨)은 보물 제569호로 지정되어 있다.

 

 안중근(1879~1910)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를 온갖 술수와 무력으로 침탈(侵奪)하려는 일본인 수괴(首魁)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1909년 10월 만주 하얼빈에서 사살한 한말의 독립운동가다. 다음해 일본의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순국(殉國)하였다.

 

 안중근은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유년시절 한학과 무술을 익혔다. 1895년 아버지를 따라 가톨릭교에 입교하여 신식 학문에 접하고 가톨릭 신부에게 프랑스어를 배웠다. 1905년 을사조약(乙巳條約)이 체결되자 의분을 못 이겨 연해주(沿海州)로 망명하여 의병운동에 참가하여 많은 일을 했다.

 

 일본 형무소에서 형을 살면서 많은 일화와 함께 글씨를 많아 남겼다. 그중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유묵은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는 뜻으로 후손의 독서와 공부를 독려(督勵)하는 액자로 활용된다.

 

 뛰어난 명필(名筆)로도 주목받는 안중근의 유묵에는 공통적으로 '대한국인(大韓國人) 안중근 서'라고 쓴 서명 말미에 손바닥 도장이 찍혀 있다. 혈서를 쓰기 위해 4번째 손가락의 한마디를 잘라낸 손바닥 도장이다.

 

 이 손바닥 도장에 부끄럽지 않은 자, 선비들은 나서라. 거짓을 부수고 진리를 행동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서전학교(www.mystoryschool.com)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시민사회신문 논설위원입니다. 

2008.12.10 14:0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자서전학교(www.mystoryschool.com)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시민사회신문 논설위원입니다. 
#선비 #견위수명 #이명박 #안중근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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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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