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의 국가기술자격증을 따내 전국 고교생 중 가장 많이 자격증을 학보한 전남 보성실고 박지현(고3) 학생. 그는 어려운 집안형편에 책상이 없어 밥상을 책상삼아 공부하다 등이 휘어버렸지만 치료조차 받고 있지 못하다.
보성실고 제공
한 개도 따기 힘들다는 국가기술자격증을 무려 26개나 딴 고등학생이 있다. 전국 고교생 중 최다 기록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남 보성군 보성실업고등학교(교장 이기재)에 다니고 있는 박지현(3학년) 학생. 특히 지현 학생이 딴 26개의 자격증은 어려운 집안형편과 아픈 몸을 딛고 거둔 결실이라 주위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지현 학생이 처음으로 딴 자격증은 지게차운전기능사. 이후 지현 학생은 자동차정비와 자동차검사기능사, 건설기계정비기능사, 천장크레인, 기중기 등 건설기계분야의 대부분의 기술자격증을 따냈다.
또한 정보처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디지털활용능력, ITQ, 인터넷정보관리사 등 정보분야의 기술자격증도 대거 땄다. 이밖에도 비서, 무역영어, 제빵기능사 등 다양한 분야의 자격증도 따냈다. 거의 자격증 백화점 수준인 것이다.
지현 학생은 올해 전국 고교생 경진 대회에서 산업기능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현 학생은 1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갈 엄두는 못내고 인문계 대신 일찍 취직하기 위해 실업계를 지원했었다"면서 "기왕 실업고 자동차과에 온 김에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자격증 시험을 치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실직한 아버지, 군대 간 오빠...수입 없는 집안 살림 지현 학생은 미화원을 하다 실직한 아버지와 가사를 전담하고 있는 어머니, 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오빠는 군대에 가있다.
대부분의 시골살림이 어렵지만 지현 학생네 형편은 유독 어려워 아버지가 실직한 이후론 특별한 수익이 없는 실정이다. 지현 학생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제일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시험 치를 때 내야 하는 응시료와 시험 보러 부산, 광주, 목포로 갈 차비와 숙박비가 없었을 때였다"고 답할 정도로 집안 살림은 힘겹다.
특히 26개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지현 학생의 허리는 휘어버렸지만 병원치료는 꿈도 꾸고 있지 못하다. 어려운 집안형편에 책상이 없어 밥상을 책상삼아 공부한 탓이다. 지현 학생은 "의사 선생님이 뼈가 이상하게 휘어진 상태라고 하셨는데 근육이 당겨서 많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했다.
자신의 몸도 아픈 상태지만 지현 학생은 방과 후엔 보성지역아동센터에 가서 29명의 초등학생들에게 수학과 국어, 독서지도를 하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현 학생에게 26개의 자격증 중 가장 먼저 활용하고 싶은 자격증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숨도 안 쉬고 "자동차 정비·검사 자격증"이라고 답했다. "카센터에 가보면 일하시는 분들이 주로 남자 분들이라 여성분들이 쉽게 가길 꺼려하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자격증이 있는 여성이 있으면 더 편하게 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래 친구들은 수능을 치르고 대학입시를 고민하고 있을 때다. 지현 학생에게 조심스럽게 기분이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집이 가난해서 일찍 취직하려고 실업고를 왔으니까 1,2학년 땐 대학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어요. 고3이지만 수능을 안봐서 수험생 느낌은 안 나는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여건이 되면 대학에 꼭 가고 싶어요. 자동차 관련 학과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지현 학생은 "지금 당장의 꿈은 대학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자동차 검사와 정비 분야 아니면 건설기계 분야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해서 자격증도 두 분야의 자격증이 많다.
지현 학생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나의 꿈'을 위축시키는 가난을 딛고 다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만의 몫으로 맡겨두기엔 어린 학생의 등이 너무 휘었다.
한편 지현 학생이 다니고 있는 보성실고는 자동차과 40명 학생들이 국가기술 자격증을 평균 1인당 11.3개를 따 전문계 고교 전국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학생들이 따낸 자격증을 합치면 무려 449개나 된다.
이기재 교장은 "아르바이트를 해 필기실기 시험 접수비용을 마련해 시험을 응시할 정도로 어려운 학생들이 많아 의의가 크다"며 "도시학교 애들처럼 마음대로 학원에 다닐 수 있는 여건이 아닌데도 열악한 시설과 환경 속에서 이룬 성과”라고 극찬했다.
학생들을 기술자격증 시험을 지도하고 있는 윤정현 교사는 "가정방문을 하다보면 주머니 돈을 다 털어주고 오고 싶을 정도로 힘든 여건에서 아이들이 잘해주었다"고 기뻐했다. 윤 교사는 12년 전 장흥실고 재직 당시 학생들이 평균 6개의 기술자격증을 따도록 지도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그때 제자들이 30대 초반의 사회인이 됐는데 고급승용차를 몰고 탄탄한 사회적 기반을 닦고서 인사하러 오는 모습을 보며 여기 아이들에게도 저렇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 다시 지도에 나선 이유"라며 "아이들에게 자격증보다 더 값진 자신감을 주게 돼 기쁘다"고 소회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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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운전에 자동차정비...앗, 여학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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