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입김 세진 충남대 평의회 구성안, 교수들 집단 반발

충남대 교수들, '개혁'아닌 '개악안' 반발

등록 2008.12.12 17:48수정 2008.12.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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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대학교 정문 전경
충남대학교 정문 전경심규상
충남대 교수들이 최근 대학당국이 입법예고한 대학평의원회 및 교수회 규정 개정안을 놓고 교권을 위축시켜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저의가 숨어있다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충남대가 지난 8일 입법예고한 충남대 교수회 규정개정안에 따르면 교수회 권한이 대폭 축소된다. 

현재 충남대 전교교수회의 경우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을 비롯, 학칙 등 개정 및 폐지 등에 관한 사항, 대학 중장기발전계획, 대학구조조정과 통합, 기성 회계 예산편성에 관한 사항 등 모두 12개의 주요 권한과 기능을 갖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측이 내놓은 이번 교수회 규정개정안에는 교수의 복리증진 및 교권에 관한 사항과 충남대 대학평의원회 의원 선출 권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과 권한은 모두 삭제했다.

전체 평의원회 18명 중 교수회 추천 8명-총장 추천만 5명

대학 측은 대신 교수, 직원, 조교, 학생 및 동문, 지역인사 등 구성원의 대표로 구성되는 대학평의원회 설립 규정을 마련하고 삭제된 교수회의 기능을 대학평의회로 이관하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교수들은  입법 예고된 대학평의원회 구성안대로 결정될 경우 교수회 선출 교수비율이 낮아 대학당국을 비판, 견제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학평의회 구성안에는 총 18명의 대학평의원회 안에 교수회 선출 교수가 8명인데 비해 총장이 추천하는 동문 및 지역인사 5명과 직원협의회 선출 직원3명, 조교협의회와 학생회에서 각각 1명씩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교수들이 입법 예고안대로라면 교수회가 친목단체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교수평의회 참여 교수 비율 또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경우에 따라 총장개인의 권력집중화라는 폐단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대학평의회가 구성될 경우 총장의 뜻에 따라 학교운영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실제 대학평의회 규정안에 따르면 대학평의회에서 총장 임용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어 현재의 교수 직선에 의한 총장선출 방식이 평의회를 통한 간선제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또 평의회는 대학 중 장기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을 비롯 학교의 모든 예산운영에 관한 사항을 다루게 된다.

대부분 국립대 대학평의회 중 교수 구성 비율 90%

 충남대학교 홈페이지 (화면 캡쳐)
충남대학교 홈페이지 (화면 캡쳐)심규상

충남대 한 대학교수는 "대학평의회 구성을 통해 보다 민주적인 대학 운영이 가능하도록 변화 발전시켜야 함에도 오히려 교권을 위축시켜 총장 개인의 권력독점을 꾀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직원협의회와 조교협의회의 경우 총장이나 대학당국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데다 낮은 교수참여율은 다른 국립대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때문에 많은 교수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부산대의 경우 대학평의회 구성인원 45명 중 40명이 교수들로 구성돼 있고 나머지 국립대의 경우에도 비슷한 구성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대학 평의회 구성은 학내외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다른 의도는 없다"며 "입법 예고된 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수평의회 소속 교수 35명은 최근 연 서명을 통해 교수회에 임시회 소집을 요청, 오는 15일 오후 예정된 회의에서 대학평의회 구성안을 놓고 논란이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충남대 인문대 소속 교수들은 대학당국이 추진 중인 '학제 및 행정조직 개편 방안'으로 인문계열이나 자연 계열의 기초 학문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문대교수회 "연구비 수주액 기준 학생정원 삭감?..순수학문 포기정책"

충남대가 마련한 '대학 자율화에 따른 학제 및 행정조직 개편 방안'에 따르면 매년 교수들의 연구 실적 및 연구비 수주액평가 등을 평가해 하위 10%에 속하는 학과(전공)는 다음해 학생 정원을 10%로 삭감하고 교수 정원이나 예산도 연동해 삭감하는 '정원 탄력운영제'가 내년 상반기부터 실시된다. 

'정원탄력운영제'가 시행될 경우 매년 학과별로 입학경쟁률과 입학생 학력수준, 등록률, 취업률과 진학률, 교수들의 연구 실적 및 연구비 수주액 등에 따라 상위 10% 학과(전공)는 학과 정원을 증원하는 반면 하위 10% 학과는 학생 정원의 10%를 감축해야 한다.

충남대의 한 인문대 교수는 "평가 기준을 입학 성적이나 교수들의 연구비 수주액으로 하는 것은 대학을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비인기 학과인 인문대에 피해가 집중돼 결국 기초 순수 학문의 악화와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충남대 인문대 교수회는 오는 15일 별도의 회의를 통해 대학본부가 마련한 구조개혁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개진할 예정이다.
#충남대학교 #대학평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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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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