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원지역 '촛불문화제 탄압' 논란

시민단체, 관계자 잇단 소환에 반발...당사자들 소환불응·묵비권 대응

등록 2008.12.12 18:44수정 2008.12.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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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5월 7일 수원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쇠고기협상 무효를 주장한 뒤 재협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5월 7일 수원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쇠고기협상 무효를 주장한 뒤 재협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수원시민신문 제공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5월 7일 수원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쇠고기협상 무효를 주장한 뒤 재협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제공

 
경찰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매주 수요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해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불법 야간집회 주도 혐의 등으로 잇따라 소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야간집회 금지조항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집시법 관련규정을 적용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처벌하려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다산인권센터·수원진보연대 등 수원지역 3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수원시민대책회의와 경찰에 따르면 수원서부경찰서는 최근 수원시민대책회의 집행위원인 '다함께 경기남부지회' 활동가 김아무개씨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달 14일 수원시민대책회의 참여 단체인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박아무개씨와 수원광우병감시단장 서아무개씨, 경기민언련 활동가 안아무개씨 등 3명을 잇따라 소환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집시법 10조(야간 옥외집회 금지) 등 위반.

 

경찰, 8개월째 이어온 촛불문화제 관계자 4명 사법처리 방침

 

수원시민대책회의는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던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8개월 째 매주 수요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대운하 및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등을 주제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시민단체 관계자 4명이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매주 수요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불법 촛불집회를 주도했다며 미신고 집회 혐의로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의 소환조사에 불응하는 것으로, 박씨 등 3명은 경찰소환조사에서 진술거부권(묵비권) 행사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박씨 등은 경찰에서 “촛불집회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에 항의하고,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이자 정당한 의사표현이었다”며 경찰 소환조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재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경찰조사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에게 헌재결정과 상관없이 미신고 집회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반발...“촛불시민-민주주의 위협 규정 강력히 대처할 것“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원시민대책회의는 최근 성명을 내고 "경찰은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에게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왔으나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법원에 의해 위헌법률 심판이 제청됐다"면서 "경찰은 집시법을 이용한 촛불 탄압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명박정권의 공안탄압은 촛불의 불씨를 꺼뜨리기는커녕 더 큰 분노와 저항을 불러올 뿐"이라며 "경찰의 이번 추가 소환장 발부는 수원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함께 경기남부지회도 성명을 통해 "경찰의 추가 소환장 발부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죄인으로 모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이명박 정권과 수원서부경찰서는 ‘다함께’ 회원에 대한 추가 소환 시도와 촛불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경기지역 16개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경기지역 사회공공성강화 공동행동도 성명을 발표하고 이명박 정부와 경찰을 함께 비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촛불문화제는 평범한 서민들이 나와 민생을 얘기하는 '시민들의 장'이었는데, 민생을 얘기했다고 무고한 시민들을 소환조사하는 것은 지나가던 강아지도 웃을 일"이라며 "경찰의 이번 수원 촛불시민에 대한 소환은 이명박 정부의 국민들에 대한 태도가 폭력과 독선적임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 사례"라고 성토했다.

 

수원서부경찰서 홈페이지에도 촛불 관계자 소환조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전아무개씨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데도 정부는 공권력을 앞세워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탄압하려고 한다"면서 "소환을 철회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5월 21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수원시민신문 제공
지난 5월 21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제공

 

경찰 관계자 "사전 허가 없이 불법집회 주도 혐의"

 

이에 대해 수원서부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소환조사 대상자 4명은 미신고 촛불집회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현행 집시법상 야간 옥외집회는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돼있기 때문에 헌재의 위헌여부 결정과 상관없이 미신고 집회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원서부경찰서는 지난 5월에도 정보과 한 형사가 수원시민대책회의 촛불집회에서 연설한 수원의 한 초등학교 장아무개 교사의 소속 학교를 찾아가 교장을 만나고 돌아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찰 의혹을 받는 등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는 지난 10월 9일 야간집회를 금지한 현행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헌재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이는 촛불집회와 관련해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안씨는 지난 8월 11일 공판에서 집시법 야간집회 금지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담당 재판부에 신청했다.

 

법원 '야간집회 금지' 위헌심판 제청 주목

 

현행 집시법 제10조는 일출 전과 일몰 후에는 옥외집회 및 시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신고를 통해 사전에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 시위를 제외하고 제한적으로 집회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집시법 운용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그동안 끊임없이 위헌 논란을 불러왔다. 실제로 헌법 제2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또 제21조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이처럼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허가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집시법은 헌법 이념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은 시대에 뒤쳐진 불합리한 규정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집회·시위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데 악용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많다. 법원이 안씨의 위헌법률 심판 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08.12.12 18:44ⓒ 2008 OhmyNews
#수원촛불탄압 #수원서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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