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시절 시골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랑 한컷매일 학교갔다와서 끈질기게 멸치로 유혹한 끝에 도둑 고양이를 내식구로 만들수 있었다
김종수
난 고양이 같은 여자가 좋다고양이는 개와 함께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개보다 덩치가 더 작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더 까칠하고, 경계심도 많고, 충성도 또한 조금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혹자는 덩치는 크지만 (상대적으로) 순박하고 우직한 개를 남자에, 작지만 좀더 맹수의 본능이 살아있고, 기분에 따라 애교가 넘치는 고양이를 여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개보다 대중적인 사랑을 조금 덜 받는 듯 보인다.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정말 끔찍하게 고양이를 사랑하지만 개처럼 폭넓은 사랑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의외로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요새 느끼고 있다.
대체적으로 고양이를 싫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단 외형적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눈 색깔과 기분이 좋으면 내는 '가르릉~'하는 소리를 언급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뭐 일단 싫은게 싫은 것이라고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원래가 사람마다 취향이나 보는 눈이 다르고, 일단 싫은 대상의 외적인 조건이 맘에 드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서 그런지 고양이의 이런 부분 조차 귀엽다. 원래가 맹수과 중에는 눈 색깔이 자주 바뀌고 기분에 따라 묘한 소리가 나는 동물들이 많다.
뭐니뭐니해도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고양이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의리가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주인이 함부로 하면 뱀이나 쥐를 물어다 사람이 보는 곳에다 놓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자신을 존중하지 않은 주인에 대한 고양이의 복수(?)인 셈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양이가 이렇게 먹잇감을 가져다가 늘어놓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고양이가 그렇게 영악한 동물일까? 중학교 때 키우던 고양이중 한 마리는 시도 때도 없이 이러한 것들을 물어다 내가 보는 곳에다 깔아놨다. 내가 잘해줄 때도 그랬고, 함부로 할 때도 그랬다. 그야말로 대중없었다.
적어도 내가 느낀 바로는 그랬다. 고양이에게 뱀이나 쥐는 이른바 먹잇감이다. 사유재산이 없는 동물들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가진 것의 전부다. 그런 소중한(?) 것을 고양이는 사람을 위해 바치는 것이다. 잘해줄 때는 고맙다고, 함부로 할 때는 "제발 자기 좀 잘 봐주라"는 아부의 의미에서. 자신보다 강자에게 뭔가를 바치는 행위는 원래 동물들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고양이에게는 쥐나 뱀의 죽은 모습을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자각이 없다. 그 정도로 영리하다면(?) 이미 애완동물의 범주를 훨씬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는 순수하게 행동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제각기 알아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의리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양이는 줏대는 있는 동물이다. 고양이는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다. 키워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좀처럼 쉽게 사람을 손길을 허락하지 않기 일쑤다. 새끼 때부터 키우지 않고 좀 자라서 데려온 고양이들은 더욱 심하다.
개하고 비교할 때 적응시키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여기에는 고양이 특유의 '경계본능'이 한몫 하는게 아닌가 싶다. 고양이는 내 식구로 만들려면 한없이 보살펴주고, 쓰다듬어주고 그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고양이는 스스로 다가와 마음을 열고 자신의 머리를 내 손에 비벼댄다. 마음을 열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자랑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