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던져 시주한 화엄사 '장륙전 전설' 사실일까?

전남 스타디투어① 구례 화엄사, 담양 죽록원, 나주 삼한지

등록 2008.12.19 10:38수정 2008.12.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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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스타디 투어에 나선 부산 지역 교원들 낙안 읍성 앞이다. 뒤로 보이는 산은 금전산으로 산 이름에 돈 전자가 들어간 유일한 산이라고 한다. 저 산이 있어 벌교 사람들이 로또에 많이 당첨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 정근영

▲ 전남 스타디 투어에 나선 부산 지역 교원들 낙안 읍성 앞이다. 뒤로 보이는 산은 금전산으로 산 이름에 돈 전자가 들어간 유일한 산이라고 한다. 저 산이 있어 벌교 사람들이 로또에 많이 당첨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 정근영

 

12월16일부터 1박2일로 부산지역 교원 20여명은 녹색의 땅 전남 스타디투어를 떠났다. 이 날 오전 7시 반 부산역을 떠난 일행은 10시 조금 넘어 구례 화엄사에 도착하였다. 이들은 화엄사와 담양 죽녹원, 나주 삼한지를 둘러본 다음 중흥골드 스파&리조트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은 순천 송광사, 낙안 읍성과 순천만을 둘러본 다음 오후 2시 50분경에 부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부산지역에서만 교직경력이 20년이 넘었건만 관광버스 안에서 낯익은 얼굴은 네 사람 정도밖에 안 되었다. 모두들 서로가 낯선 탓인지 차안은 관광버스답지 않게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7시 반이 되자마자 버스는 말없이 전남을 향하여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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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일주문 화엄사 일주문은 다른 절집 일주문과 다른 특색이 있다. 일주문 옆에 담장이 쳐져 있어 문이 아니고는 절로 들어갈 수가 없다. ⓒ 정근영

▲ 화엄사 일주문 화엄사 일주문은 다른 절집 일주문과 다른 특색이 있다. 일주문 옆에 담장이 쳐져 있어 문이 아니고는 절로 들어갈 수가 없다. ⓒ 정근영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도계를 뒤로 하고 지리산 지역에 들어서자 옅은 안개가 끼어 여행길을 신비롭게 해 주었다. 서리로 분칠을 한 듯 하얀 가루가 산길을 덮고 있었다. 길가에 서 있는 승용차의 지붕에도 하얀 서리가 덮여 있었다. 이 지역이 부산보다는 기온이 낮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지리산 깊숙한 골짝을 들어가니 그때는 오히려 시야가 환하게 드러났다.

 

구례 화엄사는 절 입구부터 다리 공사를 비롯해서 큰 공사판이 벌어져 목탁소리, 염불소리들이 어울려 난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비림 입구엔 비석 하나가 한복판이 잘려져 소맷돌로 놓여 있었다. 암행어사 이면상이란 분의 공적비란다. 이면상은 암행어사로 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스스로의 공적을 찬양하는 비를 세웠는데 화엄사 스님들이 이를 잘라서 응징을 한 것이라 한다. 스스로 공적을 조작해서 이름을 드높이려 하다가 오히려 명예를 헐고 만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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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소나무 사사자 석탑 뒤에 있는 소나무다. 아름다운 소나무가 석탑을 더욱 돗보이게 하는 것 같다. ⓒ 정근영

▲ 화엄사 소나무 사사자 석탑 뒤에 있는 소나무다. 아름다운 소나무가 석탑을 더욱 돗보이게 하는 것 같다. ⓒ 정근영

 

화엄사는 신라 진흥왕5년(544) 인도 스님 연기가 세웠다고 한다. 창건한 뒤 8번의 중창을 거쳐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 숙종 28년(1630) 지금의 각황전인 장육전이 준공되고 나서 선교양종 대가람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숙종 임금 당시 계파 스님은 스승 벽암 스님의 당부로 장륙전 중창 불사를 시작했으나 시주를 얻지 못해 부처님께 기도를 드렸다. 비몽사몽간에 한 노인이 나타나 "그대는 걱정하지 말고 내일 아침 길을 떠나라. 그리고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에게 시주를 권하라"는 계시를 받았다.

 

다음날 절문을 나선 계파스님은 처음으로 한 노파를 만났다. 간혹 절에 와서 일을 도와주고 밥을 얻어먹곤 하던 거지같은 사람이었다. 난감하긴 했지만 하는 수 없이 장륙전 건립의 시주를 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파는 깜짝 놀랐으나 스님의 간청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발원을 하였다. “죽어서 왕궁에 태어나 큰 불사를 하고자 합니다. 부처님은 보살펴 주소서”하고 기도한 뒤 길옆 늪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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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계단 각황전 뒤쪽 동백나무 숲을 지나면 사사자 석탑으로 올라가는 108계단이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적 마다 번뇌를 지워가면 마침내 108번뇌가 사라진다. ⓒ 정근영

▲ 108계단 각황전 뒤쪽 동백나무 숲을 지나면 사사자 석탑으로 올라가는 108계단이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적 마다 번뇌를 지워가면 마침내 108번뇌가 사라진다. ⓒ 정근영

 

이로부터 몇 년 뒤 서울에 나타난 계파 스님이 궁궐 밖에서 유모와 나들이 하던 어린 공주를 보게 되었다. 공주는 스님을 보자마자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반가워하며 스님의 어깨에 매달리지 않는가. 공주는 태어날 때부터 주먹을 쥐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 때 주먹을 폈다. 손바닥에는 '장륙전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숙종임금은 시주를 내려 장륙전을 지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은 숙종에게는 공주가 없었다고 하니 전설의 진실은 어디까지인지가 궁금하다. 전설은 장륙전 즉 '각황전'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절집의 중심 건물은 대웅전이다. 화엄사 역시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거쳐서 보제루와 대웅전에 이르는 건축 구조에서 대웅전이 이 절집의 중심임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대웅전 앞 마당에 이르러 눈길을 돌리면 대웅전보다 규모가 더 큰 각황전이 버티고 있어 헛갈린다. 각황전을 바라보면 적조당과 직선을 이루고 있어 대웅전을 비롯한 화엄사 다른 건축물은 각황전의 날개가 되고 만다.

 

각황전과 대웅전은 둘 다 화엄사의 중심 건물로 서로 양보하는 듯하면서도 중심을 잡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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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자 석탑 네 마리의 사자가 받치고 있는 석탑, 네 마리 사자 속에 있는 석상은 연기조사의 어머니란 설이 있다. 바로 앞에 있는 석상은 연기조사. 연기조사가 자기 어머니에게 차를 공양하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라지만 다른 설도 있다. 즉 석탑 안의 석상은 여자의 모습이 아니라 남자같아 보인다고 한다. ⓒ 정근영

▲ 사사자 석탑 네 마리의 사자가 받치고 있는 석탑, 네 마리 사자 속에 있는 석상은 연기조사의 어머니란 설이 있다. 바로 앞에 있는 석상은 연기조사. 연기조사가 자기 어머니에게 차를 공양하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라지만 다른 설도 있다. 즉 석탑 안의 석상은 여자의 모습이 아니라 남자같아 보인다고 한다. ⓒ 정근영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답게 죽녹원이란 대나무 공원이 있다. 죽녹원엔 대숲에서 뿜어내는 음이온과 산소로 가득 차서 한결 시원하다고 한다. 여름 한 낮엔 더욱 시원해서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죽녹원엔 왕대나무, 분대나무, 맹종대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통팔달로 난 산책길은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등으로 이름 붙여  이 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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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록원의 해설사 전남 투어에서는 각 지역마다 해설사가 나와서 문화재에 관한 상세한 해설과 설명을 해 주었다. 죽록원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듣고 있다. ⓒ 정근영

▲ 죽록원의 해설사 전남 투어에서는 각 지역마다 해설사가 나와서 문화재에 관한 상세한 해설과 설명을 해 주었다. 죽록원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듣고 있다. ⓒ 정근영

 

2004년 담양군청에서 향교 주변의 사유림 대숲을 사들여 공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전에 대숲은 대나무란 물자를 생산하는 농토였겠지만 지금은 관광자원이 되었다. 대나무는 45일만에 모두 자란다고 한다. 저렇게 큰 대나무가 그 짧은 시간에 다 자라다니 그때는 커는 모습이 보일 듯하다. 죽녹원은 이제 담양의 새로운 관광지로 쑥쑥 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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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천의 징검다리 죽녹원을 나오면 담양천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면 관방제림 숲이다. ⓒ 정근영

▲ 담양천의 징검다리 죽녹원을 나오면 담양천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면 관방제림 숲이다. ⓒ 정근영

 

죽녹원을 나오면 바로 코 앞에 담양천이다. 담양천 위에는 정겹게도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 학교에 오고간 내겐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다리돌 사이로 맑은 물이 흘러간다. 껑충껑충 돌다리를 뛰어 건너면 관방제림이다. 담양천변에 만들어진 1.6Km에 이르는 이 숲은 1648년 담양부사 성이성이 수해를 막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강둑에 나무를 심으면 둑이 훼손된다고 해서 나무심는 것을 금하는 데 그렇지 않음을 여기서 보게 된다. 문득 내 고향 용계의 제방이 떠오른다. 몇 해 전에 만든 둑으로 넓고 튼튼하다. 이 곳에 나무를 심어 숲길을 만들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의 말이 맞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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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지 테마파크 인기 드라마 ,주몽'의 촬영지로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산2번지에 있다. ⓒ 정근영

▲ 삼한지 테마파크 인기 드라마 ,주몽'의 촬영지로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산2번지에 있다. ⓒ 정근영

 

관방제림의 동쪽 끝에서 찻길 하나만 건너면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메타세퀘이아, 소리내기가 쉽지 않다. 전에 메다스코야라고 할 때는 쉬웠는데 메다스퀘이아는 소리내기가 만만찮다. 이 나무는 멕시코를 원산지로 알았는데 이외에도 중국이 원산지란다. 중국이 원산지라면 그 이름이 한자일 것인데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전남도에서 펴낸 책에도 스촨성의 양쯔강 상류 유역에서 이 나무의 실체가 확인되었다고 하니 그 말이 맞는가 보다. 이 길을 찾는 젊은이들은 ‘살아 있는 화석식물’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화석처럼 변치 않는 사랑을 가슴속 깊이 새기게 되리라.

 

여름이면 하늘을 뒤덮어 숲으로 터널을 이루는 곳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옷 벗은 겨울나무 사이론 쓸쓸한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겨울나무에서 보여주는 쓸쓸함이 색다른 고요로 다가오지 않는가. 길가엔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 가 있어 걷다가 힘들면 자전거로 달릴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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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포돛대 황포돛대를 타고 영산강을 흐른다 ⓒ 정근영

▲ 황포돛대 황포돛대를 타고 영산강을 흐른다 ⓒ 정근영

 

담양을 나와서 나주 삼한지 테마파크로 향했다. '한민족의 영광! 고구려의 새로운 기상을 나주에서 만난다'는 표어를 내걸고 관광객을 부르는 삼한지 테마파크는 그 넓이가 4만 5천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35주 동안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드라마 <주몽>의 촬영지다. 개장 이후 지금까지 9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다고 한다. 주몽의 추억, 아니 고구려의 영광을 찾아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지금 테마파크 삼한지는 리모델링 중으로 손님을 받지 않았지만 우리는 멀리서 찾아온 특별손님으로 귀빈이 되어 당국자의 안내를 받으며 공사판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가면서 목책성루, 해자성문, 졸본부여성, 동부여성 정궁, 철기방 등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영산강으로 가서 황포 돛대에 몸을 싣고 맑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니 시원한 강바람이 가슴을 스민다. 황포 돛대에서 내려 서둘러 어둠을 헤치고 숙소인 나주 중흥골드스파로 들어가니 한 잔 술로 목을 축였다.

 

오랜만에 복분자에다 맥주, 소주로 폭탄을 만들어 들이켰다. 첫잔째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둘째 잔은 술이 술을 마시고 셋째잔은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술이 술을 마시는 지경에 이르러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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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맑은 영산강 멀리 보이는 저 산 기슭에 주몽 촬영지인 삼한지 테마파크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늘과 강물이 하나로 맑기만 하다. ⓒ 정근영

▲ 물 맑은 영산강 멀리 보이는 저 산 기슭에 주몽 촬영지인 삼한지 테마파크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늘과 강물이 하나로 맑기만 하다. ⓒ 정근영
덧붙이는 글 12월 16일(화) 부산역을 출발하여 10시 20분 구례 화엄사에 도착한 다음 화엄사 관광을 마치고 산채 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담양에서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쾨이어 거리를 구경했다. 나주 삼한지 테마파크와 영산강 황포돛대 투어를 마친 뒤 나주 중흥골드 스파에서 1박하였다. 다음날은 8시 반경 숙소를 나와 순천 송광사, 낙안읍성을 관람하고 벌교에서 유명한 꼬막 정식으로 점심식사를 즐긴 뒤 순천만 생태공원을 관람하고 3시 경 부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화엄사 #죽록원 #담양천 #전남투어 #삼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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