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과 폭탄주 몰아내는 신개념 코믹 가곡

[인터뷰] '와인과 매너' 작사가 탁계석

등록 2008.12.19 13:56수정 2008.12.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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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매너 (동영상 제공 '문화저널 21' ) ⓒ 문화저널 21

▲ 와인과 매너 (동영상 제공 '문화저널 21' ) ⓒ 문화저널 21

 

"제발 그놈의 원샷 원샷 원샷 그놈의 원샷 원샷 원샷 그런것 제발 하지 마세요."

 

우아한 소프라노가 무대에서 '제발 원샷 좀 하지마라'는 내용의 가곡을 부르는 이색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눈길을 끈다. 이 곡의 제목은 '와인과 매너'.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가사와 리듬이 특징이다.

 

처음 이 노래는 ‘꽃을 보듯이 고운 눈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처럼’이란 시적인 구절로 시작된다. 보통의 가곡처럼 들리지만 점차 '와인은 폭탄주가 아닙니다' '한잔 두잔 벌컥 벌컥 원샷하지 맙시다'는 메시지를 익살스럽게 쏟아낸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웃음 짓게 만드는 이 노래는 누가 만든 것일까. 수소문 끝에 '와인과 매너'의 작사자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약속장소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가곡마을'이라는 문화공간.

 

a  와인과 매너 작사가인 탁계석씨

와인과 매너 작사가인 탁계석씨 ⓒ 와인리포트

와인과 매너 작사가인 탁계석씨 ⓒ 와인리포트

그곳에서 희끗희끗한 머리의 한 노신사가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는 모습이 눈에 성큼 띄었다. 바로 '와인과 매너'의 가사를 쓴 탁계석 평론가(사진)였다. 그는 작사가이자 음악평론가이며 현재 '문화저널 21'의 논설주간을 맡고 있다.

 

그에게 먼저 '와인과 매너'라는 곳을 만들게 된 계기부터 물었다.

 

"우리나라의 좋지 않은 음주문화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지금의 우리 음주문화는 억압된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죽도록 일만하면서,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빨리 취하기 위해 마시던 습관이다."

 

탁 평론가에 의하면 우리사회는 경제성장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이 됐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많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것이 고스란히 음주문화에 반영이 돼 있다.

 

"아는 분이 와인파티를 하는데 와인을 얼마나 준비해야할 지 감이 안잡힌다고 하더라. 와인인데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이 짧은 시간안에 너무 많은 양을 마셔 당황스럽다고. 맛과 향을 음미하는 와인을 소주나 맥주처럼 마시게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노래에 폭탄주와 원샷으로 표현되는 국내 음주 문화를 바꾸려는 메시지를 담았다. 더 나아가서는 와인과 함께 시와 음악, 예술을 음미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문화적 여유도 강조했다. 그는 이것을 '와인을 통한 문화혁명'이라고 표현했다.

 

‘멋진 시와 음악 아름다운 그림 사랑은 속삭이는 연인처럼 와인과 함께 매너와 함께 즐거운 이야기 꽃피우며 우리 멋진 인생 삽시다’라는 가사엔 이런 탁 평론가의 의도가 잘 묻어있다. 그는 내심 와인과 예술의 결합을 통해 음주문화의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 한다.

 

현재 탁 평론가의 코믹송은 가곡계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중들은 물론이고 음악인들도 재밌어 하고 반응도 좋다. 그는 '와인과 매너'에 '코믹송'이라는 별도의 명칭을 달았다.

 

"우리 가곡이 ‘고향’ ‘정’ ‘그리움’ 등 과거의 정서에만 묶여있는 것을 보고 요즘 시대에 맞게 바꿔 보고 싶었다. 재밌는 소재를 가지고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원래 음악이 현실을 반영하는거 아니겠나. 그래서 나온 게 코믹송이다."

 

그가 만든 코믹송에는 '와인과 매너' 뿐만 아니라 '된장'과 '꿩보리밥' 같은 코믹하게 사회를 풍자하는 노래도 있다.

 

현재 그는 '와인과 매너'를 20-30분짜리 음악극으로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무대와 관객이 멀찍이 떨어진 대형무대가 아닌 소규모의 '살롱콘서트'의 기획과 진행은 그가 늘 해오던 일. 와인을 함께 마시며 소통하는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마지막으로 탁 평론가는 와인애호가들에게 '와인과 함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넓혀나갈 것'을 당부했다. 술와 예술이 만날 때 자연스럽게 고급 사교문화가 형성되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는 것. 코믹송 ‘와인과 매너’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가 널리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와인과 매너 가사

꽃을 보듯이 고운눈으로 /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처럼 / 감미로운 향기 아름다운 빛깔 /향기와 빛깔을 음미하며 / 와인은 천천히 와인은 조금씩 / 우아하게 즐깁시다 / 천천히 우아하게 즐깁시다

와인은 막걸리가 아닙니다 / 와인은 맥주가 아니랍니다 / 폭탄주는 더더욱 아니랍니다 / 그러니 벌컥 그러니 벌컥 / 한잔 두잔 세잔 벌컥벌컥 벌컥 /단숨에 단숨에 단숨에 / 들이키거나

제발 제발 그놈의 원샷 원샷 원샷 / 그놈의 원샷 원샷 원샷 / 그런것 제발 하지 마세요

옛날에 나도 모르게 / 내 몸에 젖어 버린 그런 습관 / 모두 땅속에 묻고 / 이제는 새롭게 되어 /멋진 시와 음악 아름다운 그림 / 사랑은 속삭이는 연인처럼

와인과 함께 매너와 함께 / 즐거운 이야기 꽃피우며 /우리 멋진 인생 삽시다 / 안그렇습니까 여러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 와인뉴스 '와인리포트'(www.winereport.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2.19 13:5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인터넷 와인뉴스 '와인리포트'(www.winereport.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와인과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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