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미국산 쇠고기와 비교할 수 있나요?"

전북 정읍 한우고기 마을을 찾은 사람들과 쇠고기 맛

등록 2008.12.22 18:40수정 2008.12.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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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한우고기 맛 좀 보세요 ⓒ 이승철

맛있는 한우고기 맛 좀 보세요 ⓒ 이승철

 

“역시 우리 한우 쇠고기 맛이 짱이네요. 멀리 이곳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는데요.”

“그까짓 미국 쇠고기하고 비교할 수 있나요? 조금 적게 먹더라도 한우 쇠고기만 먹을 겁니다.”

 

식당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우 쇠고기를 먹고 있던 40세 전후로 보이는 남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맛 자랑을 한다. 이들 가족은 인천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왔단다. 돈이 없으면 조금 적게 먹더라도 우리 한우 쇠고기만 먹겠다는 다른 네 명의 노인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지난 16일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중간에 들른 제약회사 연구소와 홍삼제품 회사에서 물건을 사지 못해 구박을 받으며 찾아간 전북 정읍 산외 한우마을은 평일이어서인지 한산한 모습이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마침 포장공사 중이어서 중장비의 굉음 속에 차량들이 일방통행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관광객이 적은 편입니다.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전보다는 적은 편이지요, 요즘은 이곳이 많이 알려져서 택배로 주문한 쇠고기를 보내는 물량이 많습니다.”

 

산외마을 용두머리 정육점 유선룡(44)씨의 말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하면 이곳도 타격이 크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아닙니다. 이곳은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해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가격 차이도 많지 않잖아요? 가격경쟁력도 있다는 말입니다. 더구나 우리 한우 쇠고기를 찾는 분들은 다르거든요, 맛도 다르고 특히 신뢰감의 차이가 크잖아요?”

 

우리 한우 쇠고기 값과 맛 진실을 알면 경쟁력도 있습니다

 

그는 이곳 한우단지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변함없다는 것이었다. 한 번씩 다녀갔지만 시간이 없거나 교통비가 부담스러운 고객들로부터 요즘은 택배 주문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믿을 수 있는 우리 한우를 마음 놓고 사먹을 수 있다는 신뢰감이 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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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일하고 있는 정육점 앞에서 안내하고 있는 유선룡(44)씨 ⓒ 이승철

자신이 일하고 있는 정육점 앞에서 안내하고 있는 유선룡(44)씨 ⓒ 이승철

 

아내가 고기를 사려고 들어간 정육점엔 조금 전에 내린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가격표를 살펴보았다. 최고의 품질이라는 암소고기 등심과 안심이 600g당 2만원, 국거리는 12000원이었다. 이곳은 암소고기 파는 곳과 거세한 수소고기 파는 곳이 아예 나누어져 있었다. 수소고기 국거리는 600g에 9000원이었는데 이 마을 40여개의 정육점들은 값이나 품질이 거의 같았다.

 

주차장 옆에 있는 음식점 마당가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세 개나 걸려 있었다. 그 가마솥 아궁이에는 활활 타는 장작불이 지펴져 있고 솥 위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이었다. 솥 가까이 다가가자 구수한 냄새가 진동한다.

 

마침 국솥을 살피러 나온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가마솥 세 개에서 끓고 있는 것이 각각 다르다고 한다. 하나는 설렁탕 곰탕에 쓸 사골을 끓이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머리고기를 삶고 있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솥엔 국수를 말아낼 국물용으로 멸치와 양파를 넣어 끓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가 국물을 퍼내는 모습을 보니 뽀얗게 우러난 국물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오후 1시쯤이어서 멀리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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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에서 사골국물을 퍼담고 있는 아주머니 ⓒ 이승철

가마솥에서 사골국물을 퍼담고 있는 아주머니 ⓒ 이승철

 

식당 안에는 40여명의 손님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점심 먹는 손님들보다 고기를 굽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손님들은 인근 정육점에서 한우 쇠고기를 사가지고 와서 식당에 와서 구워먹는 것이었다.

 

이렇게 할 경우 식당에서는 쇠고기 100g당 1000원씩을 받고 야채와 쌈장 등 기본 반찬과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밥이나 국수 등 다른 음식과 술은 별도의 값을 추가로 받고 있었다.

 

자! 우리 한우쇠고기 맛 좀 보세요? 사르르 녹는 이 맛

 

한우 쇠고기를 굽고 있는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이곳 한우쇠고기 맛이 어떠냐고? 그리고 혹시 미국산 수입쇠고기 맛과 비교가 되느냐고.

 

“전 아직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직접 사 먹어 본 기억이 없습니다. 혹시 나도 모르게 음식점에서 먹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좀 찜찜하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수입쇠고기가 맛있다는 사람들도 있긴 있대요, 그런데 전 아니에요, 여기 와서 진짜 한우 쇠고기 먹어본 사람은 그거 못 먹어요. 맛도 그렇고, 믿음도 안 가고, 공연스레 찝찝하게 먹으면 소화도 안 되고 탈나잖아요? 허허허.”

 

50대로 보이는 부부는 정말 맛있는 표정으로 먹고 있었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전주에서 온 부부였다. 이들 부부는 쇠고기가 먹고 싶을 때면 같이 이곳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어느 때는 아들딸들까지 함께 온다고 한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사먹어 보진 않았지만 들어보니까 이곳 쇠고기보다 별로 싼 것 같지도 않던 걸요, 그런데 그걸 왜 사먹습니까? 누가 뭐래도 전 쇠고기는 우리 한우고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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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포장공사중인 마을풍경 ⓒ 이승철

도로 포장공사중인 마을풍경 ⓒ 이승철

 

식당 안에서 한우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고기를 먹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이곳에서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서울과 인천은 물론 광주와 대구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아직 고기 안 드신 것 같은데 몇 점 드십시오, 술 한 잔 드릴까요?”

제법 넓은 식당 안을 한 바퀴 돌아 나올 무렵 50대로 보이는 네 명의 신사들 중에서 한 사람이 내 손을 붙잡는다, 점심 먹은 지 오래지 않아서 식욕이 당기지 않아 사양했지만 그들의 강권을 못 이겨 고기 한 점을 받아먹을 수밖에 없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한우고기 맛이 그만이었다.

 

관광버스로 돌아오자 손에 손에 한우쇠고기를 사들고 온 관광객들이 하나둘 몰려든다. 비록 구박을 받으면서도 약제와 건강식품을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이었지만 우리 한우쇠고기를 사려고 먼 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이라 얼마큼씩은 모두 쇠고기를 산 것 같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2.22 18:4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우마을 #미국산 수입쇠고기 #경쟁력 #쇠고기 맛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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