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오래 간직하면서 가끔 펼쳐 읽고 싶은 책처럼 몇 번이고 틈나는 대로 '다시 보고'싶은 TV프로그램들이 있다. 2005년 4월 첫 방송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W(MBC TV, 매주 금요일 밤 10시 50분)'도 그중 하나.
<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W>(삼성 출판사 펴냄)는 W제작팀이 그동안 만났던 세계의 여러 지역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지역은 모두 19곳. 이중 가급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책을 통해서라도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은 스웨덴의 '예테보리'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북유럽의 자원빈국 스웨덴 정부는 2006년 석유로부터의 독립을 선언, 이에 따른 혁신적인 계획안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난방 부문에서는 0%, 산업 운송 부문에서 각각 석유 의존도를 40~50까지 낮추겠다는 것.
스웨덴 제2의 도시이자 산업요충지로 스웨덴을 대표하는 기업과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예테보리는 스웨덴 정부의 이런 석유독립을 적극 수용, 석유를 쓰지 않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탈석유도시'다.
예테보리 시민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전거이다. 도심에 주차장도 흔치 않거니와 주차료는 살인적인 수준이다. 그것도 단 10분만 허용될 뿐이다. 이는 자동차에 의존하는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한 정책에 의한 것인데 이런 정책으로 예테보리의 도로는 늘 한가한 편이라고.
현실이 이런지라 우리와는 전혀 다른 '카풀제도', 즉 우리처럼 방향이 같은 사람끼리 타는 것이 아닌 자신이 차를 필요로 하는 시간대에 이용가능한 차를 예약만 하면 렌터카보다 싼 가격에 차를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단다.
장성한 자녀 5명에 맞벌이 부부까지, 가족 7명 모두가 성인인 한 집안의 가장인 ‘라거크 란츠’씨도 카풀을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그는 인터넷 카풀 신청을 마친 후 가까운 주차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더니 잠시 후 열쇠도 없이 차문을 열었다.
"어떻게 한 거죠?"
"제가 휴대전화로 카풀 회사의 중앙 컴퓨터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원격조정으로 차문이 열려요. 그럼 차안의 열쇠를 꺼내서 운전하면 되죠."
"대개 서구에서는 성인 한 명당 차 한대씩은 있지 않나요?"
"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잘 알지요.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해요. 저는 차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카풀 회사에서 빌리기만 하면 여러 종류의 새 차를 타볼 수 있잖아요. 아주 좋습니다."
그럼 난방은 어떨까? W제작팀이 찾은 곳은 예테보리시의 ‘셀스트롬 부부’의 4층 단독주택. 그런데 놀랍게도 이 커다란 집에서 석유 한 방울 쓰지 않는단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예테보리 시민 90%가 셀스트롬 부부와 같은 '지역난방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그 연료는 바로 예테보리 시민이 버리는 생활 쓰레기다.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발전기로 모아 파이프를 통해 각 가정에 공급하면, 따뜻한 물이 집안을 순환하며 난방은 물론 온수까지 제공한다는 것. 전기도 대부분 원자력 발전과 수력 발전 등으로 공급되고, 심지어는 자동차도 대체 연료 차량이라 석유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중략)…현재 예테보리에서 주로 사용하는 난방 에너지는 폐열과 바이오 연료로, 석유 의존도는 단 1% 수준. 이미 99% 에너지 자립에 성공한 상태다.-책속에서
나머지 10%의 가정들 중에는 시에서 제공하는, 석유 한 방울 쓰지 않는 이 지역난방 시스템 대신, 지열을 이용하는 등의 독자적인 자가 난방을 통해 석유로부터의 독립을 실천하는 가정도 있다. "이 집에서 만족하세요?"라는 W제작팀의 물음에 그들은 서슴없이 답한다.
"그럼요. 다시는 석유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외에도 이 장 '스웨덴, 석유 없이 살 수 있을까?'편에는 스웨덴의 석유 독립 선언에 따른 여러 정책들과 바이오 연료 기차 등 그 실천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스웨덴은 두 차례 석유 파동을 겪은 1970년대 후반부터 30년 동안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를 꾸준히 개발, 향후 15년간 석유 의존도 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에너지 기구(IEA)는 2007년 7월, "석유 매장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5년 내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라고 에너지 대란을 경고했다. '2015년 석유대란이 정점에 달한다'는 암담한 전망도 나와 있다.
이런 실정임에도 우리는 원유 수입국 5위로 국내 총생산(GDP)대비 에너지 소비량 1위이다. 배기량 2000cc이상 대형차 점유율은 30%로 미국에 이어 2위, 경차 비율은 24~55%인 선진국 수준보다 훨씬 낮은 6.5%. 연간 주행거리는 일본의 2배로 미국보다도 많다고 한다.
우리의 이런 모습은 어떤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인가? 우리도 이제 에너지를 줄이자가 아니라 석유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마땅할 텐데…,책을 통해 스웨덴 정부의 ‘석유독립선언’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만나는 동안 부러움과 무거움이 교차했다.
외에도 이 책에는 ▲가난으로 빚은 빵, 진흙빵 쿠키를 아시나요? ▲중국 전자 쓰레기 마을 ▲1000년 전통의 스페인 투우는 계속될 것인가? ▲소송의 천국 미국 ▲ 인류의 재앙, 말라리아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5만 볼트 전자총의 비극 ▲새똥섬의 몰락-나우루 공화국 ▲난민 400만, 이라크 엑소더스 ▲노예로 살아가는 아이들, 아동 담보 노동 ▲노르웨이 지상 낙원 교도소 등 다양한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자발적인 사회 운동을 이끌어 낸 프로그램 <W>, 그 생생한 현장
쓰촨성 지진지역, 진흙으로 빚은 쿠키로 우선 배고픈 것을 해결해야만 하는 아이티 빈민들의 처참한 실상은 너무 마음 아프다. 부모의 빚을 갚는 노예로 살아가는 10세 전후 인도 어린이들과 이라크 접경지역에서 성을 매매하여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이라크 난민 소녀들의 실상은 동정과 분노가 겹치었다.
19편 이야기마다 뒷장에 'P.S. 비하인드'를 덧붙임으로써 우리의 현실과 비교한다거나 깊이 생각하게 하고 있다. 국제 사회 대부분의 국가들이나 해외 유명한 언론들은 군사정부 미얀마를 인정하지 않아 버마로 표기함에도 미얀마로 표기하고 있는 우리의 자각을 호소하는 글은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인 ‘미얀마, 총을 든 붓다의 후예들’편에 있다.
그동안 <W>가 방송한 이슈들은 우리 사회에 큰 반항을 일으켰다고 한다. '전장의 아이들'편을 본 시청자들은 UN난민 구제 성금을 내는가하면 여성 할례 방송이후 여성 할레를 막기 위한 NGO단체를 후원, 중국의 전자 쓰레기 마을 편은 한국 중고 재활용 협회가 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전자 쓰레기 수출을 막는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또한 방송을 녹화, 토론 주제로 쓰는 고등학교까지 있다고 한다. <W>는 2008 시카고 국제필름 페스티벌 휴고상 탐사 보도·뉴스 다큐멘터리 부분 우수상을 수상했다. <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는 이런 주인공 W의 긴박감 넘치거나 위험천만한 생생한 현장과 숨은 이야기들을 공감하고 고민, 건강한 미래를 계획해보면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MBC 제작팀/삼성출판사/2008.11.15/12,800원)
2008.12.24 14:3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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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세트 - 전2권 - 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 세계와 나
MBC W 제작진 지음,
삼성출판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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