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관객들과 새로운 동거를 모색하다

우리사회에서 행해지는 여성에 대한 성적착취와 폭력 <슬리핑 뷰티>

등록 2008.12.24 18:57수정 2008.12.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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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슬리핑 뷰티 영화 스틸컷

슬리핑 뷰티 영화 스틸컷 ⓒ ㈜타임스토리 필름앤북스


독립영화, 관객들과 새로운 동거를 모색하다!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독립영화가 있어 화제다. ㈜타임스토리 필름앤북스에 제작하고 키노아이가 배급한 영화 <슬리핑 뷰티>가 바로 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극장에서 정식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여 기존의 독립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배급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형제작사 및 배급사가 대부분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영화시장에서 독립영화는 정식 극장개봉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특히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처럼 작은 영화들이 장기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이 전무후무한 한국의 극장시스템은 좋은 독립영화라 해도 관객들과 함께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슬리핑 뷰티>는 이런 한국독립영화의 척박한 현실에 상당히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10월 극장 개봉 전 인터넷을 통해 무료 다운로드로 9천명의 관객이 먼저 관람했다. 독립영화의 경우 제대로 된 극장시사회를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후 극장 개봉 후 다시 1만 명 이상이 유료 다운로드를 통해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온라인상에서 2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한국독립영화는 CGV 인디상영관이나 독립영화전문상영관 인디스페이스 외에 상영할 방법이 거의 없다. 이런 상영관마저 서울이나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타 지역 영화관객들은 독립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쉽게 이야기해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배급사 키노아이가 시도한 온라인 배급은 한국독립영화에 또 다른 배급전형을 만들어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대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영화관객들의 문화적 만족감을 높여줄 수 있는 점에서 좋은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슬리핑 뷰티>는 여자 김기덕 감독이라 불리는 이한나  감독 작품!


이 작품은 여자 김기덕 감독이란 애칭을 얻은 이한나 감독 작품이다. <슬리핑 뷰티>는 영화 포스터 문구처럼 지독하면서 불편한 그리고 당혹스러운 영화다. 영화는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하여 우리 시대 무자비하게 행해지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을 적나라하게 나열하고 있는 옴니버스영화다.

남성들이 이 작품을 본다면 영화내용에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향해 쏟아지는 성폭력과 착취는 무자비하며 잔인하다. 이런 현실을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필자 역시 결코 이 영화에서 보여준 것이 사실이 아님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여성 권익이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당하는 성폭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성들에 대한 성적 수탈은 나날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지금도 여러 포털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단어들로 검색하면 수많은 사회면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슬리핑 뷰티>는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상당히 괴로운 영화다. 이런 괴로움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방향이 너무나 직선적이며 상처 받기 쉬운 현실을 영화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성적 착취를 자행하는 인물들은 주인공들과 먼 거리에 있는 인물들이 아니다.

친척오빠, 치매에 걸린 아버지, 양아버지 등 바로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 가깝게 지내고 있는 인물들이다. 너무나 극단적인 설정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시선은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 역시 당혹스럽게 한다. 이런 극단적인 설정은 영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분노와 두려움이 더욱더 무서운 파괴력으로 관객들 마음 속에 파고드는 계기가 된다.

한국독립영화 어떠한 방향으로든 생존해야 한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한국독립영화는 너무나 척박한 현실에 갇혀 있다.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어도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제대로 독립영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슬리핑 뷰티>의 시도는 반길만하다. 관객들과 공존하면서 독립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중에 독립영화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 독립영화는 좋은 스태프와 감독을 배출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감독과 영화를 실제 만들어내는 스태프들이 양질의 경험을 얻기 위해서 작은 영화들이 계속 생존해야 한다. 일부 유명 감독들의 조연출 혹은 스태프로 참여해 처음 영화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아주 드문 경우다.

결국 독립영화는 한국영화산업의 밑바탕을 충실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독립영화에는 기존 상업영화에서 절대 실험할 수 없는 다양한 작품들과 시선들이 존재한다. 이런 독립영화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문화를 공급하고 새로운 관객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2008년 통계를 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영화를 많이 본 국가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여러 가지 영화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한국영화산업 규모에 비해 영화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지 않는 현실은 언제나 한국영화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슬리핑 뷰티>가 색다른 배급 시도를 한 것은 분명 칭찬받아야 한다.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전 세계 톱을 차지하는 국가인 만큼 독립영화들이 새로운 온라인 마케팅을 계속 개발해 관객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한국영화산업 역시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노아이의 온라인 마케팅은 그래서 더욱더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슬리핑 뷰티 #키노아이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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