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데...

소에 관한 속담으로 풀어본 세상... 서민들은 지금 기댈 곳이 없다

등록 2008.12.29 20:59수정 2008.12.2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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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가 황소처럼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가 황소처럼 성큼성큼 다가옵니다.조찬현

쥐의 해 무자년(戊子年)은 어스름이 내리고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가 황소처럼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하지만 촌로는 사래긴 밭을 갈다말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누렁이 황소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담배연기와 함께 내뱉는 촌로의 긴 한숨이 황량한 들판을 쓸쓸하게 훑고 지나갑니다. 촌로는 산골 다랑이 논을 갈아엎어 뼈 빠지게 농사지어봐야 목구멍에 풀칠도 버겁다고 합니다.

 촌로는 산골 다랑이 논을 갈아엎어 뼈 빠지게 농사지어봐야 목구멍에 풀칠도 버겁다고 합니다.
촌로는 산골 다랑이 논을 갈아엎어 뼈 빠지게 농사지어봐야 목구멍에 풀칠도 버겁다고 합니다. 조찬현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소를 사랑한 까닭은?

 옛날 소는 애지중지하는 자식 같은 존재였는데, 지금은 애물단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옛날 소는 애지중지하는 자식 같은 존재였는데, 지금은 애물단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조찬현

옛날에는 실한 소 한 마리 키우면 자식 녀석 한양으로 유학도 보내고, 장가가는 밑천도 되었는데…. 애지중지하는 자식 같은 존재였는데, 지금은 애물단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촌로는 소를 바라보며 한숨만 내쉽니다.

옛날에 사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살았던 소는 농사일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우직하고 묵묵하게 오직 일만 열심히 했습니다.  땅을 갈아 농사를 짓고 사는 농부들을 도와 아주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소를 함부로 다루지 않고 사랑한 까닭입니다.

소는 12지신에서 축(丑)에 해당합니다. 계절로는 12월이며 오행으로는 음토(陰土)에 해당됩니다.  예전에 농민들의 대부분은 소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이는 농사에 소의 역할이 중요하고 또한 정도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소는 초식성동물이며 외부의 침공을 막기 위해 머리 위에 뿔이 나 있고 발뒤축에는 발굽이 있는데, 대개 발굽이 있는 동물들은 비교적 체형이 큽니다.


소에 관한 속담 한번 살펴볼까요?

 노부부가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노부부가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조찬현

경제 한파에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가 휘청거립니다. 그래도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큰마음으로 '느릿느릿 황소걸음'으로 걸어야죠. 한미쇠고기 협상을 보고 일부 시민들은 '닭 잡아 겪을 손님 소 잡아 겪는다'란 말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또한 미국인들은 먹지도 않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보고 '방둥이 부러진 소, 사돈 아니면 못 팔아먹는다'라고 말합니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물, 불 안 가리는 장사꾼들에게 맡겨 놓았으니 이제 이일을 어찌하면 좋겠느냐며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작 미국인들은 먹지도 않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못 팔아먹어서 안달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부는 '소귀에 경 읽기'입니다. '같은 값이면 검정소를 잡아먹는다'는데 그들은 무엇이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삶은 팍팍하고 일자리는 자꾸만 줄어드는데 특별한 대안도 없는 걸 보면 ‘강변에 맨 소를 보고 날뛰듯 한다’라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꺼먹소도 흰 송아지를 낳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아무리 힘든 생활일지라도 열심히 일하면 나아지겠죠.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직시하고 먼 안목으로 대처했으면 합니다. '검은 소가 맛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겉모습은 볼 품 없어도 실속이 있다는 말입니다.

서민의 어려움, 혹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먹고 살기 힘들기는 소도 마찬가지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기는 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찬현

'나쁜 소도 좋은 송아지를 낳는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머리에서도 멋진 생각이, 훌륭한 자식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남의 소가 들고 뛰는 건 구경거리다'란 속담처럼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혹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남의 집 금송아지보다 제 집 돼지새끼가 낫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의 것이 좋아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듯이 내 것이지만 좋지 않더라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으니 내 것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입니다.

'대신댁 송아지는 백정 무서운줄 모른다'고 합니다. 사람을 제대로 쓰십시오. 아첨하며 붙어사는 사람은 거드름을 떨어 주위사람들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입니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고 못된 놈들이 건방을 떠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물 많이 먹은 소가 오줌 많이 눈다'고 하지 않습니까. 죄진 사람들은 반드시 벌을 받습니다.

'소가 크다고 왕 노릇 할까' 어림없는 소립니다. 지혜로움 없이 힘만 있다고 왕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소가 뒷걸음질 하다가 쥐 잡은 격이다' 아무런 대안 없이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뜻하지도 않았던 일이 우연히 되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속담도 있습니다. '소같이 벌어서 쥐같이 먹어라' 그래요. 열심히 일해 저축하고 아껴 써야죠. 서민들은 이렇게 산답니다. 열심히 눈물 나게, 아주 열심히 허리띠 졸라매고 산답니다. '소는 농가에서 땅 다음가는 재산이다' 한때는 농가에서는 소는 땅 다음으로 소중한 재산이었습니다. '소는 농가의 조상이다' 농가에서 소를 매우 중요하기 여겼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젠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군요.

'송아지 보고도 크다고 한다'더니 뭘 몰라도 너무 몰라

 농경 사회인 우리 민족에게 한때 소는 부와 힘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농경 사회인 우리 민족에게 한때 소는 부와 힘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조찬현

 어미 소가 어린 송아지에게 젖을 빨리는 풍경은 서정적이며 여유로움입니다.
어미 소가 어린 송아지에게 젖을 빨리는 풍경은 서정적이며 여유로움입니다.조찬현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데 우리 국민들은 지금 어디 기댈 곳이 없습니다. '소는 믿고 살아도 종은 믿고 못 산다'지 않습니까. 짐승은 거짓이 없지만 사람은 거짓이 있어 믿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소를 못 본 사람은 송아지를 보고도 크다고 한다'더니 뭘 몰라도 너무 모른 것 같습니다.

쇠고기 수입만 해도 그래요. '밤 까먹은 자리는 있어도 소 잡아먹은 자리는 없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의 어떤 부위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우는 습성을 모른 듯합니다.

농경 사회인 우리 민족에게 소는 부와 힘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소를 위하는 세시풍속과 놀이에서도 소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동물로 농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습니다. 제주도 삼성혈 신화와 고구려 고분 벽화 등에서는 소가 농사 신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꿈에 황소가 자기 집으로 들어오면 부자가 된다"라는 속담이나 "소의 형국에 묏자리를 쓰면 자손이 부자가 된다"는 풍수지리설 등을 통해서 볼 때 분명 소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부의 상징입니다.

장사하는 집이나 여염집 대문에는 소고삐나 소뼈를 걸어 두고 악귀의 침입을 막았다고 합니다. 잡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외양간에도 걸어두었답니다. 제사를 지낼 때 소를 바쳐 소의 힘으로 나쁜 악귀를 물리쳤다고 믿기도 했으니까요. 국가의 큰 제사나 의례 때, 마을의 별신굿이나 장승제에서 소가 희생의 제물로 쓰인 것을 보더라도 확실히 소는 부를 불러오고 화를 막아주는 존재였습니다.

소의 성격은 순박하고 충직합니다. '소같이 일한다'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은 꾸준히 일하는 소의 근면성을 들어 인간에게 성실함을 일깨워 주는 속담입니다. 소는 인내력과 성실성이 돋보이는 근면한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소는 느리지만 근면하고 묵묵하며 소의 순박한 눈동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평화롭고 따뜻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어미 소가 어린 송아지에게 젖을 빨리는 풍경은 서정적이며 여유로움입니다. 한국 문화에 나타난 소는 고집스럽고 어리석은 면도 있지만 풍요와 의로움, 여유 등으로 표현됩니다. '소에게 한 말은 안 나도 아내에게 한 말은 난다'고 합니다. 국민에게 한 약속 부디 잊지 마시고 좋은 세상 만들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축년 #소의 해 #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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