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들의 결이질, 올 여름 밭갈기 체험, 밭갈기에 앞서 입맞춤하는 일소들, 호흡을 잘 맞추자고...
윤희경
특히 성실, 근면, 검소, 정직, 인내, 책임감들은 암소만이 갖고 있는 성품이다. 평생 주인에게 충복을 다해 송아질 낳아 기르고 결이질(밭 갈기)을 하다 천명이 다하면 죽어서도 모든 것을 인간에게 바친다. 몸뚱이는 물론, 뿔은 안경테로, 다리는 족발로, 하다못해 뼈다귀까지 사골국물을 우려내 사람의 기를 살려낸다.
그러나 정말 내가 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사색을 반추(反芻)할 줄 아는 짐승이기 때문이다. 걸으면서도 생각을 하고 누워서도 사색을 한다. 걸으며 사색을 하자니 걸음이 느려야하고, 누워서 생각을 하려니 반추를 할 수밖에 없다. 시큼한 음식을 위 속에서 다시 꺼내 되씹어내는 넉넉함은 소 같은 짐승만이 갖고 있는 여유로움이다. 눈을 스르르 감고 어기적어기적 씹어내는 참을성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