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미디어 공룡' 위기는 '언론악법'의 미래

파산보호신청, 감원·감면 등 구조조정 나선 미 언론사들

등록 2009.01.01 19:26수정 2009.01.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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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뷴 컴퍼니의 파산보호 신청을 보도하는 시카고 트리뷴. 사진은 트리뷴 컴퍼니의 소유주 샘 젤. ⓒ Chicago Tribune

트리뷴 컴퍼니의 파산보호 신청을 보도하는 시카고 트리뷴. 사진은 트리뷴 컴퍼니의 소유주 샘 젤. ⓒ Chicago Tribune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가 미국 금융기관을 몰락시키고,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을 생존위기로 내몬 데 이어 최근 언론사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2008년 12월 8일, 올해로 설립 162주년을 맞는 미국의 한 언론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중형 미디어 그룹 트리뷴 컴퍼니(Tribune Company)는 최근 불어닥친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광고수입의 감소로 인한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미국 델러웨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 경제위기로 파산보호 신청을 한 첫 번째 언론기업이 되었다.

 

중형미디어 그룹 트리뷴 컴퍼니 파산보호 신청

 

지난 1847년 조셉 메딜(Joseph Medill)이 <시카고 트리뷴>이라는 신문을 발행하면서부터 역사가 시작된 트리뷴 컴퍼니는 현재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미국의 대도시에서 언론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중 발행부수 4위(73만9천 부)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발행부수 8위(54만2천 부)인 <시카고 트리뷴> 등을 포함한 12개 신문사와 23개 방송사, 그리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 중 하나인 시카고컵스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 직원 수가 2만1500명에 이르는 미디어 그룹이다.

 

트리뷴 컴퍼니는 미국 정부가 언론의 소유제한과 관련한 대부분의 규제를 푼 1996년 이후 언론사 확장 경쟁에 뛰어들어, 2000년 3월 미국 서부지역 최대 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모기업이었던 타임스 미러를 인수·합병하면서 신문방송 겸영을 통한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신문방송 겸영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던 트리뷴 컴퍼니는 2000년대 들어 독자와 광고주를 인터넷 매체에 빼앗기면서 광고수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광고 수입의 감소로 인한 경영난으로 주주들의 강력한 항의에 시달리던 트리뷴 컴퍼니 경영진들은 결국 2007년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시카고의 부동산 재벌인 샘 젤(Sam Zell)이 83억 달러에 트리뷴 컴퍼니를 인수했다. 셈 젤에서 트리뷴 컴퍼니를 인수하면서 투자한 금액은 고작 3억 1500만 달러에 불과했고, 나머지 인수금액 약 80억 달러는 종업원 지주제도를 통해 충당했다. 그 결과 기존에 트리뷴 컴퍼니가 가지고 있던 채무 50억 달러에 샘 젤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새로 떠안게 된 채무 80억 달러를 합쳐 트리뷴 컴퍼니는 130억 달러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것이다.

 

신문위기와 경제위기, 과도한 사업확장이 원인

 

그렇다면, 트리뷴 컴퍼니가 파산보호 신청까지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주력 상품인 종이신문의 광고매출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트리뷴 컴퍼니는 지난 2007년 3분기 광고매출이 무려 19%나 줄어들면서 1억216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광고매출 감소로 인한 수입 감소와 함께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광고시장 자체가 위축되면서 경영상태가 악화돼 부채를 감당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 파산보호 신청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두 번째 이유는 지난 2007년 셈 젤이 트리뷴 컴퍼니를 인수한 후, 회사 운영을 비전문인에게 맡겨 회사가 중구난방으로 운영되도록 방치해 왔기 때문이다. 트리뷴 컴퍼니를 인수한 셈 젤은 최고 경영자 자리에 신문사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임명하는 등 회사 경영에 전문성을 살리지 못했다.

 

세 번째 이유는 언론 사업에 뛰어든 기업이나 사업가에 대한 정부와 FCC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본력을 가진 사업가나 기업은 누구나 언론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신문, 방송, 잡지 등 언론사 간의 인수 합병에 대한 규제와 제도를 철폐해 언론사 간의 사업 확장 경쟁을 부추겼다.

 

즉, 트리뷴 컴퍼니의 파산보호 신청 배후에는 공영성과 공공성이라는 언론산업의 독특한 가치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없이 언론을 산업의 논리와 자본주의의 논리에 바탕한 시장경제 체제로 내몰아 이윤창출의 도구로 전락시킨 미국 정부의 언론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뉴스위크>, 공영 라디오 NPR도 경영상황 악화

 

경제위기로 인한 미국 언론사들의 경영악화는 비단 트리뷴 컴퍼니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12월 9일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도 경영난에 못 이겨 자산매각과 채무상황 유예 등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2008년 5월이 만기인 부채 4억 달러를 포함해 2009년과 2010년이 만기인 채무의 상환을 유예하는 협상을 채권단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뉴욕 본사 건물을 담보로 회사 운영자금 2억2500만 달러를 대출받을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의 경영실적 악화 조짐은 이미 6년 전부터 있었다. 2002년 주당 50달러에 거래되던 <뉴욕타임스> 주식은 현재 1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지난 6년간 <뉴욕타임스>의 주가는 5배 이상 떨어졌다. 지속적인 주가 하락은 그동안 <뉴욕타임스>의 경영실적이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운영자금 대출과는 별도로 종이신문 운영에서 생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타임스 엑스트라' 서비스 등 온라인 비즈니스 강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타임스 엑스트라는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기사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웹 사이트와 블로그를 연결해 기사와 연관된 더 많은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뉴욕타임스>는 타임스 엑스트라 서비스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해 인터넷 매체에 빼앗긴 광고 시장을 되찾아 오겠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인 NPR 역시 감축 경영에 들어갔다. 청취자들의 기부금과 기업의 협찬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NPR은 경기침체로 기부금과 협찬금이 감소해 2007년에만 2300만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NPR는 2개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인력을 7% 감소하는 등 운영경비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실 NPR의 경영악화는 지난 2006년부터 예견되어 오던 일이다. 정부의 지원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2004년 1억6200만 달러이던 총수입이 2006년에 들어 1억3300만 달러로 줄어 경영상 압박을 받아오던 중 이번 경제위기로 인해 기부가 대폭 줄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주간지 시장 역시 경제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의 대표 주간지인 <뉴스위크>는 경영악화 해소를 위해 감원과 감면을 하며, 광고요금 산정기준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봄 117명의 직원을 감원한 바 있는 <뉴스위크>는 현재 1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하려 하고 있다.

 

유력 주간지인 <타임>도 전체 직원의 6%인 64명을 감원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연예전문 잡지인 <스타 매거진>을 발행하는 언론사 AMI도 2007년 12월에 만기가 도래한 부채 2천120만 달러를 갚지 못해 파산보호 신청에 직면해 있다.

 

한편, 미국 내 30개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는 맥 클레치(McClatchy)도 채무를 갚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소유하고 있는 신문사 중 가장 규모가 큰 마이애미 헤럴드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인수자 물색에 나섰다.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언론사들의 경영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광고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언론사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업계의 고통은 가중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사는 구조조정을 택할 것이다. 언론사의 구조조정이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구조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언론사의 체질을 개선하며, 고부가가치를 지닌 콘텐츠 제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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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텍사스 주립대학교 저널리즘 스쿨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1.01 19:2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텍사스 주립대학교 저널리즘 스쿨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트리뷴 컴퍼니 #시카고 트리뷴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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