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와 온라인 이데올로기

온라인 이데올로기와 오프라인 이데올로기의 대리전

등록 2009.01.16 11:07수정 2009.01.16 11:07
0
원고료로 응원

풍운아 미네르바

 

2008년이 '미네르바'가 예측한 신내림에 가까운 경제예측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 각계각층의 활발한 토론으로 채워졌다면, 2009년은 그의 체포와 구속에 이르는 일련의 법치문제로 정초부터 전국이 추위를 잊은 채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30대 초반의 전문대를 졸업한 실업자로 알려진 '미네르바'가 이렇게 두 해에 걸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면, 비록 그의 알려진 실체는 초라하지만, 그가 정말 대단하고 느껴진다. '미네르바 신드롬'의 일면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 문화가 갖고 있는 특수한 환경이 그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최초의 미네르바는 한낱 인터넷 상에서 만들어진 오프라인의 실체에 종속된 하나의 "종속인격"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실제의 사회 현실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사회상황을 접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다양한 인격이 생겨난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인격은 한 사람의 다양한 특이한 점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례로 환경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령 집안에 들어가면 '자상한 아버지'의 인격이 나오다가도, 무대에 서면 '정열적인 연주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렇게 미네르바는 오프라인의 개인이 온라인에서 갖고 있던 하나의 인격에 불과하였다. 정보화사회로 접근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수많은 파생 인격들이 생겨났지만, 대부분 개인적인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는데, 그 중에 억세게 운좋아서 유명해진 것이 바로 '미네르바'라는 인격이다. 게다가 세계금융위기라는 현 사회환경과 그가 갖고 있던 유식한 경제지식은 그를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오도록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식인들의 무관심과 미네르바

 

처음에 토론게시판에서 보는 '미네르바'는 인터넷도참의 일종에 지나지 않았었다. 일정한 주장을 하고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린다는 식의 무당집식의 예언에 불과하던 말들이 사람들 사이의 입과 입을 오르내리면서, 금세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 배경에는 참된 정보를 찾아 헤매던 사람들의 목마름도 역시 원인이 되었다. 사실 재작년과 작년에 이르는 세계경제위기의 시기에 우리네 지식인들은 냉정하리만큼이나 입을 닫고 있었다. 증권가 '찌라시'나 공식적인 뉴스채널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거나, 그릇되거나, 혹은 지금 당장은 옳다고 생각되지만, 결국 얼마 안 가서는 뒤통수를 맞을 이야기뿐이었다.

 

그렇게 금융위기로 불안한 사람들이 비대칭적인 정보만 취할 수밖에 없을 때, '미네르바'라는 도참이 등장한다. 그는 왠지 맞을 것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몇몇개는 맞춰내는 신통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로인해 온라인 대중들은 그에게 소위 '뻑'이 가게 된다.

 

온라인에서 이렇게 관심이 쏟아지자, 그 이야기가 언론에 퍼지고, 정치권에 들어가게 되고, 신문지상에 등장하면서 금세 정치인에 버금가는 유명인이 되어버렸다. 한 국가의 재정부처가 그의 글에 반박하는 글을 부처 홈페이지에 올릴 정도이니 그의 영향력은 굳히 심각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 이데올로기와 오프라인 이데올로기

 

흔히 온라인이라고 말하는 인터넷커뮤니티에서의 생활을 단정적으로 말해보면, 자유로운 발언과 의사소통, 때로는 도에 지나치는 위트와 장난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창의력과 오프라인 못지 않은 따듯함, 깜짝 놀랄 정도의 전문성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오프라인은 형식적으로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중시하며, 규칙이나 규정 등의 정해진 것들을 추구한다. 예의나 상황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자유롭던 행동들을 오프라인에서 하게 되면 괴짜나 미치광이 소리를 듣게 된다.

 

정보화 사회가 가속하게 될수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점차 모호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서로 별개인 사회,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몇몇 별종들이 모인 일종의 사랑방에 지나지 않았으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의 빠른 보급으로 이 경계가 무너져 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 유비쿼터스 시대로 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이렇게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당연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의 침해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두 사회가 한 모습으로 합치되면서, 자유를 추구하는 온라인과 규칙을 중시하는 오프라인 사이의 충돌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재앙이다. 일련의 사태는 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기도 하다. 특히 정보통신이 발달하여 사회의 격동이 빠르게 일고 있는 한국은 그것이 더욱 빠르게 나타난다.

 

불행인가 다행인가

  

어떻게 보면, 정보통신이 발달한 한국이 앞으로 시대에 나타날 변화를 가장 먼저 겪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조만간 다른 나라도 '미네르바 열병'을 앓을 것이고, 한국의 예에서 답을 찾거나,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문제는 이 '열병'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다. 치료를 잘하면 항체가 생겨 다른 병을 앓더라도 쉽게 회복이 되겠지만, 자칫 치료를 잘못하면 곯아 버릴 수 있다. 이 치료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면서 이런 바람을 가져본다.

 

첫째, 다른 나라들 역시 조만간에 이런 일들을 겪을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선례를 찾아 한국의 사례를 보고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이렇게 이렇게 해서 좋게 해결을 보았으니까 이런 방법을 우리도 써보자는 식으로 외국에서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이데올로기가 절충된 균형잡힌 방법이다.

 

둘째, 필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이른바 PC통신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인터넷을 떠돈 늙은이라고 본다면 상늙은이다. 물론 나보다 연식이 오래되신 선배분들 역시 인터넷에 존재하고 계신다.

 

지금껏 인터넷문화를 봐오면서 한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인터넷은 묘한 자정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 싸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인터넷문화가 저질로 흘러가고 다툼이 많은 커뮤니티는 자연스럽게 폐쇄가 되고, 사람들은 새로운 커뮤니티로 이주를 해왔다. 지금은 다음의 아고라가 토론커뮤니티로 유명하지만, 인터넷 세상의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가지 못한다. 아고라 역시 사라진 많은 사이트들과 운명을 같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의 이데올로기를 가진 위정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다. 인터넷의 자정 작용을 믿어봐 달라는 것이다. 인터넷은 언론에 비치는 것처럼 그렇게 끔찍하지도 않을 뿐더러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하기에 괜찮다는 것이다. 위정자들은 인터넷이 현실정치를 위협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한낱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인터넷정치의 퇴물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전기통신법'이라는 유물과 '사이버모욕죄'라는 흉기로 인터넷 시민들을 위협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진정 해야 할 것은 오프라인의 잣대로 온라인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의 세계로 뛰어들어가 온라인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만이 유비쿼터스 정치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현대에 정치인들이 살아남는 유일한 대안이다.

2009.01.16 11:07ⓒ 2009 OhmyNews
#미네르바 #온라인 #정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2. 2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