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이 원인" vs. "철거민에게 책임 떠넘기기"

[쟁점과 의혹] 철거민-검찰, 사고 원인 놓고 팽팽한 대립... "사고 현장과 부검결과 공개하라"

등록 2009.01.22 21:02수정 2009.01.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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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인권단체연석회의, 인의협, 참여연대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차 조사결사 및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민변, 인권단체연석회의, 인의협, 참여연대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차 조사결사 및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결국 쟁점은, 화재의 원인이다. 그리고 의문은, 왜 정부는 유가족에게 통지 없이 시체 부검을 강행했느냐 하는 것이다.

 

검찰과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철거민 조사단)'은 22일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조사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하지만 양쪽의 진상 조사 결과와 주장은 판이하게 달랐다. 물론 아직 모든 조사가 끝난 건 아니다. 일종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 정도로 보면 된다.

 

21일 용산 철거민 참사에서 사망자가 6명이나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은 건물 위에 세워진 망루 안 화재다. 따라서 망루 안 화재가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리고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시신 부검이 이뤄진 데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쟁점-화재원인] 검찰 "화염병이 원인인 듯" - 조사단 "자살행위 했을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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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인권단체연석회의, 인의협, 참여연대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차 조사결사 및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민변, 인권단체연석회의, 인의협, 참여연대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차 조사결사 및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우선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의 발표를 보자. 용산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장 정병두 1차장검사는 화재 원인에 대해 22일 "화염병에 의한 화재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화염병을 누가 던진 것인지, 날아든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 중 경찰이 발화를 시킨 정황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지금까지 주장한 내용과 비슷하거나 같다.

 

경찰은 지난 20일 사건이 발생한 직후 작전에 투입된 특공대원의 말을 인용해 "망루 3층에서 철거민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철거민 조사단은 이런 검찰과 경찰의 주장은 "아직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으로 구성된 철거민 조사단은 22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이 경찰특공대의 증언 등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 화염병에 의해서 발화가 됐다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우리가 농성자들을 조사한 결과 모두들 인화물질이 가득한 좁은 공간에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지는 일은 자살해위라며 화염병 투척을 부인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계속 화재의 원인을 철거민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의혹-부검 강행] 경찰 "신원 확인 위해" - 조사단 "전두환 때도 없던 일"

 

희생자 유가족들은 정부의 발 빠른 부검에 많은 의혹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가장 크게 반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시신을 수습하자마자 왜 그렇게 빠른 부검을 실시했던 것일까.

 

경찰은 이 대목에 대해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고 있다. "신원 확인을 위해서"라는 게 지금까지 나온 답변이다. 경찰은 거센 항의를 받고서야 21일 새벽 유가족들의 시신 검안을 허용했다. 그리고 철거민 시신 5구가 안치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교 영안실을 지금까지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이런 정황이 겹치면서 유가족들과 철거민 조사단은 경찰특공대에 의한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철거민 조사단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141조, 제219조에 의하면 부검을 할 때에는 유족에게 미리 통지를 해야 하는데,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위법이자 지금까지 유족들의 참여를 보장한 상태에서 부검을 하던 전례 및 관행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은 "우리 단체가 21년 됐고 그동안 많은 부검에 참여했지만, 이번과 같은 부검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부, 철거민 목숨을 가볍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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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인권단체연석회의, 인의협, 참여연대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차 조사결사 및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민변, 인권단체연석회의, 인의협, 참여연대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차 조사결사 및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철거민 조사단은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한 부검을 적법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냐, 혹 경찰의 책임을 축소시키기 위함이냐"고 따져 물으며 "정부는 조속히 부검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쟁점 및 의혹에 더해, 철거민 조사단은 정부의 인권 침해와 경찰특공대 투입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조사단은 "철거민 농성 현장에 시너와 화염병 등 위험 물질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진압 전에 에어매트와 그물망 등 안전 장비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게다가 컨테이너를 이용해 철거민 다수가 존재하고 있는 망루를 무너뜨리려 한 건, 철거민 목숨을 소중하게 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개발과 철거는 재개발조합과 세입자 사이의 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사안으로 기본적으로 사인간의 일이자 민사 문제다"며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돼야 하는데, 경찰이 조기에 투입돼 그 직무를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민변의 한 변호사는 "경찰특공대는 개발업자의 '충견' 노릇이나 하고 자존심도 없느냐"며 "테러 사건이나 인질 사건도 아닌 철거민 시위 현장 진압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밖에 철거민 조사단은 정부에 ▲사고 현장과 경찰 채증 자료 공개 ▲부검 결과의 조속한 공개 ▲용역업체 직원들의 불법 행위 조사 등을 요구했다.

2009.01.22 21:02 ⓒ 2009 OhmyNews
#철거민 참사 #경찰특공대 #용산 철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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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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