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엿기름에 기름은 보이지 않더라!

엄마표 식혜 만들기... 달달한 엿기름물 내기

등록 2009.01.25 16:25수정 2009.01.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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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설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설을 앞두고 용산 철거민을 죽음으로 내몬 끔찍한 중생계에 벌을 내리듯 눈보라 치며 강추위 찾아왔습니다. 겨울하늘도 하도 답답하고 수상해, 올 설은 여느 해와 달리 너무 춥고 착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날이 추워 몸이 얼어붙는 것보다, 마음과 머리가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뒤처럼 경직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명절은 명절인지라 거리 곳곳은 그 설레는 분위기로 넘쳐납니다. 설선물용 과일상자와 갖가지 선물들이 한가득 쌓여있고, 지하철역과 서울역은 집으로 먼 고향으로 꼬까옷을 입고 선물꾸러미를 챙겨 발길을 바삐 옮기는 귀성객들로 부산합니다.

다행히 매해 명절마다 치르는 지루한 귀성 행렬과는 무관한 저희 집은, 그리 마음 졸이지 않고 가족들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가족들 대부분이 멀리 떨어져 살지 않아서 말입니다.  오랜만에 찜질방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온 어머니와 제수씨는 다소 느긋하게 설음식 장만을 하고 계십니다. 정말 오랜만 아니 처음인듯 싶은데 집에서 주먹만한 김치손만두도 빚고 말이죠.

자전거를 타고 찾아갔던 용산참사 범국민추모대회가 있던 지난 23일에는 엄마표 감주(식혜)도 만들었습니다. 청국장과 식혜 등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발효기에 밥을 지어놓고, 시장에서 사온 엿기름(맥아)을 물에 담궈 우려내 뽀얀 엿기름물을 만들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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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혜를 만들기 위해 어머니가 시장에서 사온 엿기름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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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기름이라 하지만 기름과는 상관이 없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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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혜를 담그기 위해 새로 밥도 지었다. ⓒ 이장연


그런데 엿기름에 기름(油)은 보이지 않더군요. 다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엿기름은 밀이나 보리 등에 물을 주어 싹을 내서 말린 것을 말하는데, 맥아(麥芽)나 맥얼(麥蘖)이라고도 합니다. 맥주를 비롯한 술을 빚을 때 사용하고 여러가지 구운 음식이나 당과류, 곡물식, 물엿, 유아종 식품 등에 맛이나 향기를 내는데 사용된다 합니다.


곡식으로 밥을 지어 엿기름으로 삭힌 뒤 겻불로 밥이 물처럼 되도록 끊이고 그것을 자루에 넣어 짜낸 다음 진득진득해질 때까지 고아 만든 엿이나 쌀밥을 엿기름으로 삭혀서 설탕을 넣고 차게 식힌 전통음료인 식혜를 만들 때 주로 사용되고요.

암튼 '엿을 기르다'의 명사형이라는 보리 엿기름을, 어머니는 대야에 넣고 손으로 "북북북" 주물거리고 휘둘러 당분을 빼내 그 위에 물을 붓고는 고운체로 걸러 여러차례 엿기름물을 우려내었습니다. 그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있자니 달달한 냄새가 엿기름물에서 풍겨나왔습니다. 그 은은한 단내에 자연스레 '올 한해 엿기름처럼 달콤했으면 싶다'는 부질없는 욕심도 일었습니다. 그리 쉽지 않겠지만.

아참, 우려낸 뽀얀 엿기름물을 바로 쌀밥과 섞으면 안된다고 합니다. 엿기름물에 남아있는 엿기름가루를 어느정도 가라앉힌 후 윗부분의 맑은 엿기름물을 이용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어머니가 예전에 엿기름물을 우려낸 것을 가라앉은 가루까지 아까워서 모두 넣었는데 식혜에 검은빛이 돌았다 합니다.

그럼 다들 살얼음 동동 뜬 엄마표 식혜들 자시고, 설 연휴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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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야에 넣고 당분을 빼내 물에 우려내야 한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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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기름을 손으로 치대야 당분이 잘 빠져나온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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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거리고...휘둘러주고...엿기름에 물을 붓고...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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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체로 걸러내고 엿기름을 꾹 짜준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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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기름을 치대고 물을 부어 우려내길 여러차례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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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내가 풍기는 엿기름물 완성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엿기름 #엿기름물 #식혜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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