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언덕의 연속
유지성
'클레오파트라'와의 치명적 사랑사하라에 가기 전 ‘로마’라는 드라마를 봐서인가? 피곤 하기만 하면 어디선가 자꾸 내 이름을 부르는 언니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의 거친 숨소리만 들리는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사하라의 밤 속에 울려 퍼지는 언니들의 목소리. 황홀함과 몽롱함이 몰려와 온몸의 지스팟을 지져주어 달콤함과 짜릿함이 느껴진다.
순간 저 앞쪽 불빛 속에 반라의 무희들이 춤을 추면 나를 유혹한다. 한 손으로 입술을 빨며 한 손은 꼬아가며 나를 부른다. 그런데, 어머나 세상에 그 중심에는 입맛을 다지며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탐하는 클레오파트라가 누워있다. 색기 가득 영롱한 눈빛, 앵두보다 붉은 입술, 풍만한 가슴, 완벽한 S라인. 클레오파트라의 쉑시 윙크 한방에 모든 세포와 근육이 분열되며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려버린다.
예전에 리비아를 여행할 때 클레오파트라 목욕탕이란 곳을 가봤다. 지중해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절경의 목욕탕 유적지에서 묘한 상상력이 발동되어 거동이 불편한 적이 있었는 이런, 내 앞에 클레오파트라가 나타나다니….
“오, 마이! 오오 예스…!’’
나에게 다가오는 클레오파트라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냥 욕심 없이 모든 걸 다 주기로 마음 먹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발산되는 매력과 쉑시함에 숨이 막혀 온다.
갑자기 눈이 번쩍거린다.
‘오쉣, 뭐야 이거!’
뭔가 검은 물체가 내 눈앞을 지키고 있다.
버둥거리며 검은 물체를 치워내고 주위를 보니 암흑 속이다.
“클레오파트라 어디갔어?”
헤드랜턴을 키고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있는 곳은 텐트 안이고 나를 덮친 물건은 배낭이었다. 잠시 몽롱함이 가시고 나니 정리가 된다.
어제 밤, 중간 체크포인트에서 한 시간만 눈을 붙인다는 게 시간을 보니 7시간 동안 퍼지게 잠을 잔 것이다. 그 동안 꿈 속에서 클레오파트라를 만나고 다리도 풀리고 온몸도 쑤시는 게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하여튼 그 이상 뭔가 있었던 것 같은 긍정적인 예감이 든다.
현실이건 아니건 어쨌든 나는 사막에서 클레오파트라를 만나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넘어갔던 게 확실하다. 흐미… 가슴 가득 부풀어 오르는 행복감, 그나저나 다리가 풀려서 문제다.